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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웹캠으로 채운 스크린 … IT강국 한국에 통한 듯

한국에서 큰 흥행 성공을 거둔 미국 스릴러 영화 ‘서치’의 주연 배우 존 조. 한국계인 그는 VOD 출시에 맞춰 지난 13일 내한했다. [AP=연합뉴스]

한국에서 큰 흥행 성공을 거둔 미국 스릴러 영화 ‘서치’의 주연 배우 존 조. 한국계인 그는 VOD 출시에 맞춰 지난 13일 내한했다. [AP=연합뉴스]

“한국에서 태어난 제가 미국에 이민 가서, 배우가 되어 다시 돌아왔어요. 이런 독특한 영화의 주연을 맡아 고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다니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죠. 서울에선 어딜 가든 저랑 닮은 분들을 만나게 돼요. 내한 일정 내내 커다란 가족이 저를 꼭 안아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8월 말 개봉해 294만 관객을 모은 미국 스릴러 영화 ‘서치’의 주연배우 존 조(46)의 말이다. 내한 나흘째인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먼저 건넸다. 방송 출연 등 공식일정을 소화하기에 앞서 주말 동안 한국의 친척들과 성묘를 다녀온 사진이 전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달궜던 터다. “이젠 한국말을 조금 알아듣는 것 같다”며 종종 통역을 앞질러 답변하는 그의 모습이 9년 전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스타 트렉: 더 비기닝’으로 딱 하루 내한했을 때와 사뭇 달랐다. 한결 여유로워진 그의 태도에선 이번 영화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도 묻어났다.
 
‘서치’는 27세 인도계 신인 감독 아니쉬 차간티가 저예산으로 만든 장편 데뷔작. 구글 직원으로도 일한 적 있는 차간티 감독은 실종된 딸(미셸 라 분)을 찾아 나선 아버지(존 조 분)의 추적극을 SNS·웹캠·화상통화 등을 활용해 오직 컴퓨터 화면으로만 구성했다. 이런 신선한 형식이 올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선 ‘랜선 스릴러’란 애칭을 얻으며 지난 추석 시즌 대작 영화들을 제치고 깜짝 흥행 성공을 거뒀다. 주연을 맡은 그가 영화 VOD 출시에 맞춰 이례적으로 내한한 것도 이런 호응에 힘입어서다.
 
한국에서 미국보다 더 좋은 흥행성적을 거뒀는데.
“세 가지 이유 같다. 먼저 긴장감을 잘 구축한 좋은 스릴러 영화여서다. 둘째로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화목하고 긍정적으로 그려졌다. 셋째로 한국이 IT 강국이기 때문에 디지털과 온라인 방식으로 표현된 이 영화의 언어가 관객에게 더 잘 수용된 것 아닐까.”
 
한국계 미국인 가족으로 설정된 이유는.
“감독은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가족을 구상했고 인도계 가족이 될 수도 있었다. 그가 제 연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를 캐스팅하며 한국계 미국인 가정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 저로선 정말 행운이었다.”
 
영화 ‘서치’ 현장에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손에 든 아이패드를 통해 촬영 화면을 확인하는 모습.

영화 ‘서치’ 현장에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손에 든 아이패드를 통해 촬영 화면을 확인하는 모습.

배우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100분여 상영시간 절반 남짓 존 조는 새카맣게 암전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을 연기해야 했다. 화면에 띄워져야 할 이미지가 촬영 당시엔 대부분 미완성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생소한 작업 방식 탓에 그는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의 설명을 듣고 디테일하게 질문을 해가며 연기했다”며 “제한적인 장치에 의지해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마치 연극 무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편집이 거의 2년이 걸렸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감탄한 장면이라면.
“가장 좋았던 부분은 CG(컴퓨터그래픽)로 구성한 컴퓨터 화면이었다. 미국 TV나 영화에서 그런 그래픽을 보면 가짜 같다고 생각했는데 ‘서치’에선 단 2초 스쳐 지나가는 페이스북 화면조차도 실감 나고 정교했다.”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공포는 타인의 SNS 계정을 해킹하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하단 사실이다.
“저도 SNS를 하지만 개인적인 가족사진 등을 공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해킹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를 보며 생각이 더 명확해졌다. 이런 기술은 우리 삶에 유용하지만 내가 기술을 쫓아가는 형태가 되면 안 된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하다 보면, 내가 운전기사처럼 명령에 따라 컴퓨터를 원하는 곳에 데려다준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전에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다 보면 얽혀있던 고민들이 무의식중에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내비게이션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줄더라. 첨단기기를 끄고, 뇌를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우리가 어릴 적엔 어른들이 낯선 사람을 쫓아가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은 내 아이가 방에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모르는 사람을 쫓아갈 수 있게 됐다는 걸 이 영화로 실감했다”고 전했다.
 
존 조는 2004년 영화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로 아시아계 배우로 드물게 할리우드 상업 코미디의 주인공을 맡으며 입지를 다졌다. 이어 ‘스타 트렉’ 시리즈와 멜로영화 ‘콜럼버스’ 등 아시아인에 대한 선입견을 탈피한 다채롭고 진중한 역할을 맡으며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왔다. 2년 전에는 백인 일색인 할리우드 영화를 비판하려는 영화팬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백인 주인공 얼굴을 그의 얼굴 사진으로 바꿔 SNS에 공유하는 이른바 ‘존 조 놀이(#StrarringJohnCho)’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최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 아시아계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며 할리우드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서치’ 또한 변화의 견인차다. 존 조는 “대부분의 영화 현장에서 나는 유일한 아시아계 배우였는데, 이 영화에선 실제 한국계 배우들과 가족 역할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면서 "이런 영화가 미국과 한국 양쪽 문화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할리우드에 보여주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작품 ‘타이거 테일’과 공포영화 ‘그루지’에 출연하는 그는 "백인들이 장악해온 장르에 아시아인으로서 출연하는 시도를 계속해서 하려 한다”고 했다.
 
"일에나, 가족 같은 사적 관계에 있어서나 늘 진실하게 임하려고 노력합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직감에 솔직하려고 하죠. 그러려고 해도 늘 실패하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노력해야죠.”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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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