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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H.O.T.와 젝스키스, 20년 전 그 열기 속으로 …

1세대 아이돌의 대표 라이벌 두 팀이 13~14일 서울 잠실에서 나란히 공연을 펼쳤다. 17년 만에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0만 관객과 만난 H.O.T. [사진 각 기획사]

1세대 아이돌의 대표 라이벌 두 팀이 13~14일 서울 잠실에서 나란히 공연을 펼쳤다. 17년 만에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0만 관객과 만난 H.O.T. [사진 각 기획사]

H.O.T. vs 젝스키스. 1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두 팀의 라이벌 대전이 17년 만에 재현됐다. 13~14일 양일간 H.O.T.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젝스키스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것. 불과 6㎞ 떨어진 두 공연장에 약 12만 명의 팬들이 모여들어 90년대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팬덤을 과시했다. 현재 3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주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 그룹은 엑소와 방탄소년단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규모다.
 
아이돌의 개념 자체가 모호할 때 데뷔한 두 팀은 결성과 해체 등의 여정을 함께 했다. 1996년 데뷔한 5인조 H.O.T.가 2001년 해체했고, 97년에 데뷔한 6인조 젝스키스 역시 2000년 해체를 발표했다. 10대들의 대변인을 자처한 이들은 데뷔곡 역시 ‘전사의 후예’와 ‘학원별곡’을 택해 학교 폭력과 경쟁 등을 이야기했다. 98년 골든디스크 시상식 입장을 앞두고 흰색 우비(H.O.T.)와 노란색 우비(젝스키스)를 입은 두 팬클럽이 맞붙은 일화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주요 장면으로 등장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만 관객과 호흡한 젝스키스. 강성훈을 제외한 4명만 참여했다. [사진 각 기획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만 관객과 호흡한 젝스키스. 강성훈을 제외한 4명만 참여했다. [사진 각 기획사]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가요제 특집을 계기로 재결합한 이들의 화력은 무섭게 불붙었다. 재결합은 젝스키스가 한발 앞섰다. 2016년 회사원 고지용이 빠지면서 5인조로 재정비한 이들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어나더 라이트’ 등 3장의 음반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팬들과 다시 만난 심경을 담은 신곡 ‘세 단어’에서 온 타이틀 ‘지금·여기·다시’로 꾸민 이번 공연은 재결합 후 벌써 세 번째 공연이다.
 
올 2월 토토가로 완전체 무대를 선보인 H.O.T.는 8개월 만에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콘서트로 돌아왔다. 현재 다섯 멤버 중 강타만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고, 문희준·토니안·이재원은 아이오케이컴퍼니, 장우혁은 WH 크리에이티브 등 각자 소속사는 다르지만, 공연기획사 솔트이노베이션을 주축으로 판을 꾸렸다. SM 자회사인 공연기획사 드림메이커도 투자사로 참여했다.
 
붉은색 수트를 입고 공중 그네에 앉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젝스키스. [사진 각 기획사]

붉은색 수트를 입고 공중 그네에 앉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젝스키스. [사진 각 기획사]

하지만 공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H.O.T. 공연이 축제 분위기였다면, 젝스키스는 메인보컬 강성훈이 개인 팬클럽 ‘후니월드’ 운영 문제로 팬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공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된 2만석의 티켓은 팬들의 이탈로 취소 표가 10%에 달했다.
 
젝스키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보컬 라인 3명(강성훈·장수원·고지용) 중 2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래퍼 은지원과 이재진이 노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간혹 음역대가 맞지 않아 음이탈이 나긴 했지만, 이재진은 숨겨둔 보컬 실력을 뽐내며 주목 받았다. “우리는 댄스 가수”라고 강조한 이들은 2시간 넘게 ‘무모한 사랑’ ‘컴백’ ‘로드파이터’ 등 22곡을 힘차게 부르며 내달렸다.
 
90년대 히트곡 '캔디' 의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H.O.T. [사진 각 기획사]

90년대 히트곡 '캔디' 의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H.O.T. [사진 각 기획사]

반면 H.O.T. 팬들은 이틀간 10만석을 가득 메웠다. 추가 티켓 판매 요구가 빗발치면서 시야제한석이 현장에서 판매됐다. 전성기 당시의 팬들부터 그때는 각기 다른 이유로 공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이 도처에서 몰려든 것이다. 부부 및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해외 팬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 선양에서 처음 한국을 찾은 회사원 양닝(34)은 “2000년 베이징 콘서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바람에 아쉬웠는데 이틀이나 볼 기회가 와서 너무 행복하다”며 “12일 정오쯤 인천공항에 내렸는데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H.O.T. 팬들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2월 27일 콘서트 이후 17년 만에 주경기장에 다시 선 H.O.T.는 팬들과 재회를 만끽했다. 당시 “우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약속했던 문희준은 “이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죄송하다. 17년 전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표했다. 90년대 스타일링을 완벽 재현한 ‘캔디’와 “고마워요 H.O.T” 응원법이 유명한 ‘환희’ 등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기량으로 3시간 동안 23곡을 선보였다.
 
‘#넥스트 메시지(Next Message)’ ‘#2019’ 같은 해시태그가 전광판에 등장하면서 내년 컴백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H.O.T.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김경욱 씽엔터테인먼트 대표(당시 SM 대표)가 사용료를 요구한 데 이어 풀네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까지 상표권을 출원해 제 이름으로 활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연 역시 H.O.T.라는 표기 대신 풀네임을 사용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젝스키스·god·NRG 등 여러 팀이 재결합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신곡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히트곡으로 팬들과 지속적으로 교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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