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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우리동네도 불안하다" 전수조사 요청 밀물

지난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에 아이 유치원을 보내야 해서 눈여겨보던 곳이 있었는데, 이번 비리유치원 명단에 떡하니 있더라고요. 벌써 머리가 아픕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여성 방모(38)씨는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 사태를 본 뒤 15일 이렇게 토로했다. 방씨가 내년 아들을 보내려 계획했던 유치원은 최신식 설비와 수준급 교육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 유치원이었다. 경쟁률도 3:1을 넘는다. 방씨는 "아무리 사립유치원이라도 교육부가 관리하고 있는데 큰 비리가 있을 거라 의심해본 적 없는데,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내년 보내고 싶은 유치원 가운데 비리유치원 명단에 있는 곳은 과감하게 제외했는데, 그곳들을 제외하고 보니 고려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별로 없더라"고 씁쓸해했다. 
 
전국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로 학부모들은 분노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리유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우리 동네도 조사를 해달라"며 전수조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6살 딸을 서울 송파구의 한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임모(34) 씨는 "다행히 비리유치원 명단에는 포함이 안 돼 있지만, 이번 조사도 전체 3분의 1만 조사한 거라서 정말 잘해서 빠진 건지 운이 좋아 빠진 건지 알 수가 없다"며 "한번도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으니 엄마들의 입소문에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불안해했다. 주말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전수조사 및 시스템 강화해주세요' '전국 유치원 및 어린이집 정부예산 전수조사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잇따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유치원 수는 6153곳인데 이번에 감사 대상이 된 곳은 2058곳뿐이다.   
11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유치원 전수조사 게시물

11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유치원 전수조사 게시물

 
비리유치원 명단 속 유치원이 대부분 사립유치원으로 드러나면서 입소가 어려운 국·공립 교육기관에 목매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육아휴직 마무리단계에서 복직을 앞둔 직장인 여성 손모(29)씨도 "이래서야 워킹맘이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갈 수 있겠나 싶어 답답하다"며 "경쟁률이 너무 높아 그림의 떡일 수 있지만 국·공립에만 더욱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여성 박모(38)씨는 “내 아이가 공립을 다니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믿을 수 있는 보육기관은 학부모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리유치원 사태를 '제도적 지체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은 공식 학제에 포함된 학교이자, 교육부에도 담당과가 있는 교육 기관"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는 마치 제도 밖의 구멍가게처럼 운영돼 온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이번 사태가 유치원을 지원-관리-감독에 이르는 제도안에 완전히 포섭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교육경제학을 봐도 유아 단계의 교육 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며 이때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정립된 학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교육을 맡은 유치원을 감시와 규제의 대상에 제대로 편입시키지 못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참에 유치원을 지원하고 규제·감독하는 제도를 제대로 개선해 사립유치원이 사각지대가 아닌 교육기관으로 잘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전문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달리 설립 당시 융자를 전혀 받을 수 없어, 개인 자금이 평균 30억~50억 원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자금을 투입해 운영하는 원장들에게 이익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자선사업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2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상 운영을 하는 원장들은 보조금의 도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비리유치원 명단을 실명으로 폭로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추가 폭로를 예고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 의원은 앞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4년∼2017년 감사 결과를 공개, 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적발 금액만 총 269억원이다. 이 중 시민들의 공분을 산 경기 화성시의 한 유치원은 2년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누리과정비 25억 원 중 7억 원을 유치원장이 명품 가방 구입이나 유흥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2018년 감사 자료도 추가로 확보해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김다영·전민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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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