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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혼돈의 계절 … “바닥 아직 확인 못했다”

최근 약세를 지속한 코스피 지수가 16일은 전일과 같은 2145.12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약세를 지속한 코스피 지수가 16일은 전일과 같은 2145.12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전망의 계절’이어야 할 10월이 ‘혼돈의 계절’로 변해버렸다. 한 해 증시를 갈무리하고 연말과 내년을 예상해봐야 하는 시기지만 지난주의 증시 폭락이 모든 상황을 뒤바꿨다.
 
본지가 16일 국내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증권사들의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주가지수 전망치에 대한 질문에 한 곳은 아예 전망치를 내놓지 못했고, 세 곳은 최고치나 최저치를 적시하지 않거나 잠정치만 내놓는 ‘반쪽 전망’에 그쳤다. 그러면서도 “주가지수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데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의 코스피 지수 예상치를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KB증권은 “증시 전망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주가지수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투자는 고점이 2400~2590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저점에 대한 예상치는 내놓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반대로 저점이 2040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 5곳 센터장의 증시 전망

대형 증권사 5곳 센터장의 증시 전망

2000~2500의 코스피 지수 밴드를 제시한 삼성증권도 ‘잠정치’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나금융투자(2100~2450)만 예상 진폭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지난주의 전 세계적인 증시 폭락이 불러온 현상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3% 넘게 추락하는 ‘검은 수요일’이 발발했고, 이는 국내 증시에 ‘검은 목요일’을 불러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이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충격, 접점을 찾지 못하는 미·중 무역 분쟁, 미국 정보기술(IT)주 실적 논란까지 겹치면서다.
 
코스피가 단숨에 2100대 초반으로 내려앉으면서 올해 코스피 저점을 2150~2290으로 내다봤던 주요 증권사들은 기존 전망치를 모두 폐기해야 했다. 방향타를 잃은 증권사들은 대부분 새로운 전망치를 명쾌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추가로 5%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 증시에도 추가 조정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시중 금리의 추가 상승은 미국과 국내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미·중 갈등 여파로 수출 등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좁은 박스권 내에서 코스피 시장의 ‘일진일퇴’ 공방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급락으로 두려움이 커진 시장에서는 숨어 있던 폭탄들도 잘 드러나 보이는 법. 서영호 센터장은 “신용거래융자 축소 과정에서 추가 지수 하락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 흐름 좋은 가치주, 바이오·미디어 부문 눈여겨 봐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로부터 투자자가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걸 뜻한다. 빚을 내 산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팔아(반대매매) 돈을 회수한다. 이 경우 주가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합쳐 1년간 3조원 이상 늘어나 11조3643억원에 이른 상황이다.
 
반등의 희망은 없을까. 역시 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에 달려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주가지수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경제 둔화 우려와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무게를 둔 미 Fed의 매파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가중된 데 따른 것”이라며 “해당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증시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안도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갯속 증시에서 자산을 대피시킬 만한 곳은 어디일까. ‘혼돈의 계절’에 선뜻 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리서치센터장은 업종 추천을 하지 않았다. “주가 하락 상황에서 주도 업종을 찾기 어렵다”(양기인 센터장)는 이유에서다.
 
윤희도 센터장은 “현 국면에선 업종별 접근보다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일부 종목 위주의 접근이 유효하다”며 “배당이 높은 우선주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동석 센터장은 “업종 제시는 어렵다. 다만 현금 흐름이 좋은 가치주, 높은 배당 성향의 고배당주, 경기 방어주 등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짚었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영호 센터장은 “세계 증시 조정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홀로 버티기는 어렵다”며 “자산 배분 측면에서 환 노출형 미국 주식 상품과 한국 채권을 두 축으로 한 구성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다른 신흥국 자산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달러 강세 효과가 이를 만회할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양기인 센터장도 “자산 배분 측면에서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국내 증시에서 희망을 찾아보겠다는 투자자들은 ‘작지만 잠재력 있는’ 주식에 눈을 돌려보라는 권고를 참고할 만하다. 조용준 센터장은 “경기에 민감한 대형 수출주보다는 중소형 성장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바이오, 중국 관련 소비재,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주시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서영호 센터장은 “단기로는 내수 가치주, 실적 발표가 중반을 넘어가는 이달 말 이후에는 낙폭 과대 성장주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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