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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인형극은 애들만 본다는 편견 다양한 무대 보면 사라질 걸요

연재 학생모델이 인형박물관 앞 조형물 곁에서 포즈를 취했다.

연재 학생모델이 인형박물관 앞 조형물 곁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형극이요? 학예회에서 해본 게 다예요. 큰 공연장에 인형극만을 위해 간 기억은 별로 없죠." 차연재 학생모델이 인형극제에서 한 말이에요. 지난 1989년에 시작, 올해로 30회를 맞은 인형극 축제가 있습니다. 춘천인형극장에서 벌어지는 춘천인형극제죠. 축제가 열리는 주된 공간은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에 있는 춘천인형극장입니다. 아이돌, 모델 등 다양한 꿈을 가진 차연재 학생모델이 직접 연극제에 다녀왔어요. 축제는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진행됐고, 주말 기준 하루 관객 1만5000~2만 명(주최 측 추산)이 들었죠. 축제는 끝났지만 춘천인형극장에선 수시로 인형극을 무대에 올리고, 춘천인형극박물관에선 여러 국적의 인형을 월요일 제외, 상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인형극과 더 친해지기 위해 축제를 기획한 홍용민 사무국장, 인형을 만들고 대본을 쓰는 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를 만나 인형극의 A부터 Z까지 배워봤습니다.
 
극단 인형들이 인형극에 올리고자 제작한 인형들이다. 춘천인형극제가 열리는 춘천인형극장 정문 왼쪽 초입에 있다. 축제 기간에만 전시했다.

극단 인형들이 인형극에 올리고자 제작한 인형들이다. 춘천인형극제가 열리는 춘천인형극장 정문 왼쪽 초입에 있다. 축제 기간에만 전시했다.

연재 학생모델이 처음 간 곳은 춘천인형극박물관이에요. 많은 나라에서 수집한 인형 중 미얀마에서 만들었다는 전통 줄인형이 눈길을 끌었죠. "저라면 인형 만들다가 질릴 거 같아요. 한 개는 괜찮지만 계속 똑같은 걸 만들면 질릴 테니까요." 연재 학생모델은 줄인형의 밑에서 손도 뻗어보고 이리저리 관절을 살피다 말했어요. 이 박물관엔 인형극을 올릴 수 있는 무대도 있었죠. "'피리 부는 사나이' 주인공이에요!" 연재 학생모델은 무대에 올라 극의 주인공이 된 듯 포즈를 취했죠. "인형 종류가 엄청 많아요. 줄인형 말고도 처음 보는 것 투성이군요." 그 말대로, 박물관 안에는 줄인형·손인형·막대인형·그림자인형 등 다양한 인형이 가득했어요.
 
줄인형, 막대인형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된 인형을 전시했다.

줄인형, 막대인형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된 인형을 전시했다.

그의 발길을 이끈 것은 커다란 도깨비. 인터뷰를 앞두고 연재 학생모델은 커다란 인형과 연신 셀카를 찍었죠. "학교에서 언니·오빠들이 인형극 하는 걸 봤던 게 생각나요. 4학년 때 전래동화 '흥부의 놀부' 속 흥부 역할을 맡아, 직접 그리고 오린 막대인형으로 극을 꾸리기도 했어요. 크레파스로 칠한 손바닥만 한 인형을 보다가,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인형은 처음 보네요." 연재 학생모델은 도깨비의 관절을 이리저리 살피며 어떻게 연결했을지 궁금해했어요. 견고하게 여러 개의 줄로 이어진 관절을 보더니 나무젓가락에 붙여 만든 막대인형보다 관절인형을 만드는 게 재밌을 거라는 결론도 내렸죠. 호기심을 풀기 위해 홍용민 사무국장·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차연재 학생모델이 불 꺼진 무대 뒤 커다란 도깨비 줄인형과 포즈를 취했다.

차연재 학생모델이 불 꺼진 무대 뒤 커다란 도깨비 줄인형과 포즈를 취했다.

홍용민 사무국장
차연재 학생모델, 홍용민 사무국장.

차연재 학생모델, 홍용민 사무국장.

