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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독립시키는 SBS…사활 건 '드라마 전쟁'의 서막인가

KBS 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 지난 9월 24일 방송된 25회는 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저 시청률인 1.0%를 기록했다. [사진 KBS]

KBS 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 지난 9월 24일 방송된 25회는 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저 시청률인 1.0%를 기록했다. [사진 KBS]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 한 차례 지각 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SBS가 드라마 분야를 독립시키겠다는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드라마본부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최대한 이른 시기에 드라마 본부를 분사하려고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SBS 본사의 영향력 하락 등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SBS는 10월 중순 ‘추진단’을 구성해 이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상파가 드라마 분야를 완전 독립시키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KBS가 예능·드라마를 제작하는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하기도 했지만 서수민 PD, 유호진 PD 등 일부 KBS 구성원 일부만 영입하고, 소수의 콘텐트만 제작하는 등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tvN·JTBC에 주도권 내준 지상파…광고매출도 급락
지상파 드라마 포스터. 왼쪽부터 KBS2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 SBS 수목극 '훈남정음' [사진 각 방송사]

지상파 드라마 포스터. 왼쪽부터 KBS2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 SBS 수목극 '훈남정음' [사진 각 방송사]

 
SBS가 드라마를 독립시키려는 배경은 뚜렷하다.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드라마 시장에서 지상파는 tvNㆍJTBC 등 유료채널에 헤게모니를 뺏긴 지 오래다. 후발주자인 유료채널은 과감한 자본 투자를 바탕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드라마 강자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에 반해 지상파 드라마는 ▶광고 시장 위축에 따른 영업이익 축소 ▶우수 인력의 유출 ▶시장 경쟁의 격화 등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KBS ‘러블리 호러블리’, MBC ‘위대한 유혹자’ 등 1%대 시청률 드라마가 2편이나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05년 2조4021억원이었던 지상파 광고 매출은 지난해 1조4121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SBS, 제2의 '스튜디오드래곤' 꿈꾸나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이미지 스튜디오드래곤]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이미지 스튜디오드래곤]

 
SBS의 드라마 독립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거대 조직의 한 부서로 있을 경우 의사 결정 과정 자체가 늦고 비효율적이다. 드라마만을 전담하는 독립 스튜디오가 생길 경우 발 빠른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시장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또 기업 공개(IPO)를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 이를 바탕으로 콘텐트 사업에 투자할 여력 또한 생긴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제작 환경은 악화되는데 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서 머니 게임, 치킨 게임이 일어나 자본 큰 회사만 살아남는 상황이 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 CJ E&M에서 분사한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대다수 방송사가 꿈꾸고 있는 독립 스튜디오의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 자금을 확보했고, 약 800억원을 들여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 배우 전지현과 박지은 작가가 소속된 문화창고,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소속된 KPJ 등 3개 제작사를 인수했다. 
 
'콘텐트 허브' 된 스튜디오드래곤, 시총만 3조원 수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사진=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사진=tvN

 
제작 방식도 유연하다. 직접 제작은 물론, 외부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등 프로듀싱에도 적극적이다. 이 과정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100% 제작비를 주는 대신 확보한 IP와 판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공급 또한 CJ 계열 채널과 함께 지상파 및 다른 유료 채널에도 공급해 편성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내 드라마 시장 전체를 상대로 콘텐트를 제작·유통하는 ‘콘텐트 허브’가 됐다는 얘기다. 올해만 하더라도 ‘미스터 션샤인’(이하 tvN), ‘나의 아저씨’, ‘라이브’,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황금빛 내 인생’(KBS) 등 굵직한 작품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상반기만 16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시가 총액은 2조7000억여원 수준이다.
 
물론 독립한 스튜디오가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2016년 KBS와 KBS미디어는 합작해 자본금 400억 원의 ‘몬스터유니온’을 세웠지만 2년 넘게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OCN에서 방영한 2017년 드라마 ‘멜로홀릭’을 제외한 나머지는 KBS에서만 방송하는 등 여전히 유연한 제작·유통 방식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KBS의 작은 프로덕션’으로 전락했다. 실제 제작한 콘텐트 또한 시청률·화제성 모두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지난해 5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BS, '기존 문법 끊어낼 수 있을까'가 관건
[사진 tvN '나의 아저씨']

[사진 tvN '나의 아저씨']

 
SBS가 어떤 형태로 드라마 본부를 분사할지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SKT의 투자를 받고 합작 회사를 차릴 것이란 설까지 나돈다. 김영섭 본부장은 “투자 등 관심을 표하는 곳들이 있어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모든 논의는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라 구체화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SBS 드라마 본부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제작·유통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국 SBS의 군소 프로덕션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기존 것을 끊어내고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느냐, 얼마나 모험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제작·유통 측면에서 기존 드라마 시장의 문법 자체가 바뀌었는데, 지상파 체제 하에서는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달라진 드라마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드라마 본부의 분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를 발판으로 유연하면서도 과감하게 기획·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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