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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파나마에 2대2 … 약자에 약한 한국 축구

출항 후 승승장구하던 ‘벤투호’에게 파나마전 무승부는 부족한 부분을 냉정하게 돌아볼 기회다. 파나마전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미드필더 황인범. [뉴스1]

출항 후 승승장구하던 ‘벤투호’에게 파나마전 무승부는 부족한 부분을 냉정하게 돌아볼 기회다. 파나마전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미드필더 황인범. [뉴스1]

“축구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초반 30분간 골도 넣고 잘하다가, 갑자기 경기력이 떨어진 것에 관해 묻는다면 ‘축구가 원래 그렇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파나마와 2-2로 비겼다. 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취재진으로부터 “전반 중반 이후부터 우리 선수들이 급격한 경기력 난조를 보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고서다.
 
한국은 전반 4분 박주호(31·울산), 전반 31분  황인범(22·대전)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섰지만, 전반 종료 직전과 후반 3분에 연거푸 실점해 2-2로 경기를 마쳤다. 후반 중후반엔 상대의 역습에 허둥대다 실점 위기도 여러 차례 맞았다.
 
한국 축구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 이달 치른 두 차례 평가전만 봐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우루과이를 2-1로 꺾고 신바람을 내더니, 우리(55위)보다 순위가 낮은 파나마(70위)를 맞아선 쩔쩔맸다. 이런 현상에 대한 똑 떨어지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는 건 벤투 감독만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이 ‘유별난’ 특징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여긴다.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 아시안컵을 대비한 ‘플랜B’를 실험한다. [뉴시스]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 아시안컵을 대비한 ‘플랜B’를 실험한다. [뉴시스]

파나마가 한국을 상대로 쓴 ‘선수비 후역습’ 전략은 볼 점유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의 ‘티키타카(탁구를 하듯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전술)’의 대응책으로 개발돼 진화를 거듭했다. 볼 점유를 포기하는 대신 밀집 대형과 강한 압박으로 버티는 게 전술의 골자다. 공을 오래 소유한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과감한 기습 공격으로 골을 노린다.
 
파나마는 경기 초중반에 먼저 두 골을 먹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이 느슨해진 전반 막판과 후반 초반 두 골을 몰아쳐 흐름을 바꿨다. 한국도 사실 비슷한 전략으로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먼저 수비라인을 위험지역 근처에 두텁게 고정해 상대의 공세를 막아낸 뒤, 나중에 과감한 역습으로 두 골을 몰아쳤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아시안컵 본선이 열린다. 아시아권 참가국들의 전력을 고려할 때 한국은 월드컵 당시의 독일 입장에 선다. 우승을 노리는 한국에 우승이 아닌 결과는 준우승일지라도 실패나 다름없다. 한국은 1960년 이후 58년 동안 그런 실패를 거듭해왔다. 아시안컵에서 만날 상대 대부분은 ‘파나마처럼’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아시안컵 본선을 앞둔 대표팀과 벤투 감독에겐 이번 파나마 평가전과 2-2 무승부라는 결과는 소중한 자산이다. 물론 이겼다면 기분은 좋았겠지만, 대표팀에 숨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칠 기회를 놓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가전은 이름 그대로 평가전으로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나마전만큼은 철저하고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문제점과 그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손흥민(26·토트넘)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 저하일 수도 있다. 단조로운 전술 또는 우루과이전 승리로 인한 방심으로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정확하게 진단해야 올바른 처방전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은 다음 달 호주 브리즈번에서 두 차례의 원정 평가전(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우승권 전력을 갖춘 강호다. 그런 상대를 맞아 파나마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는 손흥민의 대체재를 찾으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11월 A매치에서 선수와 포메이션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들여다보겠다”는 벤투 감독 말은 그런 점에서 다행스럽다.
 
독일의 최근 모습은 한국이 ‘타산지석’이 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월드컵에서 한국에 진 이후 독일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신설한 국가대항전 ‘유럽네이션스리그’ 초반 세 경기에서 1무2패에 그쳐 최상위 리그에서 강등될 위기다. 1위였던 FIFA 랭킹도 몇 달 새 10위 밖(12위)으로 밀려났다. 독일 축구계 안팎에서 ▶골 결정력 부족 ▶모래알 팀워크 ▶사령탑의 리더십 부재 등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초반 대응에 소홀했던 결과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대표팀의 선전으로 한국 축구는 ‘봄날’을 맞았다. 경기장엔 관중이 넘치고 대표선수들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순식간에 찾아왔던 것처럼 ‘봄’은 순식간에 가버릴 수 있다. 찾아온 봄을 계속 붙들어 두려면 결국 성적이다. 3년 전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에 박수를 보냈다고 내년 UAE에서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파나마 평가전, 그 이후가 중요하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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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