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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동만 7만6000km... 끝내 "힘들다" 털어놓은 손흥민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경기를 끝마친 손흥민이 지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경기를 끝마친 손흥민이 지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말 오늘은 많이 힘들었다. 진짜 힘들었다."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 평가전을 마친 뒤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입에선 힘들단 단어가 자주 거론됐다. 최근 3~4개월여 동안 여러 나라를 돌면서 소속팀 경기는 물론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도 일정을 소화해 '혹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그의 이번 말은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손흥민은 90분 풀타임을 뛰면서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리고 1-0으로 앞서있던 전반 32분엔 황인범(대전 시티즌)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면서 공격포인트도 올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한국도 이후 파나마에 2골을 내줘 2-2 무승부를 거뒀다.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던 손흥민으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날은 손흥민의 올해 마지막 A매치였다. 소속팀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을 차출하는 과정에서 11월 A매치 차출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는 손흥민. [중앙포토]

12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는 손흥민. [중앙포토]

 
2018년 손흥민은 다사다난했다. 러시아 월드컵을 치렀고,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나섰다. 그리고 최근 들어선 A대표팀 주장 완장까지 찼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른 3개월여 사이에 많은 곳을 다녀야 했던 손흥민의 동선은 유럽에서도 화제였다. 지난달 13일 ESPN은 "손흥민이 경기에 출전한 시간은 약 1418분이며, 총 비행 거리는 약 4만7700마일(7만6765㎞)"라고 전했다. 지구 두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움직인 것이다. 
 
성과는 많았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인 독일전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렸고,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 금메달로 손흥민의 가치는 치솟았다. 지난달 초엔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축구연구소에서 손흥민의 이적 가치를 1억230만 유로(약 1338억원)로 산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손흥민은 "올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뜻깊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많은 걸 쏟아부은 만큼 후유증도 있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9~10월 사이에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A대표팀의 경우,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4경기에서 골이 없었다.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전과 세번째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에선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실축했다. 손흥민은 "자존심 상한다"며 아쉬워했다.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나마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늘 그래왔듯 골 침묵, 혹사 등 각종 문제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최근 골 침묵에 대해 "특별히 걱정 안 한다. 안 들어가는 부분은 당연히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당연히 골 욕심이 난다. 이렇게 많은 팬 앞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면 얼마나 좋겠나. 모든 선수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나보단 팀이 득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시간을 뛰는 것에 대해서도 "경기에 나서고 말고는 저의 권한이 아니다. 선수는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소속팀에 복귀해 잘 쉬고 잘 자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좋은 일이 많았다. 그 좋은 일로 지금 힘든 것 하나쯤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서도 '혹사 논란'에 대해선 "재미있게 뛰고 있다" "걱정만큼 힘들지 않다"는 말을 해왔다.
 
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전반전 손흥민이 관중들에게 응원을 독려하고 있다. [뉴스1]

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전반전 손흥민이 관중들에게 응원을 독려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평소에 비해 이날 손흥민은 "컨디션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더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 열릴 아시안컵까지의 과제에 대해서도 "소속팀에서 컨디션 조절을 잘하며 회복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대표팀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체력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밝힌 셈이다. 7만6000㎞ 이상 이동하면서 빡빡한 여름을 보내고, 처져있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부터 급선무란 의미다.
 
손흥민을 A대표팀에서 다시 보려면 내년 1월 16일이 돼야 한다. 토트넘과 축구협회의 협의에 따라 아시안컵 3차전 중국전이 열릴 이날부터 차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3개월여동안 손흥민은 소속팀에만 매진한다. 그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재미를 채워줘야 한다. 항상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소속팀에서의 목표에 대한 다양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둘 시기에 그는 우선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드는 자신과의 싸움부터 이겨내야 한다. 2018년 '대사(大事)'들을 훌륭히 치러낸 손흥민의 '또다른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천안=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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