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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기업인 증인 남발 … 기부 적다며 5대그룹 임원 호출도

황창규 KT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등 증인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뉴스1]

황창규 KT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등 증인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뉴스1]

국정감사에 출석 요청을 받는 기업인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또 출석 기업인의 3분의 1 이상이 고유의 기업경영 관련 일로 국감에 불려갔다. 국감이 정부와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기업감사’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2000년 이후 국감 증인 채택 현황과 사유를 분석한 결과, 2012년 19대 국회 출범 이후엔 매년 100명 이상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불려나갔다. 지난해엔 기관 증인을 제외한 전체 일반인 증인(263명) 중 절반(133명·50.6%)이 기업인이었다. 2000년에는 출석 요구를 받은 일반인 증인 수가 총 270명이었고, 그중 기업인은 60명(22.2%)에 불과했다.
 
물론 올해 국감에선 기업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매년 증인으로 불려나왔던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대부분 제외됐기 때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을 앞두고 “개별 사안에 대해 총수를 전부 부르는 것을 지양하자는 데 공감대가 마련돼 왔고, 이것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총수 이름만 빠졌을 뿐 증인 출석 요청을 받은 기업인 수만 놓고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20대 국회는 지난 어떤 국회보다 많은 기업인을 국감장에 부르고 있다. 16대 국회의 경우 평균 57.5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일반인 증인 중 기업인 비율은 30.5%였다. 17대 국회는 이보다 수와 비율 모두 적었고, 18대와 19대는 평균 76.5명과 120명을 불렀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지난 2년간 증인 채택한 기업인은 평균 126명 달했다. 지난 10일 시작된 올해 국감 역시 일반인 증인 명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임위를 제외하고도 이미 채택된 기업인 증인 수만 100명이 넘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만 안 불렀을 뿐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국감에 불러세우는 관행은 몇 년째 그대로”라고 하소연했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른 사유 역시 국감의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에선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지난해 증인 채택 사유를 분석한 결과, ‘기업 경영 사항’이나 ‘경영환경 일반’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례가 합쳐서 37.6%에 달했다. 또한 기업의 ‘부정행태 관련’ 사안으로 기업인을 부른 경우도 36.8%였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앞서 대법원으로부터 과징금 처분 취소 판결을 받은 ‘라면값 담합 관련’ 사유로 증인 채택돼 지난해 국감장에 섰지만 라면값 담합 관련 질문은 나오지도 않았고, 전체 질문도 한 개에 불과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하이트진로 희망퇴직 등 노사관계’와 관련해 출석 요청을 받았고,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의 증인 채택 사유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이었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이미 관련 기관에서 살펴봤거나 확인해야 할 문제와 관련해 과도하게 많은 기업인을 불러내고 직접 질타하는 게 국감의 본래 취지나 기능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감의 경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모으는 데 민간기업의 기부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등 5대 그룹 임원을 국감장에 불러모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 경영 관련 사안에 대해 질책하는 건 국감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고, 효과도 없다”며 “‘보여주기’식으로 기업인들을 불러 야단칠 게 아니라 국감의 취지와 법에 맞게 기관을 견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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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