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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그예,

그예,               
-한영옥(1950~ )
  
시아침 10/17

시아침 10/17

붓꽃이
붓꽃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들고 나온
6월의 꽃봉오리 시절에도
알다시피 그 붓으로는
일획도 긋지 못한다
붓끝처럼 단정하다는 것이지
누가 먹 묻혀 그어보라 했겠는가
바득바득 덤비는 것들의 부류여
그예, 꽃봉오리를 획 분지르는 것들의 부류여
  
 
6월의 붓꽃 봉오리는 붓을 닮았다. 그래서 붓꽃이라 불리었겠지. 시인은 이 닮음에 의문을 던지는 가운데 인간의 오래된 병폐를 들추어낸다. 닮음은 같음이 아니다. 붓꽃이 붓과 다르듯 인간은 인형과 다르다. 붓꽃에 함부로 먹칠을 해서는 안 되듯 인간을 인형처럼 대하고 해쳐선 안 된다. 분질러진 꽃에도 다친 인간에게도 똑같이 피가 난다. 덤비는 것들의 부류가 세상을 활보할 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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