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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정 있다’며 해고…법원“사유 구체적이지 않으면 무효”

“교육청 감사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러 미숙함이 드러나 현직에 적합하지 않다”
 
지난해 6월 전남 보성군에 위치한 A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직원들이 통지받은 해고 사유다. 학교는 행정실 직원 조모씨와 교사 4명에게 ‘교직원 해임 및 행정실 구조조정’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내고 해임을 통지했다. 또, 같은 날 전라남도교육청에는 “해당 교직원들을 해임하고 행적직원 3명을 임용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조모씨를 비롯해 해고를 통보받은 교직원들은 같은 달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해고 사유의 구체성과 사전 예고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다툼의 쟁점이었다. 노동위는 교직원들의 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학교 측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일러스트 = 김회룡]

[일러스트 = 김회룡]

학교 측은 해임 조처한 교직원들이 재단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경찰에서 재단 이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꾸며냈다는 것이다. 조씨가 지난해 2월 이사장의 횡령 혐의를 조사하던 경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 다른 4명의 교사는 박씨 등 교사 4명이 이사장과 교장과의 면담 내용을 녹음해 경찰서에 제출했다고 의심했다.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지난 4일 사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은 해고 통보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가 해고 사유라고 주장하는 교직원들의 비위행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어떤 행위가 해고사유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노동위의 재심 청구 기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소송비용도 학교 측이 부담할 것을 지시했다.
 
재판부는 “해고처분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증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만약 교직원들이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를 한 시간이나 장소, 내용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근로자에게 적어도 해고 30일 전에는 예고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도 학교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해임통고서에 해고를 예고한다는 내용이 없는 점과 이 사건의 학교가 전남교육청에 해당 교직원들을 해임하고 같은 날 3명의 신규 교직원을 임용했다고 보고했다”는 점을 들어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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