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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17개국 '외교 고립' 대만, 트럼프가 눈독들인다

[이슈추적]  
 
차이잉원 대만 총통(左)ㆍ시진핑 중국 국가주석(右). [중앙포토]

차이잉원 대만 총통(左)ㆍ시진핑 중국 국가주석(右). [중앙포토]

 
 ‘양안관계(兩岸關係)’.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일컫는 표현입니다. 물리적으론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안(중국)과 동안(타이완)의 관계를 뜻하는데, 실제 이 해협은 두 나라 사이에서 ‘자연적인 군사분계선’의 역할을 하지요.
 
 최근 대만은 불리한 국면에 놓이게 됐습니다. 외교적 대립 관계인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비롯,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자국의 동맹국을 잃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만의 기존 수교국들이 중국에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하나둘씩 대만과의 수교를 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대만은 ‘외교적 고립 위기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만의 수교국은 전세계 17개국 뿐인데요. 대부분 중앙아메리카 국가와 남태평양 도서국(島嶼國)입니다.
 
 지난달엔 유럽의 ‘유일 수교국’인 바티칸이 중국과 주교 임명권에 대한 예비 합의안에 서명하는 등 중국과 관계 회복을 천명했습니다. 멀리 아프리카 대륙엔 인구 140만명의 소국(小國)인 스와질랜드가 대만의 유일한 수교국입니다.
 
1971년 당시 아프리카 대륙의 대만 수교국.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빨간색은 중국의 수교국이다. [CNN 캡처]

1971년 당시 아프리카 대륙의 대만 수교국.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빨간색은 중국의 수교국이다. [CNN 캡처]

올해 기준 아프리카 대륙의 대만 수교국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래 미세하게 파란색으로 표시된 나라가 바로 유일한 수교국인 스와질란드. [CNN 캡처]

올해 기준 아프리카 대륙의 대만 수교국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래 미세하게 파란색으로 표시된 나라가 바로 유일한 수교국인 스와질란드. [CNN 캡처]

 
 다급한 심정에서였을까요. 최근 대만 정부는 동맹국 확대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개시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비공식 대표’들과 회담에서 ‘중국발(發) 위협’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지요. 
 
 대만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2016년 대만이 도미니카·엘살바도르·부르키나 파소(아프리카 공화국) 등 5개 동맹국을 중국에 내준 이래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특히 FT는 “차이잉원 총통은 국가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유·투명성·평등 등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중국의 대외 분쟁이 늘수록 오히려 미국 등 서구 선진국과 협력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대만 정부는 태평양 도서국 등 수교국에 지원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외교부가 “남태평양 도서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 기금으로 200만 달러(22억3000만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것이지요.
 
 후진타오 땐 “대만 수교 끊겠다” 파라과이 제안 거부 일화도
 
차이잉원 총통의 전임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친중 성향이었다. [AP=연합뉴스]

차이잉원 총통의 전임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친중 성향이었다. [AP=연합뉴스]

 
 10년 전의 양안 관계는 지금보다 좋았습니다. 2008년 집권한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총통이 ‘불독립·불통일·무력불사용’이 골자인 ‘3불(三不)정책’을 내세운 덕분이지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대만과 수교국이던 파라과이 신(新)정부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고 싶다”는 제안을 거절했을 정도였지요. 당시만 해도 ‘우호적’이던 대만 정부를 배려한 조치였습니다.
 
 2012년 마 총통의 재집권 땐 양안 관계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상대국 정부 내 사무처 설립(2013년)·최초 장관급 회담(2014년)·최초 양안 정상회담(2015년)이 잇따라 열렸지요.
 
 그러나 양안 관계는 2016년 민주진보당 차이잉원 정권이 출범과 동시에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대만을 밝혀라(點亮臺灣)’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민진당이 ‘대만 독립’을 주장했기 때문이지요. 국민당과 정반대 노선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불거진 양 국가의 마찰은 결국 ‘수교국 단교 사태’로 치닫고 맙니다.
 
 트럼프의 대만 밀어주기…내달 대만해협서 군사훈련
 
 앞서 언급했듯이, 차이잉원 총통까지 나서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단합’을 호소한 배경엔 중국과의 마찰이 있습니다. 그의 최근 행보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이라는 중국의 대만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 입니다. 
 
 대표적인 일화가 지난 8월 중남미 순방 이후 미국 NASA존슨우주센터·비행관제센터 방문입니다. 존슨우주센터는 ‘중국 출신 과학자’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곳이지요. 한발 더 나가 대만 외교부는 차이잉원 총통의 방문 사진을 공식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20일 미 항공우주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만 외교부 공식 트위터계정]

지난 8월 20일 미 항공우주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만 외교부 공식 트위터계정]

 
 중국은 발끈했습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기를 촉구한다. 미국은 대만 분열 세력에 비공식적 방문 활동의 장소를 제공하거나 편의를 봐줘선 안된다”고 강조했지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밀어주기’ 행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수 차례 중국을 자극한 바 있습니다. 2016년 12월 차이잉원 총통에게 전화를 건 데 이어, 외교 참모인 스티븐 예이츠가 타이베이에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밀담을 주고 받기도 했지요.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AP=연합뉴스]

 
 올해 들어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 활동까지 벌였는데요. 지난 7월 미 이지스 구축함 두 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데 이어, 내달(11월)엔 대만해협에서 함정과 전투기까지 동원된 대규모 군사 훈련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만 국방부는 “아직 들은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CNN은 “미 해군이 대(對) 중국 경고 차원에서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에서 사실상 동시다발적인 무력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 의회도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미국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당)과 에드 미키 상원의원(민주당)은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에 미국의 원조를 축소한다’는 골자의 ‘대만 동맹국 국제보호법’을 발의했는데요. 이어 미 정부는 최근 대만과 단교한 도미니카공화국·엘살바도르·파나마 등 3개국의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난 7월 미 군함이 11년만에 대만해협 통과한 경로 그래픽.

지난 7월 미 군함이 11년만에 대만해협 통과한 경로 그래픽.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을 ‘대중(對中)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천스민(陳世民) 대만대 교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 전쟁,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파견과 남중국해 항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지요.
 
 일각에선 “대만과 미국의 화합 모드가 일시적일 것”이란 추측도 흘러 나옵니다. FT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역시 수십년 묵은 미국산 쇠고기 등을 비롯, 미국과 무역 분쟁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힐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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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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