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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발언 잡아떼는 강경화, 北에 알아서 기는 조명균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말씀”이라고 해석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국감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더 이상 함께 피 흘린 충실한 동맹이 아니라는 뜻”(해리 카자니스 국가이익센터 국장), “소통 없이 질주하는 한국에 대한 불만”(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이란 미국 내 지적과는 180도 궤를 달리한다. 제각각이다. ‘해석’의 영역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가지. 트럼프는 어느 동맹, 우방에도 ‘승인’ 같은 단어를 쓴 적이 없다. 유독 우리에게만 집중된다. 또 하나, 개선의 징후가 없다. ‘승인’ 발언 바로 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트집잡았다. “터무니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칭찬에 익숙해진 트럼프가 우쭐해졌거나, 북한과 ‘딴살림’ 차리려는 한국에 화가 났거나 어느 한쪽이다. 주도권 없는 상황에서의 ‘양다리 전략’은 그래서 위험하다. 치켜세우기만 하면 모든 게 다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제때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았던 반동(反動)은 한국에 대한 경시와 괄시로 나타났다. 아무리 북핵 문제가 시급해도 ‘굽신 외교’와 ‘실용 외교’는 별개다.
 
모든 정점에 청와대가 있지만, 외교·안보 진용의 무개념 행태는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지난 3일 인터뷰 내용에 대해 “난 (북한의 핵 신고를) 미루자, 딜레이(연기)하자는 발언은 분명히 안 했다” “(언론과 야당 주장은) 왜곡이다”고 주장했다. “WP 온라인에 가면 내 정확한 언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강 장관 말대로 WP의 일문일답, 기사를 몇 번이고 읽어 봤다. 미국 기자들과도 의견을 나눴다.  
 
분명 강 장관은 ‘딜레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 북한이 ‘우리 (핵) 목록이 여기 있다’ 하게 되면 논쟁과 검증 논의에 길고 긴 시간이 걸린다” “(핵 신고를 우선한)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등 누가 봐도 북핵 신고에 앞서 ‘영변 핵 폐기-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WP가 “핵 신고 연기(hold off)를 제안했다”고 쓴 이유다. 그걸 한국 언론이 인용했다.  
 
강 장관은 다시 한번 WP 온라인에 가 본인 답변의 맥락을 확인하기 바란다. 그게 정말 왜곡됐는지 말이다. 일국의 외교부 장관이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코너에 몰렸다고 그렇게 잡아떼는 게 아니다. 가짜뉴스보다 가짜 해명이 더 나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한술 더 떴다. 15일 남북 고위급회담에 풀 기자로 출발하려던 탈북민 출신 김명성 기자를 배제했다. “중요한 회담인데, 김 기자가 가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서 ‘탈북민에 대한 차별’은 아니란다. 3만2000명 탈북민을 모독하고,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는 언사다.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태가 커지니 “불상사가 우려돼 취재를 막았다”는 식으로 뒷수습에 나서려는 모양인데, 그럴 권리 따위는 통일부에도, 청와대에도 없다. 인종 차별, 이민자 차별을 일삼는 트럼프도 이런 짓은 안 한다.  
 
이렇게 굽신거리면 평화를 얻고, 북한의 마음을 얻을 것으로 봤다면 큰 오산이다. 김정은도 트럼프와 다를 게 없다. 심기 살핀다고 마음을 줄 리 없다. 가령 얻는다 치자. 그래서 우리는 행복할까. 알아서 기는, 북한에 잘못 길들여져 가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고 무섭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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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