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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막힌 초소형 전기차, 올림픽대로 못 달린다

산업 성장 막는 ‘붉은 깃발’ 조례 ① 
판교의 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스타트업 전용 무료 통근버스를 운행할 계획을 세우고 성남시청을 찾았다. 대기업들이 전세버스를 빌려 임직원 통근용으로 이용하는 것에 착안했다. 이 스타트업은 통근만 하는 게 아니라 푸드트럭을 개조해 기업설명회를 여는 프랑스의 스타트업처럼 버스 안에서 기업설명회를 열 수 있도록 내부를 독창적으로 꾸밀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전세버스보다는 자가 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쉽게 허가가 날 줄 알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여객운수사업법 규정을 들어 거절했다. 무료로 운행하더라도 해당 업체가 광고 효과 등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이 금하고 있는 ‘무허가 차량을 이용한 영업행위’로 본 것이다.
 
이 스타트업 관계자는 “일부 백화점은 대중교통이 열악한 지역을 다닐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 고객용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곳도 있다”며 “제2 판교도 대중교통이 불편한 상황이라 허가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선 공무원들의 ‘탁상 규제’가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규를 폭넓게 해석하면 허용될 여지도 충분하지만 ‘안 되는 이유’부터 찾으려는 관료들의 ‘보신주의’ 탓이다.
 
르노가 개발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프랑스에선 간선도로 주행도 가능하다. 한국에선 간선도로 주행은 안전상의 이유로 막혀 있다. [사진 르노삼성]

르노가 개발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프랑스에선 간선도로 주행도 가능하다. 한국에선 간선도로 주행은 안전상의 이유로 막혀 있다. [사진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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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선 시내는 물론 간선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 르노삼성 ‘트위지’ 모델은 한국에선 오토바이 취급을 받는다. 국토교통부가 도로 주행이 가능한 차량으로 판단했더라도 경찰청이 안전을 이유로 올림픽대로 등 간선도로 주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안전을 강조하는 경찰청 입장을 이해한다. 다만, 간선도로 진입이 가능한 차량을 선별하는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미래 차 산업 성장은 물론 안전성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소규모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설계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도 있다. 섬유·조미료·화장품 첨가제 등을 생산하는 중소 화학업계에 대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 화학물질평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매년 1t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 물질에 대해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한 이 규제는 재무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법안이 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양수 염료안료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은 큰 부담이 안 되겠지만 한 해 5억~10억원 정도 순이익을 올리는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탁상 규제’를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규제 엥겔지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기업이 규제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을 기업의 매출액 등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얼마나 많은 규제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영재 코이스라시드파트너스 대표는 “규제를 감당할 능력만큼 규제를 가하자는 취지”라며 “중소기업의 규제 부담을 숫자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관리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시행 중인 ‘규제 비용 총량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과거 규제를 없애자는 게 핵심이다. 영국은 2016년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3개를 없애는 ‘원 인, 스리 아웃’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하나의 규제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둘을 없애는 ‘투 포 원 룰’을 만들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그 결과 미국은 지난해 3개의 새로운 규제를 입법했고 67건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5억7000만 달러(64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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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