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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빠진 일본인 “아리랑을 한에 가두지 말라”

’아리랑을 세계에 널리 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 음악인 이시다 슈이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리랑을 세계에 널리 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 음악인 이시다 슈이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리랑을 한(恨)의 이미지에 가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본 가시와시립고교 음악교사 이시다 슈이치(65)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12∼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아리랑페스티벌’에서 제4회 서울아리랑상을 수상한 그는 “아리랑에는 한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힘이 있다. 내일을 향한 희망과 힘찬 걸음, 강력한 의지 등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아리랑=한’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받은 서울아리랑상은 아리랑의 세계화와 창조적 가치 확산에 기여한 개인·단체에 주는 상으로 지난 2015년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제정했다. 아리랑을 처음으로 오선지에 채보해 세계에 알린 호머 B. 헐버트 박사(1863~1949)와 영화 ‘아리랑’의 나운규 감독(1902∼1937년), 연극 ‘아리랑 고개’를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한 극작가 겸 연출가 박승희(1901~1964) 등 이미 작고한 예술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살아 있는 인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아리랑상을 받은 그는 “아리랑을 좋아해서 시작한 활동으로 상까지 받게 돼 너무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시와고교 취주악부의 음악총감독을 맡아 지도하며 2001년부터 1000여 회의 아리랑 공연을 했다. 기존 취주악 연주에 장구·태평소·꽹과리·부채춤·상모춤 등을 활용한 국악 퍼포먼스를 가미해 중국·싱가포르·베트남 등에서 해외공연도 했다.
 
그와 아리랑의 인연은 2001년 시작됐다. 한국 관광 중 서울의 한 한정식집에서 우연히 아리랑 공연을 본 것이다. 그는  “음식점 무대에서 한 여성이 사물놀이 반주에 맞춰 판소리 창법으로 아리랑을 부르고 있었다. 엄청난 음악이었다. 혼이 뒤흔들리는 것 같고 심장이 꽉 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수시로 한국에 와서 국립극장·민속촌 등을 다니며 아리랑 공연을 봤다.
 
“초창기엔 한 달에 한 번 꼴로 한국에 왔다. 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을 찾아가 아리랑 창법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배운 아리랑을 연주단원 150명, 합창단원 100명의 취주악부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가시와고교 취주악부의 아리랑 레퍼토리는 모두 세 가지다. 미국 작곡가 존 반스 챈스의 ‘한국민요 변주곡(Variations on a Korean Folk Song)’, 재일교포 작곡가 고창수의 ‘아리랑과 고추잠자리’, 그가 일본 작곡가 마시바 토시오에게 의뢰해 만든 보사노바풍의 아리랑 등이다. 그는 “아리랑 공연을 할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가시와고교 취주악부의 공연을 본 뒤  ‘한국민요 변주곡’을 연주하는 학교들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 내게 ‘왜 그렇게 아리랑을 열심히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리랑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 같은 음악’이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그 이상일지 모른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 혼자 만든 곡이지만, 아리랑은 한반도의 수많은 사람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 계속 노래로 전승하면서 만든 음악 아니냐”고 했다.
 
그가 바라보는 아리랑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그는 “아리랑이 베토벤 교향곡만큼이나 세계에서 널리 연주되는 곡이 될 수 있다”며 “평화·안식의 이미지와 역동성 등 아리랑의 새로운 요소를 계속 발굴하고 개척해 세계에 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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