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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찬성” 경기 “반대” 인천 “글쎄” … 미니신도시 동상삼몽

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9·21 수도권 공급 대책’을 내놓은지 한달이 지났다. 서울 성동구치소 부지부터 인천 검암지구까지 공공택지로 지정된 8개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반대”와 “환영”이 교차하던 이들 지역을 한달만에 다시 찾아 가봤다.
 
서울 성동구치소 부지, 재건마을 
무허가 판자촌인 재건마을은 9·21 대책 이후 ’터전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중앙포토]

무허가 판자촌인 재건마을은 9·21 대책 이후 ’터전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중앙포토]

15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오금역에서 약 5분을 걷자 가락동 성동구치소 부지가 나왔다. 정문 위 커다란 플래카드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성동구치소 졸속 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직후만 해도 이곳 분위기는 플래카드 문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만난 주민들은 한달 사이 사뭇 다른 반응을 내놨다. 성동구치소 개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상당수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질까봐 우려했다. 그런데 일반주택이 들어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 정모(58)씨는 “일반주택과 신혼부부주택이 들어서고 복합시설이 생긴다면 동네가 젊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달라진 분위기를 읽는 두개의 키워드는 ‘일반 분양’과 ‘복합시설’이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에 따르면 성동구치소 부지에 공급될 1300가구 중 600가구는 일반 분양, 700가구는 신혼희망타운(분양형)으로 공급된다. 주민들이 반대해온 임대주택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성동구치소 일부 부지에는 교육문화복합시설과 지식산업센터가 조성된다. 전체 부지(8만4000㎡) 중 1300가구가 들어서는 땅을 제외한 3만2000㎡(9680평) 땅이 대상이다. 기피시설로 여겨진 성동구치소가 지난해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전된 후 지역 주민들은 구치소 부지에 교육문화복합시설을 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SH공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했다. 또 주민들이 요구해 온 교육문화시설 등이 들어서면 일대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동구치소 부지의 주택이 모두 일반 분양으로 이뤄지는 데는 SH공사의 사정도 있다. 구치소 부지는 SH공사가 문정동에 5600억원을 들여 법조타운을 짓는 대가로 법무부로부터 받은 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일반 분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개포동 재건마을은 성동구치소와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개포동 재건마을 주민들은 “터전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재건마을은 60여 가구가 있는 무허가 판자촌이다. 1980년대 말부터 강남 도심 개발에 밀려난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 340가구 중 60가구를 재건마을 주민들이 재정착하는 주택으로 짓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주민(61)은 “(시유지 불법 점용에 대한) 변상금 5000만원도 못 내는 형편인데 아무리 분양가를 싸게 한들 입주할 수 있는 주민은 없다”며 “수십년 살아온 곳에서 밀려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장은희 대구일보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경기 광명 등 5개 지역 인천 검암 
정부가 지난달 21일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 중 한 곳으로 발표한 경기 시흥시 하중지구 전경. [최모란 기자]

정부가 지난달 21일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 중 한 곳으로 발표한 경기 시흥시 하중지구 전경. [최모란 기자]

경기·인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개로 갈린다. 경기 5개 지역은 “졸속행정”이라며 반대, 인천 검암역세권은 개발 호재와 맞물리면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찾은 광명지역에선 반대 목소리가 더 커졌다. 하안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김혜정(44·여)씨는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인데 가뜩이나 광명지역은 저평가돼 가격이 낮았다”며 “최근 오름세를 탔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수천세대가 더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광명지역엔 수년내 주택재개발정비사업(뉴타운) 등으로 3만288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보금자리주택지로 지정됐다 해제된 광명동 등 일대에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반대 이유로는 교통문제도 꼽힌다. 하안 2지구에서 서울을 오가려면 편도 3차선인 철산대교를 지나야 한다. 광명시민 70%가 서울로 출퇴근하다보니 현재도 출퇴근 시간 2㎞ 안팎에 긴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곳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16일 “교통난 대책 없는 개발대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성남 신촌지구와 시흥 하중지구 등 일부 지역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신촌동 일대 토지주와 건물주 80여 명은 지난 11일 성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일부 주민은 삭발까지 했다. 김철혁(61) 성남 신촌지구 공공택지 지정 반대 투쟁위원장은 “49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행위허가, 토지거래 등이 제한돼 고통을 겪었는데 사유 재산을 싼값에 강제수용하려는 것은 국가폭력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시흥 하중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74)씨는 “조상이 준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언짢아했다. 의정부 우정마을 토박이 정병석(58·자영업)씨는 “주민들을 고향 집에서 하루아침에 내쫓으면 어디서 살라는 말이냐”며 허탈해 했다.
 
이같은 주민 반발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기 신도시때 만해도 ‘개발 보상금=로또’라는 공식이 성립됐으나 지금은 보상금으로 갈 곳을 찾을 수 없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9·21 대책’ 수도권 미니신도시 예정지

‘9·21 대책’ 수도권 미니신도시 예정지

반면 인천 서구 검암지역 주민들은 관망하고 있다. 공항철도와 연계된 광역교통망 계획과 제2 인천버스터미널 유치 등 검암역세권 개발 계획이 오래전부터 있던 차에 이번 계획이 나와서다. 검암역 인근 김영애(53) 부동산써브 서해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 발표 후 인근 아파트 105㎡ 가격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며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었는데 개발 계획이 앞당겨질 거란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의정부·인천=최모란·전익진·임명수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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