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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즐기는 생굴의 싱싱함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60> 청담동 ‘펄쉘(Pearl Shell)’
‘굴’이라면 질색하는 남자가 있다. 어려서 우연히 김치와 굴을 함께 씹은 것이 발단이었다. 입안에 씹히는 ‘물컹’한 질감에 소스라칠 정도로 놀란 그는 이후로 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불혹이 넘어 굴을 찾게 됐다. 굴 애호가인 지인을 따라 오이스터 바를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한 번만 먹어 보라는 강한 권유에, 눈 딱 감고 맛본 생굴과 샴페인 한 모금은 그를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이끌었다.  
 
“거기가 대체 어디냐”며 그를 보채 찾아간 곳은 펄쉘(Pearl Shell). ‘진주 조개’라는 뜻이다. 올 봄 한남동에 1호점이, 최근 청담동에 2호점이 오픈했다. 둘 다 ‘사계절 생굴을 즐길 수 있는 오이스터바’지만, 컨셉트는 조금 다르다. 1호점은 캐주얼한 분위기로 야외 테라스가 있으며, 그릴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2호점은 파리를 모티브로 한 클래식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와인 전문성을 강화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청담점.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뒤쪽 골목에 있다. 내부는 크지 않은 편. 바 좌석 13개, 테이블 9개가 전부다. 바 테이블 앞에는 얼음과 함께 싱싱한 굴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아무 정보 없이 이곳을 찾는다면 그저 분위기 좋은 해산물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해수와 동일한 온도에서 살아 있는 생굴을 담아 두고 있는 수족관이다.  
 
“흔히 접하는 굴은 껍질이 까진 상태로 유통되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면 상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희는 껍질을 까지 않은 굴을 직송 받아 수족관에 보관하고, 주문과 동시에 살아 있는 상태로 손질해 냅니다. 신선도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습니다. 매장 오픈 이래로 저희 굴 드시고 탈이 난 손님은 단 한 분도 없었지요.”  
 
펄쉘을 운영하는 서익훈(34) 대표의 말이다.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의 유명 오이스터바와 피쉬바를 경험하며 해산물을 전문으로 한 다이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26살에 오픈한 해산물 포장마차 ‘수족관’은 그의 첫 성공작.  
 
“미주나 유럽에는 오이스터바나 피쉬바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한 편입니다. 한국의 해산물은 보통 소주 안주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주로 횟집으로 회나 찜, 탕으로 즐기게 되어 있죠. 해산물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오픈한 곳이 바로 이 펄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왜 오이스터바가 많지 않을까. “보통 산란 시기인 여름에는 굴을 먹지 않았습니다. 독성을 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3배체라는 산란기를 없앤 종자가 나왔습니다. 3배체 굴은 4배체 수컷과 2배체 암컷을 교배해 3쌍의 염색체를 가지는 굴을 말하는데요, 염색체가 세 쌍이어서 생식을 하지 않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습니다. ‘여름에 굴을 먹는다고?’ 라며 반신반의하던 손님들도 저희 굴을 맛본 후에는 인식을 바꾸었고, 실제로 한남점의 경우 여름에 굴 판매가 20% 정도 더 늘어났습니다. 사시사철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현재 펄쉘에서 맛볼 수 있는 굴은 3가지다. 통영의 스텔라 마리스, 남해 강진의 클레오, 거제의 참굴. 단품으로 맛볼 수 있고, 세트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3가지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오이스터 플래터를 주문했다. 각각의 굴에 어울리는 와인은 펄쉘의 소믈리에를 맡고 있는 홍문식 매니저의 추천을 받았다.  
 
먼저 ‘바다의 별’이라는 뜻의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짭조름한 맛으로 시작해 담백한 맛, 감칠맛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섬세한 맛을 즐기려면 소스를 많이 넣지 않고 다진 샬롯(적양파)과 와인식초 등을 섞은 미뇨네트 소스와 올리브를 살짝 올려 맛보는 것이 좋다. 함께하기 좋은 와인은 섬세한 맛을 부드럽게 살려주는 샴페인.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브루노 파이야르(Bruno Paillard)의 무수한 기포는 스텔라 마리스의 크리미한 질감과 어우러지며 감칠맛을 길게 끌어 올린다.  
 
거제 참굴은 존재감이 강하다. 짠맛이 센 편으로 입안에서 집중도 있는 풍미가 느껴진다. 신맛이 강한 소스가 잘 어울려서, 레몬이나 미뇨네트 소스를 듬뿍 넣는 것이 좋다. 어울리는 와인은 은근한 단맛이 있고 풍미가 좋은 리슬링. ‘셰퍼 프뢸리히 리슬링 트로켄’은 독일 나헤 지역의 리슬링으로 미네랄이 풍부한 거제 참굴과 경쾌하게 어우러진다.  
 
강진의 클레오(Cleo’s)는 다소 생소하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굴은 아니다. 98% 이상 마카오와 홍콩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몸집이 크면서도 입안에 꽉 차는 큼직한 사이즈로, 바다의 풍미가 농밀하게 담겨 있다. 맛이 담백해서 소스를 풍성하게 올려 먹어도 좋다. 고소하고, 오독오독,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적당한 산미가 있는 샤블리와 잘 어울린다.  
 
이제 요리를 맛볼 차례. 펄쉘에는 ‘태번38’ 고병욱 셰프와의 콜라보를 통해 아메리칸 프렌치를 접목시킨 해산물 요리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강추 요리는 ‘감칠맛’이라는 뜻이 담긴 우마미(Umami) 스테이크. 24시간 수비드 조리한 갈비살 스테이크 위에 토칭을 한 우니를 듬뿍 올렸다. 갈비살과 우니 사이에 볶은 베이컨과 해초를 담아 감칠맛을 배로 끌어 올린다. 한 조각 크게 썰어낸 뒤 아래에 깔려 있는 파마산 치즈가 담긴 감자 퓨레를 찍어 먹으면 된다. 치즈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우니, 담백한 갈비살, 해초의 은근한 풍미와 함께 감자 퓨레의 고소함까지!  
 
이탈리아어로 날생선이라는 뜻의 크루도(Crudo) 플래터는 세 가지 생선을 다른 조리 방법으로 낸다. 망고 비네거와 망고를 작게 올려낸 광어회, 염장 연어와 수비드해 삶아낸 연어를 다져 만든 연어 리예트(Rillette)와 바게트, 초절임한 청어가 나온다. 광어의 담백함, 연어의 짠맛, 청어의 신맛을 두루 즐기기 좋아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산도 있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 펄쉘(Pearl Shell)
오이스터 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5길 45, 02-518-0916  
영업시간  평일 17:00 - 01:00, 일요일 17:00 - 12:00
추천 메뉴  오이스터 플래터 레귤러 사이즈 3만원  
크루도 플래터 6만 2000원 (광어 크루도·연어 리에뜨·피클링한 청어)  
우마미 스테이크 200g 6만 8000원  
펄쉘 크램 차우더 1만 9000원  
추천 와인
굴과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
1. 통영 스텔라 마리스 + 브루노 파이야르 Bruno Paillard 23만 5000원
2. 거제 참굴 + 셰퍼 프뢸리히 리슬링 트로켄 Schafer Frohlich Riesling Troken 10만 8000원
3. 강진 클레오 + 에티엔 브와로 샤블리 브리미에 크뤼 바이용(Etienne Boileau Chabli Premier Cru Vaillons) 9만 8000원
우마미 스테이크와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  
마스 뤼멘 프렐뤼드(Mas lumen prelude) 13만 9000원
* 콜키지: 와인 3만원, 스피릿 5만원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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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