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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걸어놓고 봉급 … 어린이집 ‘가족 경영’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2년 전 자신의 여동생을 보조교사로 채용했다. 그는 열흘정도 일하는가 싶더니 이후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 보조교사는 하루 4시간 보육교사를 도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정부가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월 84만원 가량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보조교사가 도와줘야 할 일을 혼자 하려니 너무 힘들다. 하루 1시간 휴게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라며 “2년간 이름만 올려두고 2000만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빼먹은 셈”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 가방, 성인용품 구입 등에 교비를 부정 사용한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어린이집도 조사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다. 5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직장맘 이모(38·서울 송파구)씨는 “어린이집도 사정이 비슷할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과 같은 회계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효정 중원대 보육학과 교수는 “어린이집에는 2013년 무상보육과 함께 회계관리시스템이 도입됐다. 수입·지출 내역이 자동으로 지자체로 보고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지자체가 조사를 나간다”라며 “유치원과 비교하면 심하다 싶을 만큼 회계 부분은 감시가 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고발한 사례처럼 원장 가족을 보육교사나 운전기사·조리사 등으로 앉히고 실제 일은 하지 않으면서 보육료 지원금만 챙기는 일부 어린이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경기 수원시의 어린이집 네곳에서 이런 식의 ‘가족 경영’ 어린이집이 적발됐다. 원장 남편을 운전기사로 채용한 뒤 실제 운전은 보육교사에게 맡긴 곳, 원장 딸이 보육교사로 일하는 것처럼 이름을 올린 뒤 실제로는 다른 반 교사에게 두 반을 맡긴 곳 등이다.

 
영유아보육법은 모든 종사자가 어린이집의 부정행위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육료 지원금 허위 수령, 급식 관리, 아동학대 등이 신고 대상이다. 가족 경영 어린이집에선 내부 고발이 어렵다. 김명자 보육교사연합회 대표는 “교사들이 원장 가족은 ‘갑’이다. 부정행위를 목격해도 신고를 꺼릴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등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지난 7월 생후 11개월된 영아를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킨 서울 강서구의 보육교사는 원장과 쌍둥이 자매였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권병기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시설로 전환할 때 가족을 종사자로 두지 못하게 정리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가족 경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곽문혁 한국어린이집연합회 민간분과위원장은 “빠듯한 보육료 틀 안에서 운전도 하고, 건물도 관리하고 하는 식으로 여러가지 일을 도맡아서 해줄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아서 가족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 어린이집을 싸잡아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가족 경영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남희 참여연대 팀장은 “당장 가족 채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지자체가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원장·교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가족 경영 어린이집 등을 포함해 어린이집 비리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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