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취재일기] 진정한 웰 다잉이 되려면

“썰렁하면 어쩌지.”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사전연명의료상담센터에서 만나기로 한 사진기자와 통화했다. 둘 다 불안함이 앞섰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분을 취재·촬영해야 하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까 걱정됐다. 사전의향서는 건강한 사람이 미리 임종 상황에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 등의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서류다.
지난 8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사전연명의료상담센터에서 유경 상담사(사진 위)가 한 할머니가 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있다.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돼 관리된다. 최승식 기자

지난 8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사전연명의료상담센터에서 유경 상담사(사진 위)가 한 할머니가 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있다.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돼 관리된다. 최승식 기자

 
기우(杞憂)였다. 센터는 신청서를 쓰러 온 이들로 붐볐다. 상담사의 설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3명의 상담사 일손이 부족해 일부 어르신은 기다려야 했다. 이날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루 평균 10~30명이 이곳에서 사전의향서를 쓴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3월까지 1만4717명이던 사전의향서 작성자 수는 이달 들어 5만8845명으로 늘었다. 회복 가능성이 없어 더는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환자의 수도 지난 8개월 동안 2만742명이나 됐다. 월평균 2500명이 서명한 셈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2월 연명의료 중단(존엄사) 제도가 시행되며 일어난 변화다. 사전의향서를 쓴 박종순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의미 없는 치료는 받고 싶지 않았지만, 방법을 몰랐다. 존엄사 제도를 최근에 알고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는 “과거엔 의료진이 존엄사란 단어 자체를 꺼내기 어려웠는데 제도 시행으로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아직 혼란스럽다. 환자 본인이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한 사례는 34%에 불과하다. 가족 2명이 환자의 평소 신념을 대신 진술하거나, 환자의 뜻을 몰라 가족 전원(자녀와 손자녀)이 존엄사에 합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가 위중해진 뒤에야 시간에 쫓기듯 가족이 결정했다. 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너무 엄격한 법도 문제다. 존엄사 합의를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고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으러 며칠을 기다리는 촌극이 벌어진다. 이마저도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원에선 존엄사 자체를 집행할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 아랫급인 종합병원 29.5%, 소형병원의 0.6%에만 윤리위가 있다.
 
이승호 복지팀 기자

이승호 복지팀 기자

한국 사회는 아직 죽음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연명의료 현장을 취재하며 절감한 부분이다. 김소윤 연세대 의대 교수는 “어려서부터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도 보완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자세와 인식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다.
 
이승호 복지팀 기자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