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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5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공지가 올라왔다. 이더리움 출금이 지연된다는 안내였다. 이유는 거래소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이슈 때문이란다. 정확히는 이 모든 게 ‘고양이’ 때문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스타트업인 액시엄젠(Axiom Zen)이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의 게임, ‘크립토키티(암호고양이)’를 지난해 11월 28일 선보였다.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내가 수집한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와 교배해 새로운 고양이를 번식시키는 게임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이기 때문에 유일무이한, 복제가 불가능한 나만의 디지털 고양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얼리 어답터들이 열광했다. 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출시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2월 3일 기준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의 15%가 크립토키티 때문에 발생했다.
출처: 레딧

출처: 레딧

 
크립토키티 측은 8일 트위터를 통해 “네트워크 정체로 인해 번식을 위한 수수료를 0.001이더(ETH)에서 0.002이더로 올리는 중”이라고 공지했다. 수수료를 올리고 나서야 네트워크 과부하 문제가 해결됐다. 
 
크립토키티의 한계…확장성 해결의 역사
컴퓨터의 사양을 386, 486 등으로 분류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은 없었고, PC통신이 전부였다. 1997년 개봉한 전도연ㆍ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소리는 전화로 PC통신을 연결할 때 나는 기계음이다. 테트리스나 갤러그 같은 게임이나 가능했다.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은 꿈도 못 꿨다.
 
1998년 소위 ‘응칠(응답하라 1997)’ 세대를 휩쓴, 미국의 게임회사인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는 통신 속도의 일대 혁명을 몰고 왔다. PC방이 시골에까지 들어섰고, 집에도 ADSL이 깔렸다. 초고속 통신이 가능해져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이 인기를 끌었는지, 스타크래프트 덕분에 초고속 통신이 보급됐는지 선후 관계를 따지긴 어렵다. 다만, 이를 계기로 한국이 명실상부한 e스포츠 강국이 됐다는 건 분명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이라 인기를 끌었지,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크립토키티는 테트리스나 갤러그보다도 못한, 훨씬 간단하고 단순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돌리는 데에도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감당을 못했다. 아무리 탈중앙화 정신이 숭고하다고 해도 이 정도의 속도와 실용성으로는 블록체인을 채택할 이유가 없다. 성공한 플랫폼은 그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없어야 한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앱(DApp)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는 안 된다. 인터넷 수준은 돼야 한다. 이런 전제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확장성(Scalability))이다.
 
확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겨나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확장(expansion)‘, 혹은 ‘업그레이드(upgrade)’라고도 표현한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온체인 솔루션(On-chain Solution)과 오프체인 솔루션(Off-chain Solution)으로 구분된다. 먼저, 온체인 솔류선은 말 그대로 속도 문제를 체인 상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다. 초당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 싶으면 블록 사이즈를 키워 하나의 블록에 더 많은 거래를 담으면 된다. 2017년 8월 1일,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를 위시한 채굴자 집단들은 블록 사이즈를 늘린 비트코인캐시를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 했다.
 
반면, 오프체인 솔루션은 블록 사이즈는 건드리지 않는다. ‘세그윗(SegWit, Segregated Witness)’이 대표적이다. 블록 안에 존재하는 디지털 서명 부분을 따로 분리해 블록에 여유를 만들어 더 많은 거래를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의 예를 들어보자. 주인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게를 확장 이전하는, 곧 블록 사이즈를 키우는 방법이다. 가장 단순하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 뿐더러 장사가 계속 잘 될지도 알 수 없다. 반면, 오프체인 솔루션의 하나인 세그윗은 식당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식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치해 수용 가능한 손님 숫자를 늘리는 방법이다. 큰 돈 안 들이고 위험 부담 없이 손님을 더 받을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도 있다. 메인 체인은 그대로 두고 결제 채널을 따로 연다. 메인 체인에 거래가 기록되는 것은 채널을 열 때와 닫을 때뿐이다. 결제 채널에서 수십 번, 수백 번 거래가 일어나도 메인체인에는 딱 2번만 기록되기 때문에 메인체인에 과부하가 걸릴 일이 없다. 또한, 새로운 블록이 생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승인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채널을 열고 닫을 때에만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나머지 중간 과정의 거래는 수수료가 필요 없다.
 
번개처럼 거래를 처리한다고 해서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로 비트코인에 적용하는 확장성 해법이다. 이와 유사하지만 이더리움에 적용하는 확장성 솔루션은 라이덴 네트워크다. ‘라이덴’은 일본의 ‘라이진(Raijin)’에서 유래했다. 고대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을 의미한다.
 
플라즈마는 라이덴 네트워크처럼 블록체인 외부에 결제 채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더리움 블록체인 안에 또 다른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구조다. 곧, 하부 체인(Child-chain)을 통해 블록체인의 기록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이더리움 블록 사이즈를 줄일 수 있고, 빠른 속도로 디앱을 구동할 수 있으며, 수수료(Gas)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플라즈마 하부 체인의 유효성은 이더리움 메인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다. 오미세고(OMG)와 코스모스(Cosmos) 등이 상용화 파트너로 협업 중이다.
 
