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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화장을 지우니 노래가 들렸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영화는 ‘스타 탄생’이라는 제목대로 할리우드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무명가수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록스타를 만나 최고의 스타로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애벌레 같은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 분)를 나비로 만든 록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 분)의 지위는 점점 떨어지며 추락하고 만다. 익숙한 플롯인데 역시나, 1937년 발표한 영화 ‘스타 탄생’을 리메이크했다. 사실 ‘스타 이즈 본’에 앞서 1954년과 1976년에도 동명의 리메이크작이 발표됐다. 원작과 첫 번째 리메이크작까지는 주인공 직업은 배우였는데, 이후 가수로 바뀌었다.  
 
어차피 널리 알려진 영화이니만큼 캐스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무명가수 앨리 역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를 오르내리는 스타 가수들이 대거 물망에 올랐다. 애초 감독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앨리 역으로 가수 비욘세가 내정됐었다. 또 록스타 잭슨 메인의 역할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 윌 스미스, 톰 크루즈 등 스타 배우들이 거론됐다. 하지만 비욘세가 임신으로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고, 2015년 워너브라더스가 새 감독으로 브래들리 쿠퍼를 지명하면서 영화의 가닥이 구체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주연이면서 동시에 연출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한 자선 행사에서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보고서, 그를 앨리 역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록스타 브래들리 쿠퍼와 무명 가수 레이디 가가라니. 이 이색적인 조합이 익숙한 영화를 신선하게 재구성한다. 할리우드 섹시 스타로 꼽히는 브래들리 쿠퍼는 첫 연출작에서 가창력을 뽐낸다. 실제로 그가 가수로 데뷔했던 이력이 있을까 싶어 찾아봤을 정도로 잘 부른다. 민낯의 레이디 가가는 더욱 낯설다. 시뻘건 생고기 드레스를 입는 등 늘 기괴한 분장과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던 그인데, 분장을 지우자 의외로 평범한 가수 지망생의 얼굴이 보인다. 목소리도 더 잘 들린다. 레이디 가가의 성량이 거의 오페라 가수급이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음악 영화’답게 모두 11곡이 나오는데, 모두 두 주연 배우가 촬영할 때 라이브로 불러 동시 녹음을 했다고 한다.
 
영화 속 앨리의 여정은 실제 레이디 가가의 궤적과 닮아 있어 더 생동감 있다. 앨리는 좁은 게이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무명 시절 레이디 가가도 그랬다. 그 역시 게이바를 돌아다니며 작은 무대에서 라이브 실력을 쌓고, 강력한 팬덤을 구축해 나갔다. 예쁘지 않은 얼굴에 특히 큰 코가 콤플렉스인 앨리처럼, 실제로 그도 가수 생활을 하며 코 수술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단다. 감독은 이를 영화 속 앨리의 경험담으로 녹이려고 애썼다고 한다.  
 
록스타 잭슨 메인이 자신의 공연 무대에 앨리를 서게 했고, 그의 노래가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앨리는 일약 스타가 된다. 두 사람이 수많은 관중 앞에서 듀엣으로 노래 부르는 씬이 하이라이트인데, 실제 공연장에서 촬영했다. 2017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여성 헤드라이너로 서게 된 레이디 가가의 공연 무대였다. 관중석을 꽉 채운 팬들의 환호가 생동감 있는데, 실제 그의 팬들이었다.  
 
이렇게 영화는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강력한 흡입력을 내뿜는다. 레이디 가가의 분장 너머 진솔한 모습을 끌어낸 감독도, 늘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꿈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퍼포먼스 대신 목소리로 전달한 레이디 가가도, 둘의 색다른 모습과 멋진 노래를 보고 듣게 된 관객도, 모두에게 ‘윈-윈’이 된 영화인 듯 하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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