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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끌어올린 기름값, 연말 100달러 찍나

국제유가

국제유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초 배럴당 50달러대였던 브렌트유는 최근 80달러를 넘어섰다.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올해 초 세계은행과 주요 연구소가 올해 평균 국제유가를 50달러대로 전망한 데서 한창 벗어났다.
 
17일(현지시간) 런던 선물거래소(ICE)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29% 오른 배럴당 81.45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55.43달러)보다 47%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1.08% 오른 배럴당 72.11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51.41달러)보다 40%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 흐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국제원유 시장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예년 수준보다 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이 감산했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석유 생산량이 늘어 국제유가가 약세로 전환하자 OPEC를 중심으로 2016년 말 감산에 합의했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유가는 2016년 1월 27달러까지 폭락했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2016년(41.41달러)보다 28% 오른 연평균 53.15달러로 나타났다. 올해 유가는 급등보다는 지난해보다 약간 상승하는 수준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초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기준유가를 전년 대비 12% 상승한 59.66달러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OPEC의 감산과 신흥국 수요 증가로 유가가 상승하겠지만 미국 등 비(非)OPEC 산유국의 공급 증가와 누적된 재고로 상승 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 경기 확장 속도가 빨라져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고 지정학적 사건에 의해 산유국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고유가 시나리오)에도 전년 대비 25% 오른 66.62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흐름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對)이란 제재 부활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 정부는 11월 4일부터 이란과 원유를 거래하는 모든 국가를 제재함으로써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키로 했다. 이란은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을 생산하는 OPEC 3위 산유국이다.
 
여기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 우려가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배후에 있다면 “가혹한 처벌”을 하겠다고 밝히자 국영방송사인 알아라비야는 “사우디가 증산하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 언론은 사우디가 석유를 무기 삼아 위협을 가하는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이라며 위기감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돌연 사우디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란산 원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사우디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주요 기관들은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올해 유가를 평균 56달러로 예측한 세계은행은 4월 65달러로 수정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해 12월 57.2달러에서 올 5월 70.7달러로 올렸다. ‘유가 100달러’에 대한 전문가 견해는 갈린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석유 콘퍼런스에서 대니얼 재기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에 하루 2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인데 마땅한 공급책이 없다”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유 트레이더인 벤 러칵은 “크리스마스까지 90달러, 내년 초 100달러”를 예상했다.
 
배럴당 100달러가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재닛 콩 아시아 트레이딩 책임자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앞으로 12개월간 미국의 공급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2008년과 같은 유가 급등 후 대폭락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뛰었으나 고유가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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