확장성 해법의 ‘끝판왕’ 샤딩
샤딩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의 ‘끝판왕’ 격이다. 플라즈마나 라이덴 네트워크 등과는 달리 온체인 솔루션이다. 온체인 솔루션은 메인체인 자체의 프로토콜을 변경해 메인체인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하드포크가 필수적이다. 오프체인 솔루션이 메인체인 바깥에 다른 시스템을 추가하는 식이기 때문에 하드포크가 필요 없는 것과는 구분된다.
 
데이터베이스의 양이 방대해지면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데이터를 분할해 사용해야 한다. 전체 시스템의 상태를 샤드(Shards)라고 하는 다수의 하위 상태로 분할하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각 샤드에서 거래를 처리한다. 병렬처리를 통해 확장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개의 트랜잭션이 있다면 이것을 10개씩 나눠 각각의 샤드를 만들고, 10개 샤드를 동시에 실행하는 개념이다.
 
가계부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가계부는 연 단위로 끊어 사용한다. 만약 가계부가 연 단위로 끊어지지 않고 쭉 나열돼 있다면 찾아보기 불편했을 것이다. 연 단위로 쪼개 놓으니 찾기 수월하다. 대신 2017년 12월 31의 잔액을 2018년 1월 1일에 정확히 옮겨 적어야 한다(물론 데이터베이스 상의 분할 작업은 가계부를 연 단위로 끊는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치 조우 쿼크체인 대표. 출처: 업비트

치 조우 쿼크체인 대표. 출처: 업비트

 
쿼크체인은 샤딩을 도입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메인체인은 두 층(레이어)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레이어는 탄성 샤딩 블록체인(샤드)를 적용하고, 두 번째 레이어는 샤드 블록을 확인하는 루트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현재 공개 테스트넷을 미국ㆍ유럽ㆍ싱가포르 등에서 운영 중이며 1만400O 이상의 TPS를 구현했다는 게 업체 측의 주장이다. 9월 13일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에서 치 조우 대표는 ”쿼크체인은 고성능 P2P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으로 높은 온체인 TPS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용량 시스템을 통해 현재 주요 블록체인이 직면하고 있는 확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드 체인, 블록체인의 한계를 넘다
사이드체인은 오프체인 솔루션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비슷하다. 말 그대로 풀자면 옆 체인 그 자체다. 여기서 ‘옆’은 장소가 아니라 연결과 이용의 의미다. 오프체인과 비슷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기존 체인을 이용하느냐 마느냐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메인체인은 혁신이 분명하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들이 있다. TPS가 비자카드 같은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치고,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서는 비트코인만 이체할 수 있다. 또,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는 스마트 계약을 코딩할 수 없다.
 
사이드체인은 이런 메인체인의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체인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빠른 결제에 초점을 뒀다면, 사이드체인은 기타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생겨난 확장성 솔루션이다.
제이슨 골드버그 OST 대표. 출처: 업비트

제이슨 골드버그 OST 대표. 출처: 업비트

 
예를 들어, 이날 UDC2018에서 제이슨 골드버그 OST 대표는 디앱의 확장성 솔루션인 ‘오픈 ST 모자이크 프로토콜’을 소개했다. 이 프로토콜은 초당 수백만 건의 거래를 가능케 하는 메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OST의 새로운 프로토콜을 통해 비블록체인 기업들도 특별한 개발 기술 없이도 손쉽게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블록체인으로 이동하고 ICO를 진행해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롱 팽 앨프 CTO. 출처: 업비트

롱 팽 앨프 CTO. 출처: 업비트

 
엘프(Aelf)는 ‘높은 확장성’을 대표적 특징으로 내세운다. 멀티체인 시스템을 이용한 병렬처리 분산형 컴퓨팅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빠른 거래 처리를 위해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PoW) 방식이 아니라 위임지분증명(DPoS) 합의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13일 UDC2018에서 롱 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하나의 메인체인과 사용자 정의(커스터마이징)가 가능한 컨센서스 메커니즘이 있는 여러 개의 사이드체인으로 구성된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이 글은 9월 13~14일 제주도에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총 10개의 시리즈 글이 매일 업데이트 됩니다.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https://udc.upbit.com/2018’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①블록체인, 이제는 서비스다(feat. 개발자)
②거래소, 도박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심장으로
③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확장성을 해결하라
④‘신뢰’의 블록체인을 지켜라: 보안과 보호
⑤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Platform for DApp
⑥살아남는 DApp의 조건…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라
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 요건, 스테이블 코인
⑧The rise of Tokenization
⑨DApp들이여, 루니버스에 올라타라
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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