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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도 휴대폰 원격진료 … 한국 18년째 막혔다

산업 성장 막는 ‘붉은 깃발’ 조례 ① 
인도네시아에 사는 바유 수르야(28)는 눈이 아플 때면 스마트폰 원격진료 서비스인 ‘할로닥’을 사용한다. 리스트에서 원하는 의사를 선택해 영상통화로 진찰을 받는다. 보험 처리는 물론 의약품 처방부터 구입·배달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바유는 “교통체증이 심한 자카르타에서 병원에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만 약 200만 명이 할로닥을 이용하고 있으며 2만 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다. 의료 분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태국·싱가포르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링엠디’ ‘닥터 애니웨어’ 등 원격진료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원격 의료 시장 규모

세계 원격 의료 시장 규모

미국·일본·중국 등은 물론 동남아에서도 원격진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다.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의료법 때문이다. 2000년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세 차례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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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원격진료를 수단으로 열 수 있는 의료 신산업이 무궁무진하다”며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정보기술(IT)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세계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원격진료 시장 규모는 2015년 181억 달러에서 2021년 412억 달러(약 46조5000억원)로 커질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주요국에서는 이미 원격진료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5.1% 성장세를 기록했다. 감염병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는 2014년 라이베리아에서 의료봉사 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 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 화상통화와 무선 송수신 기능을 갖춘 전자청진기 등을 이용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포켓닥터’를 2년 전부터 도입한 일본은 지난 4월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인도네시아 원격진료앱 200만 명 이용 … 일본선 관련 규제 대거 풀어

 
도쿄에 위치한 ‘신롯폰기 클리닉’은 외부 시선 때문에 통원을 꺼리는 정신과 상담이나 금연치료 등에서 이용 빈도가 높다. 캐나다에서는 1175개 지역에 5710개 원격의료 시설이 구축돼 총 인구의 21%가 혜택을 보고 있다.
 
김용준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는 “중국은 스마트폰과 원격진료를 결합해 알리바바·바이두 등이 금융·헬스케어·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소비자 효용은 물론 의료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막힌 것은 대한의사협회·한의사협회·간호협회·병원협회 등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대 때문이다. 불완전한 진료와 처방이 이뤄질 수 있고,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생겨 동네·지방 병원 진료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의 골자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일단 원격의료를 허용해 놓고 만성질환 관리로 대상을 넓히겠다는 의도라 수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원격진료의 기대 효과는 크다. 병원을 찾는 수고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직장·육아로 바쁜 30~40대부터 장애인·노인 등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이 넓다. 도서벽지·군부대·교정시설 등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고령화 시대에 폭증하는 만성질환자 관리와 의료비 절감에도 효율적이다.
 
국내 시범사업이나 해외 연구를 통해서도 실효성은 입증됐다. 2016년 1월 보건복지부가 148개 참여기관(환자 53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당뇨병·고혈압 환자의 증상이 개선됐다. 오진이나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소아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긴급 응급처치나 환자 이송 여부 등에 대한 판단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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