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江南人流] 풍요, 번영, 행복을 뜻하는 페이즐리 무늬

페이즐리 문양 하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에트로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9월 22일부터 10월 14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장 무덱에선 이를 기념하는 ‘제너레이션 페이즐리’ 전시가 성대하게 열렸다. 1968년 제롤라모 에트로가 설립한 에트로는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드물게 현재까지 가족경영을 유지해온 회사다. 전시장에서 수많은 손님을 맞은 이들도 3명의 아들 야고보(액세서리·가죽·홈·직물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킨(남성복 디자이너), 이폴리토(총괄 경영) 그리고 딸 베로니카(여성복 디자이너)였다. 이 중 장남인 야고보, 막내딸 베로니카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양이자 에트로의 뿌리인 페이즐리의 역사와 브랜드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밀라노)=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에트로 코리아
에트로 패밀리. 왼쪽부터 삼남 이폴리토, 차남 킨, 막내딸 베로니카, 장남 야고보.

에트로 패밀리. 왼쪽부터 삼남 이폴리토, 차남 킨, 막내딸 베로니카, 장남 야고보.

 
50주년을 맞이한 소감은.
야고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동안 이루어낸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며 에트로의 뿌리는 무엇인지, 어디서 영감을 얻고 있는지, 또 어떤 철학으로 브랜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확인하고 점검할 순간이다.
 
에트로가 지켜온 철학은 뭔가.
야고보 우리의 모든 영감은 ‘여행’과 ‘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집한 많은 것들을 현대적 감성과 트렌드로 재해석하면서 우린 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페이즐리가 상징하는 ‘풍요와 번영’ 그리고 ‘긍정적인 삶’ ‘행복’이다. 특히 킨이 디자인하는 남성복은 언제나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제시한다.
‘여행과 예술’이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의 근간이 된다는 점은 에트로의 상징인 페이즐리 문양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가운과 숄에 들어간 문양에서 신비한 감동을 느낀 제롤라모는 텍스타일 사업을 시작할 무렵부터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종류의 희귀한 스카프와 숄을 수집했다. 이때 그의 눈을 매료시킨 것이 바로 메소포타미아 지역 고대 신화에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와 눈물 모양의 대추야자 씨였다. 이것이 인도로 넘어와 귀족들이 사용하는 캐시미어 숄의 문양으로 발전했고, 이후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에 퍼졌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 페이즐리에서 하나의 문양으로 틀을 갖춘 후 ‘페이즐리’라는 이름으로 비틀즈, 히피문화, 록앤롤 문화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제롤라모는 바로 이 흐름을 따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지를 여행하면서 현지의 다양한 예술문화를 흡수해 에트로만의 페이즐리를 창조한다. 네 명의 자식들 또한 아버지의 영향을 물려받았다. 무덱 전시실 곳곳에 놓인 기이한 소품들은 대부분 이들 패밀리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아트 컬렉션들이다.
9월 22일부터 밀라노 무덱 전시장에서 열렸던 에트로 50주년 기념전시 ‘제너레이션 페이즐리’

9월 22일부터 밀라노 무덱 전시장에서 열렸던 에트로 50주년 기념전시 ‘제너레이션 페이즐리’

9월 22일부터 밀라노 무덱 전시장에서 열렸던 에트로 50주년 기념전시 ‘제너레이션 페이즐리’

9월 22일부터 밀라노 무덱 전시장에서 열렸던 에트로 50주년 기념전시 ‘제너레이션 페이즐리’

 
‘에트로=페이즐리 문양’은 너무 유명하다. 그래서 더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야고보 클래식 페이즐리는 고유의 움직임과 형태가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사실 우린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변화, 다른 페이즐리 패턴끼리의 변주, 플라워·기하학·동물 문양과의 믹스를 통해 매 시즌 새로운 에트로 문양을 창조하고 있다.
베로니카 어제 끝난 2019 SS 쇼로 설명해보겠다. 내년 봄여름을 겨냥해 내가 정한 주제는 ‘퍼시픽 젠(Pacific Zen)’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를 거쳐 일본까지 이어지는 젊은이들의 서프 문화를 담았다. 지역마다 특유의 문화를 연구하고 다양한 컬러와 문양을 담았는데 여기에도 물론 페이즐리가 많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다른 컬러와 모습이었다. 그렇게 에트로의 페이즐리는 매년 색다르게 창조된다. ‘돌체 앤 가바나=동물문양’ ‘에트로=페이즐리’처럼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 문양을 갖고 있다는 건 패션업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다.
2019 SS 에트로 컬렉션.

2019 SS 에트로 컬렉션.

 
장인들의 수작업 때문에 가격대가 너무 높다. 저렴한 세컨드 라인을 만들 생각은 없나.
베로니카 우리는 늘 항상 한 라인을 유지하지만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 예를 들어 손이 많이 가는 자수가운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진·티셔츠의 제작과정은 레벨이 아주 다른 만큼 가격대도 다르다. 우리가 모든 걸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에트로는 라이선스 사업도 안 한다.
에트로 장인이 직접 그린 페이즐리 문양.

에트로 장인이 직접 그린 페이즐리 문양.

 
경영 상의 ‘바람직한 컨트롤’이란 뭔가.
야고보 직원들이 행복한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바로 알 수 있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요즘 전 세계적인 화두인 자연환경 문제도 컨트롤할 수 있다. 인간에 무해한 재료를 사용하고, 자연파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이지만 쇼핑백은 재생 종이를 사용한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회환원 사업에는 관심이 없나.
야고보 홈 컬렉션 중 핸드메이드 프로덕션을 죄수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수감자들에게 바느질 방법을 가르치고 상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임금도 지불한다. 킨은 네팔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린이 집 짓기를 돕기 위해 직접 현지로 건너가 활동했다. 최고의 럭셔리는 ‘여유’를 갖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상에 지치고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을 돌아보며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여유 말이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장점은 뭔가.
야고보 가족이니까 서로 이야기하기 쉽고,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격렬하게 싸울 때도 있지만(웃음) 그 과정에서 화해도 쉽게, 새로운 아이디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싸움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웃음)
 
미래의 계획은.
야고보 새로운 에트로를 보여주려 노력 중이다. 셀럽이랑 협업해서 새로운 캡슐 컬렉션을 만들고, 핸드백·슈즈 등의 액세서리 비중도 높일 생각이다. 또 홈 컬렉션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구 디자인도 준비하고, 디지털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야고보 아시아가 제일 좋았다. 인도·우즈베키스탄·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등 다양한 문화를 가진 곳에서 텍스타일에 관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한국에 들렀을 때 봤던 한복도 기억난다.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부드러운 컬러를 갖고 있다는 데 놀랐고, 패브릭을 만들 때 종종 컬러카드로 참고한다.
베로니카 나 또한 2007년 한국 방문 때 입어본 한복 컬러가 너무 예뻤다는 걸 기억한다. 시장에 가서 한복 원단을 스와치로 받아와 아직까지 종종 꺼내보며 컬렉션 컬러 선정에 참고하고 있다.
2007년 한국 방문 때 고 이영희 디자이너와 함께 한복을 입고 있는 베로니카.

2007년 한국 방문 때 고 이영희 디자이너와 함께 한복을 입고 있는 베로니카.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