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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패션쇼를 위해 공항을 통째로 빌린 '이탈리아 패션 대통령'아르마니

핫 아이템을 쏟아내던 구찌는 쇼 무대를 파리로 옮기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7월에 바뀐 보테가 베네타는 쇼를 하지 않았다. 2019 SS 밀라노 컬렉션은 그만큼 볼 것이 줄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의상들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몽클레르, 두 브랜드가 예전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두 개의 큰 이슈를 등장시켰다.
글(밀라노)=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밀라노 컬렉션에 등장한 빅 이슈 2
밀라노 패션위크 둘째 날인 지난달 20일 아르마니 왕국의 여러 브랜드 중 하나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2019 SS 패션쇼가 열렸다. 장소는 시내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밀라노 리나테 공항의 격납고. 이날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리나테 공항에선 비행기 이착륙이 멈췄다. 쇼를 방해하는 비행기 굉음과 일반 여객들의 공항 출입을 아예 금지시킨 것이다. 또한 이날 쇼장을 찾은 2300명의 손님은 비행기를 탈 때와 똑같이 공항 보딩 시스템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일개 패션 브랜드의 쇼 하나 때문에 공항을 통째로 빌리는 일이 가능할까?
패션과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이탈리아 패션 대통령’ 조르지오 아르마니(84)의 쇼였기에 이 엄청난 이벤트는 가능했다. 부드러운 어깨선과 몸의 실루엣을 따라 자연스럽게 피트되는 아르마니 슈트는 ‘우아하고 세련된 슈트’를 칭하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패션계 인물로 미국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두 번째 디자이너가 된 그는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성공한 기업가로 꼽힌다.
최초로 패션쇼 장소가 된 리나테 공항은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장소다.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상징인 독수리 브랜드 로고가 1996년부터 현재까지 걸려있는 곳이다. 조르지오아르마니는 이번 쇼를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공항은 상징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공간이다. 바깥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비행기를 타고 떠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배우고, 수많은 모험을 겪은 후 다시 돌아오는 곳이다. 리나테 공항의 격납고에는 브랜드의 상징인 ‘독수리 로고’가 1996년부터 지금까지 걸려있다. 이 독수리 문양이 리나테 공항에 도착하는 여행객을 환영하고, 떠나는 여행객을 배웅하는 역할을 해준 셈이다. 공항의 자유롭고 모험심 가득한 정신은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이미지와도 닮아 쇼를 하기에 더욱 완벽한 공간이다.”
이날 아르마니는 이 엄청난 스케일의 무대에 걸맞게 남녀 모델 100여 명을 등장시켜 총 198개의 룩을 선보였다. 또 쇼가 끝난 후에는 팝스타 로빈 윌리암스의 화려한 무대가 이어졌다.
밀라노 패션위크 첫째 날 있었던 럭셔리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의 프리젠테이션 역시 화제로 꼽힌다. 이번엔 스케일 이슈가 아니라 창조적인 형식의 이슈다. 일명 ‘옷 없는 패션 프리젠테이션’이다.
올해 초 톰 브라운, 지암바티스타발리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어온 고급 컬렉션 라인을 모두 없애고 두 디자이너와도 결별한 몽클레르는 시몬 로샤, 크레이그 그린, 히로시 후지와라 등 8명의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 8개의 개성 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혁신적인 방식의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맨위 큰사진은 밀라노 리나테 공항 내 비행기 이착륙을 막고 3시간 동안 패션쇼를 진행한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거대한 무대. 100여 명의 남녀 모델이 등장해 총 198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아래 작은 사진은 대형 창고형 갤러리에서 개성 있는 영상만을 이용해 ‘옷 없는’ 패션 프리젠테이션을 열었던 몽클레르. 사진 속 영상은 니노미야 디자이너가 옷 제작과정을 3D 영상으로 표현한 것.

맨위 큰사진은 밀라노 리나테 공항 내 비행기 이착륙을 막고 3시간 동안 패션쇼를 진행한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거대한 무대. 100여 명의 남녀 모델이 등장해 총 198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아래 작은 사진은 대형 창고형 갤러리에서 개성 있는 영상만을 이용해 ‘옷 없는’ 패션 프리젠테이션을 열었던 몽클레르. 사진 속 영상은 니노미야 디자이너가 옷 제작과정을 3D 영상으로 표현한 것.

