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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고집... 정식 축구 선수 한 발 다가선 '육상왕' 볼트

12일 열린 호주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사인 볼트. [EPA=연합뉴스]

12일 열린 호주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사인 볼트. [EPA=연합뉴스]

 
 12일 호주 시드니 남서부 지역의 캠벨타운 스타디움. 호주 프로축구 A리그 연습경기에서 맥아더 사우스 웨스트를 상대로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의 한 공격수가 문전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공을 드리블하면서 상대 수비수를 달고 빠르게 달리던 공격수는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터뜨리곤 하늘을 향해 특유의 팔을 뻗는 세리머니를 펼친 이 선수, 육상 트랙이 아닌 축구 그라운드에서도 스타가 되고 싶은 남자, 우사인 볼트(32·자메이카)였다.
 
이날 후반 12분 골을 터뜨린 볼트는 후반 23분 두 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상대 골키퍼 실수를 틈타서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이날 선발 출장해 후반 30분 교체 아웃된 볼트는 75분간 멀티골을 터뜨리면서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국 ESPN은 "볼트가 두 차례 번개처럼 빛났다"고 전했다. 이날 소속팀 센트럴코스트도 4-0 완승을 거뒀다.
 
12일 열린 호주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사인 볼트(왼쪽). [신화=연합뉴스]

12일 열린 호주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사인 볼트(왼쪽). [신화=연합뉴스]

 
육상 스프린터 현역 시절, 올림픽 금메달 8개, 남자 100m와 200m 세계 기록을 보유한 볼트는 세계 육상 사상 '최고 스타'로 꼽힌다. 평소 '축구광'을 자처하던 그는 '진짜 꿈'이기도 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한 도전도 진지하게 이어갔다. 자신이 좋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선수가 되겠다던 그는 은퇴 후 각 팀의 문을 두드렸고, 우여곡절 끝에 연습생 신분으로 호주 A리그에서 축구 선수로서 도전장을 던졌다. 그의 진지한 도전에 몇몇 축구인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응원도 보냈다. 2010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명장’ 비센테 델 보스케(68·스페인) 감독은 “볼트는 공간만 있다면 아주 좋은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공수전환이 빠른 팀에 어울릴 선수”라면서 “풀백(측면 수비수) 자원으로 쓰면 가장 유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볼트는 육상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일찌감치 축구 선수로의 도전을 준비해왔다. 지난 2016년 11월, 현역 은퇴 시점을 '2017 세계선수권'으로 못박았던 그는 “조제 모리뉴 맨유 감독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육상 대신) 축구에 전념했다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장점을 혼합한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축구 선수를 하고 싶어 하던 볼트를 향해 몇몇 구단에선 관심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라는 타이틀에서 보듯 빠른 스피드와 큰 키(1m96cm)를 활용한 제공권에 능하단 장점을 눈여겨봤다. 2016년 11월엔 독일 프로축구 도르트문트 구단이 "볼트 측에서 합동 훈련을 요청해왔다"면서 인연을 맺은 뒤에 지난 3월 실제 입단테스트를 갖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노르웨이 1부리그 팀 스트룀스고세에서도 입단테스트를 가졌다. 지난 2월 말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입단 계약설도 돌았다.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우사인 볼트는 12개 축구 클럽에서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12일 열린 호주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사인 볼트. [신화=연합뉴스]

12일 열린 호주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사인 볼트. [신화=연합뉴스]

 
그나마 볼트의 재능을 본 호주 센트럴 코스트가 지난 8월 손을 내밀었다. 단, 계약이 보장되지 않는 ‘연습생’ 조건이었다. 볼트는 "내게 좋은 기회다. 팀은 내게 좋은 기회를 줬고,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내가 만든 것을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지난 8월 31일 아마추어팀과의 친선경기에서 마침내 축구선수로 데뷔했다. 후반 26분 왼쪽 윙어로 교체 출전해 20분간 뛰었다. 안정적인 패스와 날카로운 침투를 선보였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드러났다.
 
그리고 한달여 뒤, 볼트는 선발로 뛸 만큼 축구 선수로서의 몸을 만들었고, 첫 선발 출전에서 멀티골까지 성공시켰다. 전반부터 위협적인 움직임과 슈팅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고,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던 후반에 두 골을 몰아넣었다. ESPN은 "볼트의 체력은 확실히 향상됐다. 32세의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건 그에겐 큰 도전이지만, 확실히 (이번 멀티골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12일 열린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연습 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센트럴코스트 공격수 우사인 볼트. [EPA=연합뉴스]

12일 열린 맥아더 사우스웨스트와의 연습 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센트럴코스트 공격수 우사인 볼트. [EPA=연합뉴스]

 
이제까지 스포츠 종목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스타들은 많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5·미국)은 야구와 골프에 도전했고,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3·미국) 역시 골프클럽을 잡았다. 하지만 둘 다 새 종목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자신의 주종목으로 돌아갔다.
 
그런 상황에서 볼트의 끝없는 도전은 새삼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호주 A리그는 19일 새 시즌이 개막된다. 아직 볼트가 정식 선수로 뛸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볼트는 경기가 끝난 뒤 "이 곳에 와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 최선을 다해 정식 선수가 될 수 있길 열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엔 골을 넣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힘든 과정을 통해 꿈이 현실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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