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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월권에 흔들리는 사법 독립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재판(2심) 중인 사건이어서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한 시민이 “다시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한다”는 청원을 제기했고, 1만7000명 이상이 동의를 표시했다. 사법부의 일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 위반이라는 청와대의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곰탕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가 설명까지 했는데도 원칙을 원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는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과정에서 폭력 행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에 대해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면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사면을 언급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행위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100건 안팎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대통령 발언 뒤 “어차피 사면될 텐데 재판을 왜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피고인들이 재판에 불성실하게 응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법원을 행정부 아래 조직으로 여기는 듯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사면 검토 발언 뒤 “사법부가 빨리 절차를 진행해 주면 그에 맞춰 사면·복권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서둘러 끝내 달라는 주문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근 국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는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해 사법부에 대한 간섭 논란을 빚었다. 이렇게 하고서도 ‘삼권분립 원칙’을 운운하니 청와대 설명에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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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