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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여성 위한 '화성이야기' 한글본 '정리의궤' 수원에서 복원

경기도 수원시가 왕실 여성들을 위해 '화성' 축조 과정 등을 한글로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리의궤(整理儀軌)』복제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작했다.
수원시는 17일 오전 시청에서 '프랑스 소장 『정리의궤』 복제본 제작 완료 보고회'를 열고 완성품을 공개했다.

 
『정리의궤』는 화성 축조 과정 등을 담은 『화성성역의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옮기는 과정을 담은 『현륭원 의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등을 한글로 종합 정리한 의궤다. 총 48책 중 13책만 현존한다. 한글의궤 중 가장 이른 연대의 의궤로 추정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 끝)과 이한규 제1부시장(왼쪽 끝), 안민석 국회의원이 관계자들과 함께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수원시]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 끝)과 이한규 제1부시장(왼쪽 끝), 안민석 국회의원이 관계자들과 함께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수원시]

 
하지만 국내에는 없다. 1887년 한국의 첫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1835~1922)가 소장하고 있다가 현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언어문명도서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 환수 문화재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채색본『정리의궤』(성역도)는 왕실의 기록문화뿐 아니라 당시 한글 언어생활까지 알아볼 수 있는 활용도 높은 문헌이다. 화성행궁도 등 수원화성의 주요 시설물과 행사 관련 채색 그림이 43장, 한글로 적은 축성 주요일지 12장 등 총 5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원시가 복제한 정리의궤. [사진 수원시]

수원시가 복제한 정리의궤. [사진 수원시]

수원시 김수현 학예사는 "화성성역의궤 등의 핵심 내용만 필사본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아 조선 정조시대나 정조 사후에 한글을 사용하던 왕실 여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2016년 7월 언론보도를 통해 한글본 『정리의궤』13책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료 확보에 나섰다. 
『외규장각 의궤』 반환(2011년) 후 문화재 환수에 민감했던 프랑스 입장을 고려해 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단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한다. 
이듬해부터 수원시 실무진과 전문가들이 프랑스를 방문해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을 제작을 협의했다. 
이후 1년여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국립동양어대학 관계자와 수십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 두 번째)과 안민석 국회의원(왼쪽 두 번째)이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수원시]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 두 번째)과 안민석 국회의원(왼쪽 두 번째)이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수원시]

 
복제는 한글본 『정리의궤』 조사·분석, 촬영, 이미지 보정·편집, 재료 제작, 인쇄, 표지 제작·장정(裝幀) 등 과정으로 이뤄졌다.
수원시 실무진과 전문가들은 올해 5월 다시 한번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국립동양어대학언어문명도서관을 방문해 사진 촬영, 색 감수, 실측 등 작업을 했다. 

6월에는 역사·서지학·종이·염료·장황(粧䌙)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회의를 열어 의견을 들었다.
이어 이미지 작업, 채색본 작업, 재료(한지·전통 먹·능화판) 제작 작업을 거쳐 복제본을 완성했다. 
 
현대 기술을 활용하면서 전통기법을 최대한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채색본 모사(模寫)는 모사 작가 정두희(문화재 수리기능자모사공) 영남대 교수가 담당했고, 한지는 한지 장인이 직접 떴다. 
표지는 무형문화재 이운천 선생이 능화판(菱花板)을 제작해 전통기법으로 염색했고, 책을 묶는 끈, 포갑(책을 싸는 상자)도 전통기법으로 제작했다.
수원시가 복제한 정리의궤. [사진 수원시]

수원시가 복제한 정리의궤. [사진 수원시]

 
염태영 수원시장은 "복제를 위해 한글본 『정리의궤』를 소장한 프랑스 기관을 설득하고, 촬영·실측을 위해 프랑스를 오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지난 2년 3개월 동안 수많은 전문가, 시민, 기관이 노력하고 헌신한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는 완성한 『정리의궤』본제본을 오는 18일부터 12월16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원의 궁궐, 화성행궁'을 통해 전시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18일 오후 2시 영상교육실에선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언어문명도서관 학술 총책임자 벤자민 기샤르(Benjamin Guichard), 아시아학술담당 솔린느러쉬세(SolineLau-Suchet)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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