Q. 인형극은 인형만 가지고 연기하나요.
A. 연극은 배우가 직접 훈련하고 춤을 배우고 동작을 익혀 알려주지만 인형극은 배우가 해야 할 걸 인형에게 익히는 작업을 해 어려워요. 과거엔 인형극을 꾸리려면 인간 배우는 숨어야 했죠. 하지만 요샌 배우들이 무대에 직접 올라 공연합니다. 배우가 손에 든 의자, 막대기 등 모든 소품이 인형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인형은 사람의 형태를 가리키지만, 최근 '인형극'의 정의는 현실적으로 변해가고 있죠. 사물극 느낌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인형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인형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Q. 다른 나라에도 여러 인형극 축제가 있다고 들었어요.
A.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프랑스네요. 2년에 한 번 프랑스 샤를르빌 국제 인형극 축제가 열려요. 세계 최고 인형극제로 저도 많이 참여했죠. 세계의 인형극단 400여 개가 오고, 열흘간 축제를 위해 온 마을이 1년 동안 준비하죠. 축제로 인해 마을이 활성화되니 주민들도 협조적이고, 샤를르빌메지에르 국립고등인형극예술학교도 있어요. 끊임없이 인형극 배우와 전문 인력을 배출할 테죠. 그런 시스템을 춘천에 도입하는 게 꿈입니다. 또 다른 역할모델인 일본 이이다 인형극 축제 측과는 직접 교류해요. 서로의 공연을 자문하고, 축제 스태프가 오가거나 공연자를 초청할 때도 있죠.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도 롤모델입니다.  
 
극단 인형들에서는 이순신 장군 관련 극을 제작했다.

극단 인형들에서는 이순신 장군 관련 극을 제작했다.

Q. 춘천에서 인형극 축제를 시작한 계기는요.

A. 인형극제가 처음 시작한 1989년도에 춘천시가 어린이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이때부터 7개 극단이 모여 인형극축제를 시작했어요. (주)바른손 팬시 문화사업부가 후원하고 춘천인형극제협의회와 춘천시가 주최했죠.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을 돕고 국내 인형극계의 국제교류를 도모한다는 취지였어요.
 
무대에 올렸던 인형은 극이 끝나면 새로 디자인해 다른 극에 올리거나 때가 올 때까지 간직한다.

무대에 올렸던 인형은 극이 끝나면 새로 디자인해 다른 극에 올리거나 때가 올 때까지 간직한다.

Q. 칠곡세계인형음악극축제 등 국내 다른 인형극 축제와 특히 다른 점을 꼽는다면요.
그거 말고도 지난 2001년 시작한 경기화성인형극제(2002년 경기인형극제로 명칭 변경), 2014년 시작한 강릉 명주 인형극제도 있어요. 그중 춘천이 역사가 제일 오래됐어요. 다른 인형극제가 우리 인형극제를 벤치마킹해 생긴 것들이 많죠. 공연료 책정, 공연 방식 등에서요.
 
인형의 얼굴은 각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한다.

인형의 얼굴은 각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한다.

Q. 영화 ‘왕의 남자’(2005)에서 인형극을 본 적이 있어요. 굳이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A. 왕의 남자에 나온 꼭두각시놀음은 아이용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거였고 생계를 위한 거예요. 연재 또래 친구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죠. 남사당패(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라는 유랑단이 거리를 다니며 공연을 보여주고 그 대가로 음식·잠자리 등을 얻는 거랍니다. 인형극에 대한 편견도 한몫할 거예요. 어른을 위한 공연인데 연재 학생모델이 이해하려고 했듯이요. 아무래도 인형은 어린이들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보니 벌어진 일이 아닐까요. 인형극의 시작은 사실 어른들로부터예요.
 
인형의 얼굴은 각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한다.

인형의 얼굴은 각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한다.

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
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와 연재 학생모델.

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와 연재 학생모델.

Q. 관절인형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해요.
A. 신체 구조,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죠. 발 관절이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게 만들어야 하고 신체 구조 비율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한 부분이고요. 전시용 고체 관절 인형, 공연용 관절 인형이 있어요. 전시용은 고정돼 움직이지만 공연용은 살짝 풀어져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죠. 공연용은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양손, 팔에 줄이나 철사를 달아 움직이기 쉽게 조절해요. 두 인형의 차이는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정도의 다름이다'라고 간단하게 말할 순 없어요. 경우가 다양하거든요.

 
인형의 표정은 캐릭터를 단번에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인형의 표정은 캐릭터를 단번에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Q. 인형 표정을 그릴 때 어떤 방법을 쓰나요.
A. 대본의 성격에 맞게 인형 캐릭터를 먼저 그리죠. 심통 부리면 입을 삐쭉하게 만들고 눈이 올라간다든지, 어리숙하면 눈이 처지고 해맑게 웃는 표정을 그려요. 똘똘한 캐릭터에는 눈을 크게 만드는 기법을 써요. 관객이 시각적으로 인형의 성격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돕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이 나와야 인형 제작에 들어갈 수 있죠. 한 번 쓴 인형은 절대 버리지 않아요. 작품이 끝나면 조금 수정해 다른 극에 올리기도 합니다.
 
