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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잠을 깊이 자는 능력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우리는 매일 밤마다 적멸(寂滅)을 경험한다. 생각 길이 끊어져 번뇌가 없이 지극히 고요하고도 편안한 상태, 즉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깊은 잠은 캄캄하여 아무것도 없고 시간도 정지한 죽은 상태 같지만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낮 동안 소진되었던 우리의 생명 에너지가 치유되고 충전되는 신비한 힘의 원천이자 무한한 생각들과 감정들이 솟아 나오는 탄생지다. 꿈이 없는 지극하게 평온한 본래의 상태로 잠시나마 돌아갔다 와야 모든 생명체는 다음 날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다. 마치 사람들이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깊은 잠이라는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 매일 밤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우리 현대인들에겐 이런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잘 살아도 잠을 못 자는 나라의 국민 행복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면 부족은 피곤함과 함께 주의력, 기억력을 떨어뜨려 교통사고를 낼 확률을 높이고 대인관계에서도 쉽게 짜증이 올라오면서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우울증과 같은 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면역력 저하로 각종 병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
 
지금처럼 바쁜 시대에는 잠을 깊이 잘 자는 것도 능력이 되었다. 종종 강연 중에 잠을 못 자서 괴롭다는 분들의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몇 마디를 적어본다. 잠을 못 이루게 만드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잠을 못 자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걱정이 많아서이다. 이럴 땐 잠자기 전에 15분 정도 집중적으로 걱정만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이 시간 동안 마음 안에 올라오는 모든 걱정을 흰 종이에 적어보는데, 대개의 경우 15분이 다 되기 전에 걱정할 거리를 더 이상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걱정거리들이 종이에 적혀 정리가 되다 보니 내일부터 이것들을 하나씩 차례로 처리하면 된다는 마음에 머리도 가벼워져 잠들기가 수월해진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두 번째로는,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억지로 잠에 들려고 뒤척이지 말고 오늘 나에게 감사했던 일 다섯 가지를 찾아 적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가 잠자기 전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꿈자리와 연결된다. 자기 전에 공포영화 같은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를 보거나 걱정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단 내 삶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감사한 일을 찾아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마음을 긍정적인 곳에 두게 되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세 번째, 인터넷보다는 책을 보고, 텔레비전보다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 것이 숙면에 더 도움이 된다. 핸드폰과 같은 전자기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정신을 팔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적절한 수면 시간을 놓치게 된다. 때문에 눈을 쉬어주면서 라디오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이 좋고, 굳이 무엇을 보고 싶으면 좋아하는 책을 보길 권한다. 서너 장만 보고 있어도 스르르 잠이 찾아올 것이다.
 
네 번째, 잠자기 두 시간 전에는 방의 형광등을 끄고 방 안을 은은하게 만드는 부분 조명이나 스탠드를 켜놓는 것이 좋다. 멜라토닌은 잠들기 두 시간 전부터 분비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맞춰 집 안의 밝기를 조절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밝은 형광등을 켜놓으면 우리 몸은 아직도 낮인 줄 착각해 깊은 잠을 못 이룰 수 있다. 또한 아침에 햇볕을 처음 쬐는 시점으로부터 15~16시간 후에 잠이 오게 우리 몸이 맞춰져 있어 그날 아침 햇볕을 쬐는 시간이 늦어지면 그만큼 늦게 잠이 온다고 한다. 즉, 그날 밤 취침 시간은 그날 아침에 정해진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술을 마시면 금방 잠이 오는 것 같지만 이른 새벽에 잠을 깨게 만들어 수면 사이클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 때문에 잠자는 문제로 걱정이라면 술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은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순차적으로 빠져들어야 숙면을 취하게 되는데, 술을 마시면 바로 깊은 잠을 자게 한 후 금세 얕은 잠으로 빠져나와 다시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양질의 수면을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잠자는 방 안 공기가 약간 차가울 때 잠이 잘 오고, 더운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한다면 잠자기 90분 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목욕을 통해 따뜻했던 몸의 온도가 정상 온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체온이 낮아지는데 이것이 잠을 잘 오게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잠을 잘 자는 능력도 노력을 하면 할수록 키워지는 것 같다. 부디 오늘 밤은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 푹 쉬시길 바란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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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