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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3마리 고아 200명 배식 … “우리 유치원도 조사해달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된 경기도 화성시의 환희 유치원. 이 유치원의 설립자 겸 원장 A씨는 2년간 약 7억원의 교비를 숙박업소·성인용품점·노래방 등에서 부정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아파트 관리비와 루이비통 가방 구입 등에도 썼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된 경기도 화성시의 환희 유치원. 이 유치원의 설립자 겸 원장 A씨는 2년간 약 7억원의 교비를 숙박업소·성인용품점·노래방 등에서 부정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아파트 관리비와 루이비통 가방 구입 등에도 썼다. [연합뉴스]

“내년에 아이를 보내려고 했던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 명단에 떡하니 들어 있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서울에 사는 방모(여·38)씨는 해당 유치원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방씨가 사는 지역에서 시설이 좋고 교육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학부모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입학경쟁률도 3대 1이 넘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사립유치원에 대한 제보도 잇따른다. 자신을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닭 3마리를 넣고 우린 국물로 200명이 넘는 아이와 교사들이 닭곰탕을 먹었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는 “제가 유치원 내부에서 본 것(비리)만 해도 한둘이 아닌데 제가 근무했던 기관들은 명단에 없다”고 밝혔다.
 
자녀의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부모들도 불안감을 호소한다. 여섯 살배기 딸을 둔 임모(34·서울 송파구)씨는 “이번에 나온 명단이 전체를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고 하니 운이 좋아 빠진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유치원을 조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2017년 시·도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된 1878개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다. 실명 공개된 유치원 중 한 곳인 경기도 화성시의 환희유치원의 경우 설립자 겸 원장 A씨가 2년간 약 7억원의 교비를 부정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를 명품 루이비통 가방을 사는 데 썼고, 숙박업소·성인용품점·노래방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런 사실이 드러나 교육청에 의해 지난 1월 파면됐지만 그 이후에도 유치원 운영에 관여했다. 지난 14일 비리 사실을 안 학부모들이 항의 방문을 하자 미리 대기하던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연간 2조원을 정부에서 지원받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국장 회의를 열고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한 이가 게재한 청원 글.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한 이가 게재한 청원 글.

교육부는 16일 박춘란 차관 주재로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관 회의, 18일 유 장관 주재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사립유치원 재정·회계 시스템 개선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일부 사례가 전체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엔 사립유치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재정·회계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지원금으로 연간 2조원을 쓰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는 ‘에듀파인’이란 국가회계시스템을 쓰고 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이에 반대해 이 시스템을 쓰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사립유치원 비율이 유달리 높고 그간 사립유치원 운영을 원장 개인에게 일임해 온 영향도 크다. 교육부가 전희경(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전국 유치원생 4명 중 3명(74.5%)이 사립을 다닌다. 국공립 유치원의 인기가 높지만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누리과정 도입 전까지 사립유치원은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됐다. 지금도 사립유치원을 열려면 원장 소유의 건물이 있어야 한다. 유치원을 낸 뒤로는 다른 용도 건물로 전환할 수 없다. 유치원을 폐업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누리과정이 보급돼 정부가 유치원별로 원생당 20여만원의 누리과정 교육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배경으로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려고 하나 사립유치원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에 따르면 유치원 운영비 중 인건비가 90%를 차지한다. 이는 부모로부터 받는 원비로 충당한다는 게 유치원들의 설명이다.
 
양측은 정부와 지난해 9월에도 정면으로 부닥쳤다. 정부는 학부모 수요를 반영해 공립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기로 했다. 사립유치원들은 공립 확대에 따른 생존권 위기를 우려하는 동시에 누리과정 지원분을 넘어서는 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한 정부 감독에는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 방침에 맞서 집단휴업을 추진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휴업 철회를 조건으로 정부에 ▶국공립 유치원 확대 중단 ▶사립유치원 학부모 지원금 인상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나친 감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립유치원의 책임·권리에 대한 재설정, 그리고 자발적으로 유치원을 접고자 하는 사립유치원의 퇴로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사립유치원 전부를 적폐인 것처럼 몰아가선 안 된다. 공립이 사립보다 저렴한 것은 교사 봉급이 정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며 “일부 사립에서 회계 관리가 미숙해 회계상의 입력 오류를 낸 것마저 마치 비리처럼 과하게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허미애 총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유치원 회계 관리 투명화가 제기됐으나 아직 제대로 재정·회계규칙이 안 만들어져 이번 같은 사태가 생겼다”며 “유치원 사업을 돈벌이로 여겨온 곳은 유치원을 못하게끔 하되 진정한 교육자는 공립처럼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재량권을 인정해 주거나 폐원을 원한다면 가능하도록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김다영·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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