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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퍼스펙티브] 인간 능력 뛰어넘는 ‘아이언맨’ 조만간 현실화된다

뇌공학 발전
최근 뇌공학 분야는 스타트업 창업과 비즈니스 상용화로 뜨겁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를 결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회사를 론칭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을 통해 인간 뇌에 그물망처럼 생긴 초소형 칩을 삽입, 뇌 활동을 모니터링해 생각을 읽고 저장하며 다른 사람의 뇌로 전송하는 제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얼마 뒤 페이스북은 연구 그룹 ‘빌딩8’ 팀을 구성해 뇌의 언어 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빌딩8 팀을 이끄는 레지나 두건은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목표는 생각만으로 1분에 100개 단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혼다, 뇌-컴퓨터 기술 개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 혼다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기술 중 하나에 골 전도 기술(bone conduction technology)도 있다. 사람의 뼈를 진동해 소리를 전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리 귀의 달팽이관은 공기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뇌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신체의 다른 부위를 통해 뼈를 진동해서 직접 뇌로 소리를 전송하겠다는 것이다. 골 전도 기술을 사용하면 헬멧 또는 손가락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놀라운 통신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기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0~15년 안에 VR·AR 기술이 컴퓨터 플랫폼을 지배하게 되고, 증강현실이 TV처럼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페이스북은 VR 전문회사 오큘리스를 인수해 별도 기계장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VR·AR을 구현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만약 뼈를 진동해 귀를 통하지 않고 소리를 뇌에 전달할 수 있다면 VR·AR 공간에서 뇌가 직접 기계와 소통하는 날이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다.
 
뇌파 읽어 소비자 반응 예측
 
뇌공학에서 빠르게 상용화되는 분야가 뉴로마케팅이다. 미국 UC버클리대 과학자들이 만든 뉴로포커스(NeuroFocus)는 뇌파를 측정해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정확히 읽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P&G·구글·디즈니 같은 기업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이들의 마케팅 분석 기법을 이용했다.
 
어떤 집단의 ‘소비’는 일련의 통계 수치로 변환되기 이전에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기존 마케팅이 제품과 관련된 주관적인 설문 조사나 인터뷰에 의존했다면 뉴로포커스 등 뉴로마케팅 회사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뇌 활동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전략을 택했다.
 
인간은 선택 이유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며 말로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래서 시장 조사는 소비자의 마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모니터링해 소비자로부터 더 정확한 경험 포착을 하면 회사는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업인 닐슨은 2011년 뉴로포커스를 거액에 사들였다.
 
현대자동차, ‘몸에 붙어있는 자동차’ 개발
 
과학영화 속 ‘사이보그’가 현실화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아이언맨’처럼 외골격 장치를 단 사람이 대표적 사이보그이다. 미국 과학소설가 로버트 하인라인은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외계 종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지구연방군에게 ‘외골격’(exoskeleton)을 장착하는 설정을 제시한 바 있다. 뇌가 팔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근육에 신호를 보낼 때 우리 몸에 장착된 외골격에도 신호가 전달돼 무거운 짐을 쉽게 들거나 치타처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 한계를 넘는 ‘트랜스 휴먼’이 가능할 수 있다. 군인을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살인 기계이자 병기인 ‘슈퍼 솔져’로 만들 수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첨단연구계획청(DARPA)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외골격을 장착한 군인은 전쟁터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용화를 추진한다. 뇌졸중 환자 재활에 외골격을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물리치료사가 뇌졸중 환자의 신체를 계속 움직이게 하여 치료를 도왔지만, 외골격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뇌파를 통해 마음을 읽는 장치까지 더해지면 팔 마비 뇌졸중 환자가 손을 뻗으려는 의도를 파악해 조금씩 팔을 뻗게 해주는 장치가 가능해진다.
 
