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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내가 뽑은 예상문제 적중률 80%…시험지 받자마자 소름이

 정근모 박사가 경기고 1학년 때 대학입학 자격시럼에서 수석을 한 뒤 학생 잡지인 '학원'에 기고한 공부 방법. 핵심을 짚고 몰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적었다. [사진 정근모 박사]

정근모 박사가 경기고 1학년 때 대학입학 자격시럼에서 수석을 한 뒤 학생 잡지인 '학원'에 기고한 공부 방법. 핵심을 짚고 몰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적었다. [사진 정근모 박사]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데까지 해보자. 하늘이 도와주실 거야.”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 도착하자마자 자격시험을 보게 된 나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신께 빌고 또 빌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온 특별장학생이 첫 시험에서 낙제해서 돌아갔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책을 들었지만, 눈앞은 여전히 캄캄할 수 밖에 없었다. 영어로 된 과학 서적 20여 권의 책을 한 달 안에 독파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국인 전공자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낯선 단어나 과학용어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 표지. 농학과 축산학, 생화학으로 명성이 높으며 물리학과 원자력 공학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 활동에 연 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 [미시간 주립대 홈페이지]

미국 미시간 주립대 표지. 농학과 축산학, 생화학으로 명성이 높으며 물리학과 원자력 공학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 활동에 연 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 [미시간 주립대 홈페이지]

 
나는 눈을 감고 다시 기도했다. 그런데 문득 꾀가 하나 떠올랐다. 

“어차피 정상적으로는 책을 독파할 수 없으니 예상문제를 만들어 풀어보자.”
나는 그날부터 20여 권의 책을 차례로 넘기며 예상 문제를 만들어나갔다. 최종적으로 50개의 예상문제를 만들고 이 문제만큼은 나름대로 완벽하게 공부를 해나갔다. 
 
C학점을 목표로 전력투구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밤잠도 설쳐가며 시험 준비에 몰두했다. 지도교수가 이 이야기를 듣고 건강이 걱정됐는지 나를 찾아왔다.  
“미스터 정,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험을 앞두고 이렇게 잠을 자지 않으면 막상 시험 보는 날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그래서 수면제를 준비해왔으니 이걸 먹고 오늘은 잠을 좀 자도록 해요.” 
지도교수가 수면제를 권했지만 사양했다. 그랬더니 이런 말을 했다. 
“자격시험에서 A 학점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우선은 어떻게 해서든 C 학점이라도 받도록 하세요.”
정근모 박사가 16세인 고교 1학년 때 대입자격시험에 수석 합격한 소식을 전한 당시 학생 신문 기사. 그의 학습법은 당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사진 정근모 박사]

정근모 박사가 16세인 고교 1학년 때 대입자격시험에 수석 합격한 소식을 전한 당시 학생 신문 기사. 그의 학습법은 당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사진 정근모 박사]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사실 밤을 새워 공부하는 목표가 C 학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쫓겨나지 않고, 나라 망신은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C 학점을 장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지도교수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대답만 하고 다시 시험 준비에 몰입했다. 절박하니 공부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범답안 작성하며 자신감 얻어
그런데 예상문제를 만들고 모범답안을 작성하면서 내용을 깊이 있게 알아가는 공부법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예상문제를 뽑는 과정에서 20여 권의 책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고, 모범답안을 만들어가면서 이해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무턱대고 책을 읽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자신감이 생겨 심리적인 안정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공부 앞에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결과다.  

학교 당국에선 시험에 모두 6문제가 출제되고 이 가운데 5문제를 풀면 만점이라고 했다. 나는 50개의 예상문제 중 적어도 2개는 나올 것으로 확신했고, 3개가 나온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험 당일 문제지를 보는 순간 피가 역류하는 듯한 흥분감과 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6문제 중 4개가 예상문제와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2개 중 하나는 예상문제와 상당히 유사해 어느 정도는 답안을 쓸 수 있었다. 전혀 손을 댈 수 없는 문제는 딱 하나뿐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 속담은 헛말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정근모식 공부법'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건 우연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의 경험은 그 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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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