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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온 봄의 소리, 내 그림은 시대의 기록

이종구 작가가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그린 ‘봄이 왔다 4’(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사진 학고재]

이종구 작가가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그린 ‘봄이 왔다 4’(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사진 학고재]

두 마리의 누런 소가 커다란 화폭을 꽉 채웠다.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른 풀밭을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이다. 작품 제목은 ‘봄이 왔다 4’.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종구(64·중앙대 교수) 화가의 개인전 ‘광장_봄이 오다’에서 만난 작품이다.
 
깊어 가는 가을에 열린 전시 제목치고는 좀 생뚱맞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4개의 ‘봄이 왔다’ 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4개 작품 중 2개의 작품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남북 두 정상을 그린 것이기 때문. 지난달 20일 두 정상이 백두산을 찾기 전인 지난 여름에 작가가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었다. 작가가 꿈 꾼 ‘봄’은 갑자기 그렇게 왔다.
 
 이종구 작가가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며 그린 '천도'(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사진 학고재].

이종구 작가가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며 그린 '천도'(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사진 학고재].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켜본 ‘봄의 여정’의 기록 33점을 모았다. 그 여정을 복기하며 작가는 에둘러 표현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세월호 사건에 희생된 학생들을 “인양하는 마음으로” 화폭으로 불러들였고, 촛불로 뒤덮였던 광화문 광장의 풍경도 고스란히 기록했다. 1990년 초 일찍이 작품을 통해 농촌의 현실 문제를 고발했던 작가답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동시대의 삶에 밀착해 있다. 일부 작품들은 회화가 아니라 사진 콜라주처럼 보일 정도다.
 
이쯤 하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있는데도 회화로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묻자 작가는 “이것은 역사에 대한 나의 예술적 기록이자 증언이며 상상의 결과물”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기록에 방점을 찍다 보니 미학적으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주제를 정확하게, 강력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종구 작가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그린 '제주시 조천읍 2688번지'. [사진 학고재]

이종구 작가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그린 '제주시 조천읍 2688번지'. [사진 학고재]

1954년 충남 서산 출신의 작가는 민중미술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으로, 농촌 현실을 화폭에 담으며 캔버스 대신에 쌀포대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초상화도 그가 그렸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종구의 뛰어난 사실 묘사력은 따뜻한 정감과 어우러져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방현석 소설가는 “사진으로 남아도 될 사람들을 직접 그리는 작가의 작업은 기록과는 다른 층위에서 기억을 다루고 있는 것”이라며 “그 안엔 서정적 강렬함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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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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