외골격은 그 자체로 차세대 운송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에 부착해 편하고 빠르게 이동을 도와주는 장치로 사용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처럼 차세대 모빌리티를 탐색하는 회사에서 외골격을 연구한다. 현대자동차 현동진 박사가 이끄는 로보틱스 팀은 ‘몸에 붙어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생명과학과 그레구아르 쿠르틴 교수의 국제 연구팀은 2017년 11월 척수 손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원숭이를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 심도 뇌파를 읽는 센서와 척수에 심은 전기 자극 장치를 이용해 인공 기계 다리를 장착하지 않고 원숭이가 걸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연구진은 척수 마비로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원숭이의 뇌와 척수에 센서와 전기 자극 장비를 심어 보조기기 도움 없이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추신경계의 일부인 척수는 뇌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를 온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척수가 끊어지거나 손상되면 뇌에서 보내는 신호가 몸으로 전달되지 않아 신체 일부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손상된 척수를 복원하는 방법도 현재로써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척수 손상으로 수십 년 동안 장애인으로 지내야 하는 전 세계 환자는 매년 25만~3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스위스 아레나의 제1회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는 그것이 무모한 꿈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사이배슬론은 로봇공학 기술을 이용한 기계 장치의 도움으로 장애인 스포츠 선수가 컴퓨터 자동차 게임, 전기 자극을 이용한 자전거 경주, 전동 휠체어 경주, 로봇 의족 달리기, 로봇 의수 경주, 로봇 슈트 걷기 등에서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장애인들이 외골격을 활용해 4개의 장애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기도 하고, 20도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거나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었다.
 
두뇌 훈련 게임 시장 2020년 10조원 전망
 
뇌공학은 신생 학문이다 보니 상용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기껏해야 알파파를 만들어 집중을 높인다는 학습 보조기 정도가 히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상용화 기술이 등장했다. 미국 ‘루모시티’는 두뇌 훈련 게임으로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스마트폰 앱을 제공한다. 루모시티에 따르면 회원이 180개국 6000만 명에 이른다.
 
영국 코그메드(Cogmed)는 게임으로 청소년의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스라엘의 뉴로닉스(Neuronix)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게임을 제공한다. 모국어처럼 제2 외국어를 학습하게 한다는 로제타스톤을 만든 핏 브레인즈(Fit Brains)는 신경과학자들이 디자인한 두뇌 훈련 게임을 선보였다.
 
이들 게임은 기억력이나 주의력, 언어 능력, 논리력 등의 다양한 두뇌 능력을 측정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교하게 디자인돼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두뇌 훈련 게임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운동 능력 강화 ‘브레인 도핑’ 부작용 우려
 
일류 스키점프 선수들은 점프 직전에 시속 100㎞가 넘는 속도를 내기 때문에 고도의 균형 감각과 근력이 필요하다. 전미스키·스노보드협회(USSA)는 샌프란시스코의 헤일로 뉴로사이언스(Halo Neuroscience)와 함께 선수의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해 실력을 향상하려 하고 있다. 헤일로는 전기 자극이 뇌의 운동 영역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효율을 증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올림픽 대표를 포함해 노르딕 스키 점프 선수들을 훈련했는데, 경두개 직류전기자극(tDCS)을 받은 선수들은 대조군보다 점프력은 70%, 균형 감각은 80% 더 상승했다고 한다.
 
영국 켄트대 스포츠 생리학자 렉스 모거는 tDCS가 운동선수의 피로감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운동 영역 중 하체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에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사이클 선수가 피로감 없이 더 오래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뇌에 전류를 가하는 DIY(do it yourself) 장치들이 등장했다. 손쉽게 뇌에 전극을 붙이고 전류를 가하는 장치다. 이를 이용해 집중력을 높이거나 운동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은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른바 브레인 도핑(brain dopping)이 일상화될까 우려스럽다.
 
뇌공학 기술이 안정성을 충분히 테스트받고 과대 포장된 효과의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뇌공학 기술 상용화에 도움이 된다. 뇌에 대한 실험이나 제품 개발은 각별히 윤리 규정을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나 인지 기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실험실의 연구가 제품으로 쏟아지기 전에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뇌공학 기술들은 실험을 통한 충분한 데이터가 곧 생명이며, 데이터를 분석해본 연구자들이 자산이다. 뇌공학 상용화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뇌공학 전문가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뇌-기계 인터페이스 산업에 뛰어들어 선점 효과를 노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우리 기업들에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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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