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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정부의 빈약한 외교적 상상력

유럽 순방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어제 문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오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래야 남북 간, 북·미 간에 신뢰가 쌓여 비핵화에 속도가 붙을 거라는 게 문 대통령의 논리다.
 

결정적 비핵화 없이는 안 된다는 게 여론
철도·도로 연결도 유엔 제재 위반 소지 커
트럼프 외에 의회, 싱크탱크도 설득해야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 의지를 보일 때까지 유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이 합당히 지켜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젠 미국도 잘 쓰지 않는 CVID란 용어가 양국 공동선언에 들어간 것도 프랑스의 강경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측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로서는 대북제재 결의안에 쓰인 문구를 인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불신하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정확히 반영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액면 그대로 볼 경우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게 되면 제재를 풀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 북한이 내놓은 조치는 미래핵 개발을 중단시킨 것일 뿐 현재핵의 폐기와는 동떨어진 것들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5대 핵 클럽 가입국이다. 그런 독점적 지위를 ‘비핵화 의지’만 믿고 북한에도 내줄 것으로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빈약한 외교적 상상력이 걱정스럽다.
 
그제 남북이 고위급회담을 열어 늦어도 12월 초까지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문제다. 한국이 앞장서서 유엔 대북제재를 허물려는 오해를 주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에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를 공급·판매·이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월 말에는 남북 공동조사가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됐지 않은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외치고, 지나치게 남북 경협을 서두른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미 워싱턴포스트·AP통신·블룸버그 등은 일제히 “미 정부는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데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끌어안으려는 열망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북한과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에 합의해 미국에 저항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정부가 국제사회와 마찰을 줄이고 효율적인 대북 정책을 구사하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그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하면서도 승부사적 기질을 활용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트럼프 올인’ 정책은 갈수록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 대외정책을 움직이는 의회와 싱크탱크 등이 북한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정부는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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