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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세금 1000만원 무서워 5억 포기? 초고가 전세 느는 이유

올해 보증금 40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 한 층에 한 가구씩 들어서 있다.

올해 보증금 40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 한 층에 한 가구씩 들어서 있다.

지난 1월 25억원이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 8월 말 30억원까지 거래됐다. 8개월 새 5억원이 오른 셈이다.  
 
당시 25억원으로 집을 사지 않고 전셋집을 구하면 이 아파트 129㎡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랬으면 84㎡를 사서 올해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세금 8900만원을 아끼는 대신 집값 상승분 5억원은 놓친다. 취득세가 8200여만원,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600여만원이다. 이 집 세입자는 9000여만원의 세금이 무서워 이보다 훨씬 많은 집값 상승 기대치를 포기하는 걸까. 이런 초고가 전세 세입자가 늘고 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에서 보증금 20억원 이상 전세 거래가 10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건보다 23% 늘었다. 2016년엔 올해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건이었다. 
  
올해 최고가 전세보증금은 40억원이다.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 237㎡다.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 192㎡의 지난해 역대 최고 전세보증금 40억원과 같다. 
 
지역별로 보면 초고가 전세가 서초구에 가장 많다. 10월 14일까지 거래된 105건의 절반이 넘는 56건이다. 다음으로 강남구가 32건이고 성동구 10건, 용산구 6건이다. 강남권에 속하는 송파구나 목동엔 없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용산구는 고급 아파트인 한남더힐이 대부분이다. 성동구에선 뚝섬 초고층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와 인근에 지난해 들어선 트리마제다.    
 
초고가 전세보증금은 매매가격 대비 비율이 대부분 70%대로 집계됐다. 올해 서울 전체 평균으로 70% 아래로 떨어졌고 강남·서초·용산구 등은 50%대인 일반 아파트보다 좀 더 높다. 
 
지난 3월 한남더힐 235㎡가 33억원의 보증금에 전세 거래됐다. 같은 달 거래된 같은 크기 주택형의 매매가격이 43억4000만원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6%다. 지난 5월 전세보증금 21억원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65㎡는 비슷한 시기에 27억원에 팔렸다(77%).  
 
초고가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비싼 이유는 희소가치 때문이다. 초고가 주택에선 전세 매물이 손꼽을 정도로 드물다.  
 
삼성동상지리츠빌카일룸은 한 층을 한 가구가 모두 쓰는 구조로 총 13가구다. 2012년 준공 이후 전·월세 거래가 이번 40억 원짜리 하나뿐이었다. 마크힐스이스트윙도 마찬가지로 한 층에 한 가구가 들어서 있는데 2010년 입주 후 19가구 중 전·월세 2건만 거래됐다.  
초고가 전세 거래 건수

초고가 전세 거래 건수

집값 급등기에 경제력이 충분하면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사는 이유가 뭘까. 절세 목적은 아니라는 게 세무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세보증금 20억 원짜리 주택은 시세로 30억원 정도다. 시세 30억원의 취득세와 올해 보유세를 합치면 1억2000만원 선이다. 매년 나가는 보유세는 올해 1000여만원이고 내년 이후 오르더라도 2000만원 선이다. 초고가 주택은 가격이 오르면 수억 원씩 오르기 때문에 보유세가 큰 부담이 될 수 없다.   
 
정부의 규제 타깃을 벗어나려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정부는 세제 등으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기존에 다른 집을 갖고 있어 보유 주택 수를 늘리거나 초고가 주택을 매입하기가 부담스럽다. 정부가 자금 출처 조사를 하기 때문에 주택 매수로 원치 않게 재산 내용이 모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초고가 전세가 정부의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10억원 이상 고액 전세금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101건의 편법증여를 적발하기도 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연예인 등 신분 노출을 꺼리는 수요도 있다. 대단지보다 사생활 보호가 잘 되는 빌라식의 소규모 단지를 선호한다.    
 
주택 소유에 관심이 적고 거주의 편리성 때문에 전세를 찾는 경우도 많다. 주택은 매수하면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하지만 전세는 계약기간(2년)이 끝나면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새집, 한강 조망권 등 선호에 따라 집을 골라 쓸 수 있는 게 전세의 매력이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성동구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는 새집, 한강 조망권 수요를 끌었다. 주로 외국에서 많이 살아 집을 ‘소유’보다 ‘거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다.  
 
임대보증금이 33억~48억원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이 불티나게 나간 것도 이런 수요 덕이다.   
 
이들은 초고가 주택 시장을 불안하게 보기도 한다. 가격이 꺾이면 낙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입주한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가 산증인이다. 244㎡가 지난 3월 50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5월(45억5000만원)보다 4억50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이 단지는 2006년 53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2014년엔 38억원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초고가 전세보증금을 받은 주인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보증금이 20억원이면 고스란히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넣어두더라도 1년에 4000만원의 이자 수입이 생긴다. 전세 보증금은 3주택 이상부터 임대소득세가 과세하기 때문에 1, 2주택은 아무리 보증금이 많더라도 소득세가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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