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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소스로 맛낸 가지 덮밥, 그 냄새가 이웃까지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8)
삼식이 레시피는 더는 추억팔이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삼식이 레시피를 구상할 때만 해도 내가 자라나면서 먹었던 집 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뇌리에 남은 맛집의 음식을 재현하려 했다. 아니면 지난 1년간 요리학원에서 배운 것 가운데 맛있다고 생각하던 음식을 내 나름대로 소화해 스토리를 엮어나가려 했다.
 
외손녀와 같은 반에 다니는 쌍둥이의 엄마가 나의 팬이 되었는데, 텃밭에서 가지, 노각, 쪽파 등을 깨끗이 씻어 딸 편에 보내왔다. [사진 민국홍]

외손녀와 같은 반에 다니는 쌍둥이의 엄마가 나의 팬이 되었는데, 텃밭에서 가지, 노각, 쪽파 등을 깨끗이 씻어 딸 편에 보내왔다. [사진 민국홍]

 
그런데 최근 나한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솔직히 말하면 해보려 하지도 않았던 레시피 미션이 떨어졌다. 딸로부터 가지요리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딸은 내가 만든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늘 내 글이 나오면 지인들에게도 공유시키고 있었다. 친한 친구나 외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형들이다.
 
이 중 외손녀와 같은 반에 다니는 쌍둥이의 엄마가 나의 팬이 되었다. 그녀가 어느 주말 시댁이 있는 서울근교에 놀러 갔다가 텃밭에서 가지, 노각, 쪽파 등을 따서 깨끗이 씻어 딸 편에 보내온 것이다. 아내도 은근히 해보라고 부추긴다. 이러다 보니 나에게는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 된 셈이다.
 
요리를 어떻게 할까 구상했다. 나에게 생각나는 추억은 어렸을 때 먹었던 가지나물이나 볶음과 중국집의 가지요리였다. 집에서 먹던 가지요리는 기억에 별로였다. 밥할 때 찐 다음 쭉쭉 찢어 간장에 무친 나물은 간장 맛만 기억나고 들기름에 볶은 가지요리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중국집에서 본 가지요리는 인상적이었다.
 
스포티즌 대표 시절 중국집 ‘청담’이란 집을 자주 들렸는데 많은 여자가 가지 덮밥을 맛있게 시켜먹는 것을 보고 여자들이 참으로 가지요리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학동네거리 부근의 ‘브루스 리’라는 중국집에서 내놓는 가지 튀김은 매우 맛있었다. 한입 베어 물면 돼지고기의 육즙이 나오면서 그렇게 고소할 수 없었다. 이런 것을 단서 삼아 가지요리에 나섰다.
 
평소 요리를 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레시피를 찾아 보았지만 이번만은 그냥 본능적인 감각에 의존하기로 했다. 반찬을 만드는 게 아닌 만큼 덮밥 식의 메인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덮밥을 하려 하니 한국식 카레가 떠올랐고 내가 본 가지 덮밥이 중식이었다는 사실에서 굴 소스를 생각해냈다.
 
카레 하는 방식을 차용해 감자와 양파를 잘게 썰고 가지와 소고기 안심을 사용해 요리를 했다. 아랫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무슨 요리를 하느냐고 전화가 왔다. [사진 민국홍]

카레 하는 방식을 차용해 감자와 양파를 잘게 썰고 가지와 소고기 안심을 사용해 요리를 했다. 아랫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무슨 요리를 하느냐고 전화가 왔다. [사진 민국홍]

 
카레 하는 방식을 차용해서 감자와 양파를 잘게 썰어 들기름 3큰술과 다진 마늘 1큰술을 넣어 프라이팬에 볶다가 어슷하게 썬 가지 5개를 추가해 볶았다. 물론 가지는 소금에 30분 절여 짜주어야 한다. 볶음요리에 물기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른 프라이팬에 닭 가슴살 200g을 크게 썰어 볶은 다음 가지, 감자, 양파를 볶아 놓은 것에 합쳐 약한 불에 서너 번 휘저어 주다가 굴 소스를 한 큰술 넣고 골고루 입혔다.
 
해놓고 보니 훌륭한 한 끼니의 음식이 새로 탄생하여 있었다. 맛있게 먹고 난 다음 금방 닭 가슴살 대신 소고기 안심을 넣으면 좀 더 나은 요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주가 지난 주말에 다시 시도했다. 오후 5시 반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20여분 뒤 4층 아줌마한테서 아내한테로 전화가 왔다. 집사람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그가 옥상에 널어 두었던 빨래를 내리다가 꼭대기 층인 6층에 사는 우리 집으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난다면서 무슨 요리를 하느냐고 전화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요리한 다음 절반 가량을 덜어 아랫집으로 보냈다.며칠 뒤 아랫집에서 아내에게 " 먹어 본 가지 요리 중 가장 맛있다" 라며 극찬을 해왔다. [사진 민국홍]

우리 부부는 요리한 다음 절반 가량을 덜어 아랫집으로 보냈다.며칠 뒤 아랫집에서 아내에게 " 먹어 본 가지 요리 중 가장 맛있다" 라며 극찬을 해왔다. [사진 민국홍]

 
우리 부부는 요리한 다음 절반가량을 덜어 아랫집 아줌마댁으로 보냈다. 우리도 먹어보니 안심 가지 볶음에서 가지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났고 안심, 양파, 아삭한 감자 등이 잘 어울려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굴 소스 때문에 요리가 입에 척척 감겼다. 며칠 뒤 4층 아줌마가 아내한테 “살면서 먹어 본 가지 요리 중 가장 맛있다”라면서 “혹시 부군이 호텔 같은 데서 주방장을 했느냐”고 엄청난 리액션을 해왔다.
 
물론 그가 아내의 남편 자랑으로 내가 기자를 하다 대기업을 다닌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아마 덕담일 것이다. 그래도 요리하는 게 이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훈훈한 이웃 정을 쌓도록 한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리] 안심 가지볶음 만드는 법
[재료]
감자, 양파, 다진마늘 1큰술. 가지 5개, 소고기 안심 200g, 굴소스 한 큰술, 들기름 3큰술
 
[조리 순서]
1. 감자와 양파를 잘게 썰어 들기름 3큰술과 다진마늘 1큰술을 넣어 프라이팬에 볶는다.
2. 가지를 어슷썰기한 다음 소금에 30분 정도 절인 후 짜 준다.
3. 감자와 양파를 볶던 프라이팬에 절인 가지를 넣는다.
4. 다른 프라이팬에 소고기 안심 200g을 크게 썰어 볶는다.
5. 소고기 안심을 다 볶으면 감자, 양파, 가지를 볶은 것과 합쳐 약한 불에서 휘저어 준다.
6. 굴 소스를 한 큰술 넣고 골고루 볶아준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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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