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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늘어진 북·미 정상회담 시한 … 볼턴, 북·중·러 밀착 견제

존 볼턴

존 볼턴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 전에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듯이 속도를 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감속 모드에 접어들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중간선거 이후로 확정한 데 이어(9일 선거유세 전) 이제는 “두어 달”로 시한을 더 길게 잡고 있다. 존 볼턴(사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두어 달 안에(in the next couple of months)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내년 1월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를 알렸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의제를 조율해야 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 개최 소식도 아직 발표된 게 없다. 비건 대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한 다음날인 8일 “어젯밤 내 카운터파트에게 가능한 한 빨리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1일(한국시간) 관련 질문에 “현재로선 발표할 (실무 협상)출장 계획이 없다. 빨리 열리길 바란다”고만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때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약속을 받은 사안인데도 곧바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양측이 대면하기 전 조정해야 할 이견이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미 측은 당초 실무협상 장소로 오스트리아 빈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반발해 다른 곳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미 측의 속도 조절을 두고 당장은 북핵보다는 선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중간평가나 다름없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현재 최우선 목표라는 얘기다. 북핵이 중간선거 판세에 도움이 되는 외치 변수라면 북·미 정상회담의 속도를 내겠지만 핵 리스트 신고, 핵탄두 조기 반출 등 미국이 기대했던 전향적 비핵화 조치를 놓곤 북·미 간 이견이 여전하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최근 북한 관련 제재 대상 명단에 ‘세컨더리 제재’를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했다. 세컨더리 제재는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관까지 처벌하는 조치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관련 기관·개인 신상정보란에 굳이 ‘세컨더리 제재 주의’라고 명시한 것은 국제사회에 북한과 거래하지 말라고 더 명백하게 경고장을 내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이 등장한 건 백악관이 중간선거에 몰두하는 것을 북한이 제재망 이완 등 ‘딴짓’을 시도할 적기로 여겨선 곤란하다는 경고성 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에 대한 채찍이 필요할 땐 ‘굿 캅’인 폼페이오 장관이 아니라 ‘배드 캅’인 볼턴 보좌관이 언론에 나와 공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온 양상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외교 접근법에) 낙관적이지만 허황된 꿈을 꾸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군사력의 잠재적 사용 가능성과 최고의 압박 작전 덕분에 김 위원장이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거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인 지난 10일 삼지연관현악단을 위해 최근 개건한 관현악 전용 공연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인 지난 10일 삼지연관현악단을 위해 최근 개건한 관현악 전용 공연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미국 중간선거로 우군 확보전에 나설 여유를 얻은 게 사실이다. 현재 가장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것은 북·러 정상회담이다. 미국과 힘겨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는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는 데 부담이 없다. 크렘린궁은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한 시기, 장소, 형식 등을 조율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양측이 북·러 수교 70주년을 맞아 밀착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징후 중 하나다. 외교가에선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설이 돈 지 오래다. .
 
시 주석의 방북도 이미 확정됐으며 시기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했듯이 김 위원장은 지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시도하는 셈”이라며 “북한으로선 미국을 상대할 때 다른 한 손은 중국과 잡고 있어야 안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지연될수록 북한은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해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으로서는 자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버틸 수 있을지가 북한과의 협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 30일~12월 1일)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결과까지 보고 시 주석의 방북 관련 사항들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러시아·중국 우군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북제재 완화에 있다. 최선희 부상은 지난 9일 북·중·러 차관급 협의에 참석했는데, 해당 협의 뒤 북·중·러는 공동보도문을 내고 ‘대조선 제재 조절’을 촉구했다.
 
미국 중간선거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북한 외교 전략의 최대 카드는 교황 방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이는 북·러, 북·중 정상회담의 효과를 뛰어넘는 빅 이벤트가 된다. 교황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함께 발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북한이 정상국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과시하는 게 된다.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이 원하는 정상국가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국가란 뜻”이라며 “교황으로부터 인정받은 정상국가의 지도자 이미지 연출이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을 맞았을 때 교황 방북이 성사될 경우 미국의 압박을 돌파하는 깜짝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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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