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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 수십 년 가나? 삼성전자 등 IT기업 중국 탈출 러시

[SPECIAL REPORT] 미·중 보복관세 100일
“(미·중 무역) 분쟁이 수십 년을 갈 수 있다…. 이를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만 넘기면 다음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면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안일한 낙관론에 대한 경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 공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지역의 평균 경제(GDP) 성장률은 향후 2년간 최대 0.9%가량 둔화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IMF는 올해 아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은 5.6%로 유지했지만, 내년도 성장률 전망은 5.4%로 지난 4월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보고서는 한국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볼 국가로 분류하면서 GDP 손실이 1%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글로벌밸류체인(GVC) 측면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는 국가다. 경제정보업체 CEIC 등에 따르면 국제 분업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GVC 참여율’이 한국은 약 65%다. 대만·헝가리·체코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이론적으로 국제분업 체계가 끊긴다면 수출의 약 65%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확산되면 한국은 대만 다음으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대중 제재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제품의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한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양쪽이 던지는 관세폭탄의 파편이 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크레디스위스은행에 따르면 특히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만 기업들에 이어 최근엔 한국 기업들이 탈출 러시에 가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선전 통신장비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최근엔 톈진(天津) 경제개발구 내에 있는 가전 생산라인도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LG그룹 등도 중국 사업 이전을 고민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수출 품목과 지역의 다변화를 제안한다. 김현종 본부장은 “주력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후발국들이 추격하기 힘들고 통상환경 변화에 영향받지 않는 새로운 수출품목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도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확보 견제를 우리 산업의 기술 고도화 기회로 삼고, 미국의 추가 무역제재에 대비해 유럽연합(EU)·일본 등과 통상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 무역 조치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협상을 지속하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기술표준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인도·아세안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 수출 시장의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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