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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름 불러주자 일어난 ‘교실의 기적’

[SPECIAL REPORT] 학교로 들어간 명상 
명상 그림책 『화가 났어요』 한 장면.

명상 그림책 『화가 났어요』 한 장면.

서울 응암초등학교 2학년 원의범 교사의 학급에는 매일 오전 9시 특별한 노래가 약 10분간 울려 퍼진다. “지수가 행복하고 평안하고 건강하기를….” “혁주가 행복하고 평안하고 건강하기를….” 이 교실에서 ‘행복송’으로 불리는 노래다. 행복송과 함께 매일의 수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지수와 혁주의 이름 자리에는 23명 학생의 이름이 각각 돌아가며 들어간다. 친구들의 이름을 함께 부르며 서로의 행복과 평안과 건강을 기원해 주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을 위한 행복송도 빼놓지 않는다.
 
“서로의 이름을 돌아가며 부르다 보면 아이들 표정이 달라지는 게 보여요. 자기 이름이 불릴 차례가 왔을 때 행복해하는 느낌이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이죠.”
 
원 교사의 경력은 약 20년. 교사 생활을 시작하던 때와 비교하면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서 편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 지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올해 처음 행복송 부르기를 시작한 후 그 효과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어쩌다 바쁜 일이 있어 행복송을 빠트리는 날에는 아이들 사이에 다툼도 잦아지고 학급 분위기가 거칠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행복송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들려줄 다양한 이야기, 특히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이 이제는 별도의 일과가 됐다.
 
원 교사가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올해 초 한 학생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부터다. 수업 중에 뛰쳐나가기도 하고 심지어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하고 그랬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학생들을 한 명씩 만나 개별적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보였다. 이번에는 친하게 지내는 다른 선생님들과 상의를 거쳐 학급 전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송이다.
 
원 교사는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명상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 자신이 명상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지만 학급 안에서는 명상의 ‘명’자도 언급하지 않는다. 종교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서다. 명상이란 용어 대신 ‘감정 나누기’라는 말을 사용하다가 자연스럽게 ‘행복송’이란 말을 쓰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교 안으로도 명상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극히 일부의 현상이다. 학교 교육과 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꽤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 널리 반영되고 있지는 못하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교사에 국한돼 있을 뿐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학교의 커리큘럼으로 명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의학·심리학·뇌과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 ‘마음챙김 명상(MBSR)’의 아동·청소년 버전이 학교 안에서 새로운 교육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원 교사는 행복송을 시작하면서 그날그날 학생들에게 해줄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일이 늘어났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일과가 늘었어도 전보다 힘들지 않은 이유는 마음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기쁘다고 했다. 행복송은 아이들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행복송을 리드하는 원 교사 자신이 먼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학급과 학생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한 행복송이 나 자신부터 살려내는 듯하다. 일이 좀 늘었어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온 아이들도 행복송을 부르며 화를 누그러트리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원 교사는 “내년에도 계속할 계획인데 좀 더 연구해서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는 어른들만 받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청소년도 각종 스트레스에 고통받는다. 스마트폰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내쉴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송이 응암초등학교의 한 학급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초·중·고 교실에서 울려 퍼질 수는 없을까.  
 
배영대 문화선임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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