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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증권거래세 폐지할 때가 왔다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한국 주식시장을 만성 빈혈환자로 만드는 ‘흡혈 박쥐’ 같은 놈이 있다. 증권거래세다. 이 녀석이 얼마나 지독한지 연평균 6조 원의 돈을 투자자들에게서 빨아간다. 올해는 그 위력이 더욱 거세 8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들떠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 거래를 크게 늘렸다. 상반기엔 주가가 올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그 사이에 세금 걷는 국세청만 대박을 냈다.
 
증권거래세는 일종의 통행료다.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팔 때면 거래대금의 0.3%를 정부에 내야 한다. 너무 심하다. 증권회사가 주식매매를 중개해 주며 받는 수수료가 0.1%다. 증권거래세는 증권사 매매수수료의 3배나 된다. 지난해 정부가 6조3000억원을 거둬들이는 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올린 수수료 수입은 총 4조원에 머물렀다.
 
1962년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1996년 이후 22년째 세율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에 미국·독일·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이 거래세를 폐지했고, 중국·싱가포르·태국 등은 0.1% 선으로 크게 낮췄다.
 
과거 고성장·고금리 및 주가 상승 시대에는 투자자들이 이 세금을 편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성장·저금리와 박스권 주가 시대를 맞아 거래세는 무서운 괴물이 됐다. 투자수익을 깎아 먹는 차원을 넘어 증시의 유동성을 고갈시키고, 주가의 만성적 저평가를 조장한다.
 
때마침 정치권에서 인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 등은 증권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대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금융투자업계가 환영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도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세금을 걷는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시한다. 복지 및 공공 일자리 등 예산 쓸 곳이 허다한 상황에서 세수 공백이 커질 것이란 걱정에서다. 증시야 죽을 쑤든 말든 투자자들을 계속 ‘세금 인출기’로 본다는 방증이다.
 
증권거래세는 이제 폐지 내지 대폭 인하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이 세금은 돈을 까먹어도 무조건 내야 한다. 이런 불합리성 때문에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폐지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둘째, 정부가 시행 중인 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확대 방안과 충돌한다. 정부는 주식양도세(22%)를 물리는 대주주 요건을 현재 15억원(종목당 투자금액)에서 2021년 3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 어지간한 큰 손들은 죄다 걸려들 판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증권거래세를 과하게 물리며 했던 얘기가 ‘우리나라엔 주식양도세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게 깨지면서 적잖은 투자자들이 이중과세를 당하게 생겼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차제에 주식양도세를 일반 투자자에도 전면 시행하되, 증권거래세를 없애달라고 건의한다. 또한 주식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손질해 달라고 요구한다. 예컨대 ①이익에서 손실을 빼 실제 순익에만 과세하는 ‘손익 통산’ ②지난 몇 년 손해를 봤다면 손실액을 나중에도 빼주는 ‘이월 공제’ ③소액 및 장기 투자엔 세금을 감면하는 우대책 등이다.
 
업계에선 증권 세제가 이처럼 바뀌면 당장 세수가 줄겠지만 장기적으론 경제 전반에 큰 효과를 낳고 세금도 더 걷힐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본시장의 활성화로 벤처·혁신 기업들이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증시의 저평가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국민의 재산형성과 노후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도 고무적이다. 과거엔 주식양도세를 악재로 생각해 거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증권거래세 폐지와 동시에 묶이고 보완책도 마련된다면 괜찮다는 쪽이다.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있다.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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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