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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반도체 석·박사 34% 모자라는데 … 정부는 현장과 동떨어진 통계만

최현주 산업부 기자

최현주 산업부 기자

국내 반도체 업체 종사자를 만나면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중소업체의 경우 사람을 구하기 힘든 이유는 다양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나 외국계 기업만 가려고 한다”, “급여 수준이 국내 산업 평균의 120%라고 해도 일이 힘드니 버티지 못한다” 등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인력난을 호소한다. 즉 모든 업체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 대학과 손잡고 인재 키우기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 2~3년간 협회 등을 통해 정부에 꾸준히 인력난을 호소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반도체 인력 수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 현장에선 이렇게 인력난을 호소하는데 정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려 만큼 인력난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근거는 다른 산업보다 인력 수급 상황이 괜찮다는 통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05년부터 매년 국내 사업체(근로자 10인 이상)를 대상으로 산업기술인력(고졸 이상) 수급 실태조사를 한다. ‘산업기술인력의 정확한 수급 현황 파악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인력 부조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국내 산업기술인력 부족률(2016년 기준)은 2.4%다. 반도체는 1.5%에 불과해 평균보다 인력 부족이 덜 한 것으로 나온다. 정부와 현장이 느끼는 온도 차가 큰 것이다.
 
반도체는 공정에 직접 관여하며 현장 일을 맡아줄 엔지니어도 필요하지만, 사실 당장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모셔오기 바쁜 인력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을 맡아줄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신입사원(대졸 이상)을 뽑을 때 석박사 인원 비중을 정해놓지 않는다. ‘없어서 못 뽑는 상황’이라 얼마나 석·박사급 지원자가 많은지에 따라서 해마다 비중이 달라져서다. 이들 업체 반도체 인사 담당자가 “석박사가 입사 지원해서 불합격하는 일이 최근엔 드물다”고 할 정도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선 석·박사 인력(2016년 기준)이 33.8% 부족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학력별 부족 인원은 별도로 따져보지 않는다. 고졸 이상 인력을 전부 뭉뚱그려 집계한 통계만 붙잡고 있다.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들은 지난 10년 새 반도체를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걱정한다(중앙일보 2018년 10월 13일 자 '반도체로 먹고사는데 석박사 절반 줄었다' 참조).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 중 10년 이상 경력자(박사 포함)가 10명 이상 재직하고 있는 곳은 100곳 중의 8곳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R&D 인력 지원이 필수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과 유리된 통계에 의존해 그간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를 떠받치는 산업이다. 현장의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빨간 불이 켜진 반도체 인력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최현주 산업부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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