춘천인형극제에서는 인형들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전시

춘천인형극제에서는 인형들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전시

Q. 인형극에 사용하는 제작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인형 자체도 여러 개를 만들어야 해 돈이 꽤 듭니다. 한 캐릭터가 여러 상황에 처한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거든요. 공연 중에 옷을 갈아입히기 힘들어 상황에 맞는 다른 옷을 입은, 디자인이 같은 또 다른 인형을 만들죠. 한 극에 평균 10개~15개 정도 인형이 들어가요. 인형 재료비뿐 아니라 배우 연습 비용도 있죠. 시나리오 작가에게 지급하는 돈도 있고요. 요약하면 배우 출연료, 무대 세트, 소품 세트, 시나리오 비용, 연출 비용 등이에요. 극마다 달라서 평균값을 내긴 어렵고요.
 
춘천인형극제에 가면 극단 인형들이 무대에 올렸던 인형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친구들이 생각하는 인형의 모습과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보자.

춘천인형극제에 가면 극단 인형들이 무대에 올렸던 인형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친구들이 생각하는 인형의 모습과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보자.

Q. '인형극'이란 개념은 사라지나요.
A. 사라진다는 것보다 인형의 개념을 확장한다고 이해하면 나을 거예요. 예전에는 인형이라는 개념이 사람 형태를 닮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손수건 하나, 빗자루도 인형이 될 수 있어요. 인형만 무대에 등장하고 사람은 뒤에 숨는 게 전통 인형극이라면, 오늘날 확장된 인형극은 생활에 쓰는 사물들을 극 등 작품에 그대로 사용하는 오브제 인형극이라고 부르면 쉽죠.
 
여러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인형이 있다.

여러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인형이 있다.

Q. 과거 인형극의 위상과 오늘날을 비교하면요.
A. 과거엔 양반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서 탈·가면극이 성행했죠. 남사당패에 의해 다양한 놀이와 춤, 꼭두각시놀음 등 서민적인 인형극이었어요. 요즘은 전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인형극이 개발돼요. 인형극의 위상이 더 높아진 거라고 해석할 수 있죠. 역할이 늘어난 거니까요.
 
피노키오, 자라와 토끼, 성경, 아기돼지 삼형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극이 무대에 오른다.

피노키오, 자라와 토끼, 성경, 아기돼지 삼형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극이 무대에 오른다.

Q. 인형극은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요.
A. 유럽에선 인형극이라 하면 어린이용이란 개념 없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전문 공연이에요. 물론 학자 연구로 보면 인형을 가장 좋아하는 건 어린이겠죠. 유아는 인형에 친숙한 데다 인형 자체가 살아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환상을 가졌죠. 인형이 무대에서 이야기하고 움직이면 유아기 어린이들은 인형 자체가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빠져들죠. 극단마다 지향점이 다른데 어린이극을 계속 만드는 극도 있고 성인을 위한 극을 창작해서 소개하는 극단도 있어요.
 
연재 학생모델이 이날 배운 내용에 따르면, 뭐든 '인형극'의 도구 또는 소품 등이 될 수 있다.

연재 학생모델이 이날 배운 내용에 따르면, 뭐든 '인형극'의 도구 또는 소품 등이 될 수 있다.

학생모델 취재 후기
극단 인형들의 작품 '이순신 장군과 돌격하라 거북선'에 올라가는 인형들을 살펴본 차연재 학생모델.

극단 인형들의 작품 '이순신 장군과 돌격하라 거북선'에 올라가는 인형들을 살펴본 차연재 학생모델.

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다양한 인형들을 보았을 때는 쉽게 연극을 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취재를 하며 생각이 바뀌었지요. 하나의 인형을 만들고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인형극을 기대하고 보러 올 관객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있어 새롭고 다양한 인형극이 제작돼요. 무엇보다 노력과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예요.
 
포즈를 취한 차연재 학생모델.

포즈를 취한 차연재 학생모델.

춘천=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동행취재=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와 연재 학생모델.

김성수 극단 인형들 대표와 연재 학생모델.

연재 학생모델.

연재 학생모델.

춘천인형극장 외관.

춘천인형극장 외관.

춘천인형박물관 외관.

춘천인형박물관 외관.

춘천인형박물관, 춘천인형극장이 함께 있는 장소엔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공간이 있다. 곳곳에 조형물도 설치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초등학교 4학년생 아이들이다.

춘천인형박물관, 춘천인형극장이 함께 있는 장소엔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공간이 있다. 곳곳에 조형물도 설치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초등학교 4학년생 아이들이다.

차연재 학생모델이 인형의 그림자를 스크린에 비추면서 공연하는 '그림자인형극' 주인공이 되어봤다.

차연재 학생모델이 인형의 그림자를 스크린에 비추면서 공연하는 '그림자인형극' 주인공이 되어봤다.

포즈를 취한 차연재 학생모델.

포즈를 취한 차연재 학생모델.

연재 학생모델과 극단 인형들 대표.

연재 학생모델과 극단 인형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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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