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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합의부, 판결은 부장님 뜻대로" 지적에 '대등재판부' 생긴다

내년부터 지위ㆍ기수ㆍ경력이 비슷한 판사 3인이 모여 판결하는 ‘경력대등재판부’가 일선 지방법원에 들어선다. 합의부 판사들이 대등하게 다양한 의견을 토론하면서 실질적인 ‘3자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과 대전ㆍ대구ㆍ부산ㆍ광주지법 등 5개 지방법원은 경력대등재판부를 구성해 내년 2월 이후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또 시범운영에서 제외된 다른 법원들도 내부 논의를 거치면 경력대등재판부를 둘 수 있게 해 사실상 전국 법원에서 경력대등재판부가 생기게 됐다.
 
통상 재판 '합의부'는 많은 경험을 가진 부장판사와 상대적으로 낮은 연차의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다. [사진=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제공]

통상 재판 '합의부'는 많은 경험을 가진 부장판사와 상대적으로 낮은 연차의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다. [사진=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제공]

경력대등재판부는 법관 경력 16년차 이상인 지법 부장판사급들로 꾸려지며, 합의부 내 판사들의 연차도 사법연수원 기준 ‘3 기수’ 이내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일정 기간이나 사건을 기준으로 재판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방법도 거론된다.
 
부장판사에 쩔쩔매는 ‘후배’ 판사들…'만년 배석' 속사정도
통상 지방법원 합의부는 판사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와 경력 7년 미만의 좌우 배석판사 세 사람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법원 내 위계질서로 인해 3자 합의로 이뤄져야 할 합의부 사건이 사실상 부장판사 중심으로 결정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방법원의 한 배석판사는 “판결문 구성에서 배석판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부장판사들도 많지만,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벙커(함께 일하기 싫은 부장판사를 뜻하는 은어)’를 만나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 간 갈등의 골은 깊다. 재판 일정이나 휴정기가 대부분 부장판사 위주로 잡히는데다 야근이나 주말근무 역시 부장판사의 일방적인 지시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석 판사에게 폭언과 막말을 일삼는 부장판사도 더러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중앙지법 한 배석판사가 같은 합의부 내 부장판사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법원 고충처리위원회에 알려 배석판사들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변호사업계 불황으로 법복을 벗지 않는 고참판사가 많아지면서 생긴 법원 내 ‘인사 적체’도 대등재판부 도입의 배경이 됐다. 연령과 경력이 높아져도 ‘배석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판사들이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배석판사는 “1심을 전원 단독화하고 대등재판부를 활성화하면 인사 적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부장판사 3명 모아놓으면 합의 되겠나” 우려도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경력대등재판부가 들어서면 기존 부장판사 중심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면서 더 깊은 심리가 가능해진다. 국민들이 받는 재판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경력이 비슷한 판사들끼리 서로 의견충돌을 보일 경우 원활한 재판부 운영이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 스타일이 굳어진 부장판사 셋 모아 놓으면 진정한 의미의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는 자기 주심사건을 알아서 처리하는 단독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미 경력이나 기수가 비슷한 ‘대등재판부’가 운영 중이다. 민사14부는 지난달부터 유헌종(55ㆍ사법연수원 24기) 고법판사가 재판장으로, 성충용(48ㆍ26기)ㆍ최현종(46ㆍ28기) 고법판사가 배석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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