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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민주당 법안대로면 MB 쥐XX 말해도 잡혀갈 판"

민주당 “가짜뉴스 삭제” 유튜브에 요청했다 사실상 퇴짜
 
박상기 법무부·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온·전현희 의원, 안진걸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특위 멤버들이 15일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구글코리아 관계자에게 유튜브에 게시된 가짜뉴스 104건을 삭제해 달라며 협조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이들이 제시한 ‘가짜뉴스’ 목록에는 ▶문재인 대통령 건강이상설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대북 쌀 지원 때문에 쌀값이 폭등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박광온 의원은 20여 분간 면담 뒤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려 한 것”이라며 “구글코리아가 ‘검토 후 반영할 건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파악한 구글코리아의 입장은 박 의원 말과는 조금 달랐다. 민주당의 삭제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자 구글코리아 측은 “유튜브는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견해라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증오심 표현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진실’은 파악되기가 종종 어렵다. 또한 언제나 옳거나 그르거나의 이분법적이지 않다. 팩트 또한 증명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며 “시청자들에게 가능한 최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뉴스와 믿을 수 있는 출처가 더 명확하게 알려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로 주장이 엇갈릴 수 있는 ‘가짜뉴스’보다 ‘증오 유발 콘텐트’에 대한 규제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의 이런 입장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시행하는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규제를 위해 독일이 지난해 도입한 네트워크법을 벤치마킹했다고 했지만, 정작 독일의 해당 법은 가짜뉴스보다 혐오·증오 표현 제재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광온 의원(오른쪽 둘째) 등 민주당 가짜뉴스대책 특별위원회가 지난 15일 구글 코리아를 방문해 유튜브 콘텐트 104건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 [뉴스1]

박광온 의원(오른쪽 둘째) 등 민주당 가짜뉴스대책 특별위원회가 지난 15일 구글 코리아를 방문해 유튜브 콘텐트 104건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 [뉴스1]

이에 반해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가짜정보방지법’은 ▶언론사 스스로 오보를 인정한 경우 ▶법원 판결 ▶언론중재위원회 결정 ▶선거관리위원회 판단 등을 가짜뉴스의 정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뉴스의 진위를 직접 법적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가짜뉴스 제작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처럼 요즘 여권은 연일 가짜뉴스 공세를 벌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짜뉴스는 허위 조작 정보로 여론을 교란하고 건전한 국론 형성을 방해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종의 사회적 독극물, 사회악”이라고 비난했다.
 
법무부도 나섰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허위조작정보 사범의 배후에 숨은 제작·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허위성이 명백하고 중대한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가짜뉴스 사례엔 2013년 목사 조모씨가 인터넷방송에서 “박근혜는 김정일과 불륜관계”라는 등의 허위 내용을 발언한 경우도 들어 있다. 보수진영에서 가짜뉴스 단속에 반발하는 것을 감안해 박 전 대통령 사례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조작한 사실’로 규정했다. 단순 오보나 합리적인 의혹 제기까지 처벌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선 가짜뉴스를 자체 인지해 수사하겠다는 경고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가짜뉴스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을 근거로 처벌하고 있는데도 이를 인지 수사하겠다는 것은 사법당국이 피해자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과도할 경우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가짜 정보의 정의를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표현·언론 자유를 해치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발언의 자유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된다. 나쁜 의도를 가진 권력이 남용할 소지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 법안대로라면 ‘이명박 쥐××’라고 한 사람은 다 잡아가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쥐가 아닌데 쥐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역사를 봐도 어떤 잘못된 주장이 나왔을 때 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뤄지면서 사실이 확립돼 가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막아놓은 것과 그런 논박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 중에 어떤 게 민주주의를 위해 이로운 것인지 판단해 보라”고 덧붙였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단순히 잘못된 정보를 말했다고 처벌하는 법은 없다”며 “단지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이를 처벌할 수 있는데, 이런 법안을 만들려는 의도를 모르겠다.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자율적으로 자정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소속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나는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의 적이고, 민주주의를 교란시킨다고 확신한다.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도 아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처벌함에 있어 자칫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방식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누가 가짜뉴스를 판단할 권한을 갖느냐,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 기존 언론법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SNS 등 플랫폼사업자를 어떻게 규제의 틀에 넣을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신중하게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가짜뉴스 단속 방침은 공권력이 조직폭력배를 소탕할 때나 쓰는 방식이다. 민주 사회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사회 분위기를 경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정진우·하준호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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