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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시인 김수영 대규모 추모전

여전히 싱싱한 시와 산문으로, 상상력을 뭉게뭉게 자극하는 생전 행적으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시인 김수영(1921~68). 그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되돌아보는 대규모 추모 행사가 열린다. 한국작가회의, 김수영연구회 등이 다음 달 초부터 한 달가량 펼치는 기념사업 '50년 후의 시인' 행사다. 허망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그의 50주기, 탄생 100주년을 3년 앞둔 시점을 두루 고려한 행사다.   
 시인 김수영은 대중에게 낯설지 않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대표작 '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같은 유명 시 구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김수영 지명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높은 느낌이다. '시인 중의 시인'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그의 작품들이 재소환돼 인용된다는 점에서다. 사후 평가가 높아지는 '역주행 시인'이자, 물과 기름처럼 따로 도는 리얼리즘·모더니즘 양쪽 진영 모두로부터 동시에 사랑받는 드문 경우다. 
15일 간담회 장면. 왼쪽부터 문학평론가 최원식씨, 김수영의 여동생 김수명 여사, 문학평론가 박수연, 오창은씨. [사진 한국작가회의]

15일 간담회 장면. 왼쪽부터 문학평론가 최원식씨, 김수영의 여동생 김수명 여사, 문학평론가 박수연, 오창은씨. [사진 한국작가회의]

 
 15일 추모행사 계획을 발표하는 간담회 자리는 문인들의 그런 김수영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창구였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문학평론가 최원식씨는 "미국 시인 TS 엘리엇이 메이저 시인, 마이너 시인을 구분하는 기준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김수영은 메이저 시인"이라고 평했다. 대표작만으로 이해되는 시인이 마이너, 대표작에서 출발해 모든 작품을 샅샅이 읽어야 하는 시인을 메이저라고 할 때 김수영은 후자에 해당된다는 얘기였다.    
 자리를 함께한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도 "시인·평론가들이 김수영을 왜 좋아하느냐 하면 각성하게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깨어 있지 않으면 그 앞에서 혼날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고 했다.
 추모 행사는 대중이 그런 김수영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다음 달 10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김수영 문학강연, 김수영 작품을 바탕으로 한 시극·무용·움직임퍼포먼스 등이 열린다. 서울내기였던 김수영의 서울 내 행적을 추적하는 '시인 김수영과 함께 걷는 하루'(11월 17일) 등 시인과 공간과의 관계를 살피는 행사도 마련된다. 김수영을 사랑하는 시인·평론가들로 구성된 김수영연구회는 대표작 120편에 각각 짧은 해설을 붙인 시집을 낸다. 난해시 등 김수영 쉽게 읽기의 일환이다. 
김수영 추모 행사 포스터.

김수영 추모 행사 포스터.

 
 연구 사각지대를 겨냥한 학술행사도 열린다. 평론가 이영준·김응교·유성호·박수연·조강석씨 등이 참가해 김수영 깊이 읽기 결과를 발표한다. 가령 임동확 시인은 '비참의식과 역경주의-김수영과 니체'를 발표 주제로 잡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좀처럼 대중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김수영의 여동생 김수명씨가 참석했다. 
 김수명씨는 회고를 청하자 "오빠는 어려서부터 공부만 한 사람이었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며 "신작 시 월평을 쓰기 위해 서울 도봉구 어머니 집에 자료를 커다란 가방 가득 담아 가지고 오곤 했던 장면이 기억난다"고 했다. 
 한편 김수명씨는 김수영 전집이 독자용, 연구자용으로 이원화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전집 재출간 본(민음사 1·2권)에 포함된 미공개 7편은 김수영이 생전 전집에 포함하기를 원치 않았던 작품들일 수 있다며 연구자용 전집에는 포함 시키되 독자를 위한 전집에는 포함하지 않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추모행사 문의·참가 신청 02-313-1486~7.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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