이번 2019 SS 프리젠티에션은 이들의 ‘넥스트 챕터’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시내 외곽에 위치한 대형 창고형 갤러리를 5개의 방으로 나눠 각각 영상 설치물을 전시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찾아가며 몰입하도록 했다. 시몬 로샤는 갖가지 꽃들이 가득한 화면과 풀밭을 뛰노는 소녀들의 영상을 통해 영국식 정원을 주제로 삼은 새로운 컬렉션을 감각적으로 보여줬다. 크레이그 그린은 판초 의상을 걸친 기계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영상을 통해 조형적인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느와 케이 니노미야는 룩이 완성되는 과정을 3D 가상현실로 재현했다. 히로시 후지와라는 컬렉션의 구성 요소들을 이용해 일종의 모험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 잠긴 5개의 방을 지나는 동안 각각의 개성 강한 영상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의 여행을 안내했다. 그리고 5개의 방 어디에도 옷과 마네킹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패션 이벤트가 아니라, 최첨단 영상 아트 전시를 관람하는 기분이었다. 몽클레르는 프리젠테이션이 있는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실제 의상들을 마네킹에 입혀 바이어와 기자들이 직접 실물을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2019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본 트렌드 키워드 10
1. 하이엔드 감성의 애슬레저 룩
고기능성 애슬레저룩이 트렌드로 주목되면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아노락 점퍼와 슈트를 믹스시킨 스트리트 감성의 의상들을 대거 선보였다. 프라다 등 여러 브랜드가 무릎길이의 버뮤다팬츠를 선보였고, 아예 고기능 스판덱스 소재의 바이커 팬츠를 내놓은 브랜드들도 있었다.
프라다

프라다

펜디

펜디

스포츠막스

스포츠막스

스포츠막스

스포츠막스

 
2. 시즌리스 가죽과 니트
토즈, 막스 마라, 페라가모 등의 가죽 명가들은 면 소재처럼 얇고 가벼운 여름을 가죽으로 트렌치코트·셔츠·스커트 등을 만들었다. 질 샌더는 누드 크로키를 그려 넣은 여름용 니트와 손뜨개 편물로 눈길을 끌었다.
토즈

토즈

토즈

토즈

페라가모

페라가모

막스마라

막스마라

질샌더

질샌더

 
3. 플라스틱 판타스틱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PVC는 가방뿐만 아니라 의상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쓰였다. 가죽과 퍼로 유명한 펜디는 쇼 앞부분에서 속이 훤히 보이는 PVC를 가죽과 믹스시킨 의상들을 대거 선보였고, 다른 브랜드들도 PVC로 만든 스커트·점퍼·셔츠 등을 무대에 올렸다.
펜디

펜디

 
4. 파스텔 컬러
봄은 역시 마카롱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 컬러의 계절이다. 이번 2019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도 사랑스러운 소녀, 우아한 여성의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제격인 핑크·그린·옐로·스카이블루 등의 파스텔 톤 컬러가 여러 브랜드에서 골고루 등장했다.
마르니

마르니

프라다

프라다

 
5. 화려한 프린트
봄은 꽃무늬의 계절이기도 한데, 2019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선 꽃무늬 대신 그리스 신전의 조각물을 형상화한 그림 등 좀 더 화려하고 대담한 프린트들을 주로 선보였다. 페라가모는 식물 프린트를 의상 가득 채웠고, 모스키노는 형광펜으로 낙서를 한 듯 장난스러운 프린트를 내놓았다.
에트로

에트로

에트로

에트로

모스키노

모스키노

마르니

마르니

 
6. 어부의 그물
뉴욕과 런던에 이어 밀라노의 디자이너들도 어부가 사용하는 그물 모양의 옷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토즈는 속이 희미하게 들여다보이는 잔 그물로 상의를 만들었고, 페라가모는 끝단에 술까지 달려 옷 전체가 자연스럽게 출렁거리는 그물 드레스를 선보였다.
페라가모

페라가모

 
7. 대담한 상의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활동적인 의상을 선보인 밀라노 럭셔리 브랜드들이 상의만큼은 과감한 실루엣으로 힘을 줬다. 프라다는 가슴을 드러내는 과감한 컷의 상의로 주목받았고, 막스 마라는 한쪽 어깨를 완전히 드러내는 비대칭 숄더와 어깨를 옷으로 감추는 대신 비늘 같은 주름으로 시선을 뺏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프라다

프라다

막스마라

막스마라

 
8. 폴카도트
2019 SS 밀라노 패션위크 트렌드 중 가장 친숙하고 확실한 키워드는 ‘폴카도트’였다. 눈에 띄게 큰 물방울무늬 의상이 여러 브랜드에서 눈에 띄었다. 역시나 봄날의 의상에서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는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더욱이 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폴카도트는 여성을 가장 여성스럽게 만드는 힘도 가졌다.
막스마라

막스마라

프라다

프라다

 
9.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가방
패션 브랜드마다 의상만큼이나 신경 쓰는 것이 바로 가방이다. 대표 가방 하나가 한 해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브랜드마다 각기 개성 있는 형태의 가방들을 선보여, 오히려 ‘잇백’이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명함 크기만 한 초미니 가방부터 그물 백, 백팩, 사파리 백, 빅백 등 다양한 형태의 가방이 골고루 선보였다.
에트로

에트로

아이그너

아이그너

 
10. 남성스러운 실루엣
편안함을 주제로 잡은 여러 브랜드에서 남성적인 박스 실루엣이 여럿 등장했다. 심플한 디자인을 강조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특유의 남성 슈트 실루엣을 여성 의상에 등장시켰고, 질 샌더는 박스형 실루엣에 소매통을 크고 넓게 강조한 셔츠 등으로 미니멀리즘 패션의 정수를 보여줬다.
에르마노 설비노

에르마노 설비노

질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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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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