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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은 모두 다 루저 … 트럼프 이기는 듯하나 착시

[SPECIAL REPORT] 미·중 보복관세 100일
미국-중국 무역전쟁이 석 달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산 2000억 달러(약 224조원)어치 상품에 보호관세 10%를 부과하기까지 했다. 중국도 응전했다. 중국은 미국산 600억 달러 어치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2000억 달러 대 600억 달러. 두 나라 사이에 화력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중국은 미국한테 받은 만큼 되갚곤 했다. 중국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일까.
 
스티브 행크 교수. [중앙포토]

스티브 행크 교수. [중앙포토]

미·중 무역전쟁 서전(緖戰)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중앙SUNDAY는 스티브 행크 존스홉킨스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행크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 백악관 경제팀 핵심 멤버였다. 당시 미·일 무역분쟁 때 정책 현장에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몇 년 전부터 미·중 무역전쟁을 예측했다.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는가.
“무역전쟁의 역사를 봐라. 위너(승자)와 루저(패자)가 따로 없었다. 무역전쟁에선 모두 루저였다. 지금 미국이 이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착시일 뿐이다.” 
 
위안화 가치 등 중국 경제의 지표들이 좋지 않다.
“올 들어 위안화 가치가 10% 정도 떨어졌다. 기업 부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무역전쟁 탓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내부 문제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긴축을 해왔다. 경기가 둔화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무역전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도 무역전쟁에선 루저가 된다.”
 
 
수입물가 올라 미 소비자들 손해
 
내부 문제란 무엇인가. 부채 문제인가.
“좀 더 장기적인 불안요인이다. 중국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받아 2005년 위안-달러 페그제(고정 환율제)를 폐지했다. 그 바람에 시진핑(習近平) 등 중국 지도자들이 통화가치 안정보다 성장을 위해 돈줄을 마음대로 풀었다 조였다 하게 됐다.”
 
실제 무역전쟁이 올 6월 시작되면서 중국이 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선 듯하다.
“중국에선 시장이 아닌 정부가 신용을 공급하고 있다. 어느 업종 어떤 기업에 자금 얼마를 지원할지를 정부가 결정한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내부 구조적인 문제를 키우고 있다.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
 
행크 교수는 달러와 기타 통화의 페그제를 지지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소신에 따라 중국이 위안-달러 페그제를 유지한 2005년 이전을 태평성대라고 평가한다. 반면 2005년 이후 중국에 대해선 불안정의 시대라고 했다. 또 미국도 위안화 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페그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위안화 가격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요즘 미국 경제가 좋다. 이를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언론인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보호관세 부과 같은) 사건 이후에 나오는 경제 지표상 변화를 모두 그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너무나 수준 낮은 접근법이다.”
 
미국의 좋은 지표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줬다. 이런 조치가 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그의 보호관세는 미국 소비자에 대한 세금일 뿐이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뜻밖이다. 미 경제가 흔들린다는 말인가.
“관세 때문에 수입물가가 올라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미스터 트럼프가 보조금으로 농가 등을 지원해 무역전쟁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려고 한다. 하지만 보조금으론 농가와 소비자의 손실이 다 보상되는 게 아니다. 더욱이 최근 무역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어떤 무역지표 말인가.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있지도 않다. 이런 무역적자에도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요 교역 상대국을 관세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들이 보호관세와 경제제재 등을 이유로 달러를 멀리할 수 있다.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하려고 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
 
당장 달러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징후는 없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62% 정도다. 위안화는 1.2% 선이다. 달러 비중은 1990년 47% 정도까지 줄었다. 트럼프식 압박이 이어진다면 달러 비중 감소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행크 교수의 진단이다.
 
 
미 무역적자는 ‘메이드 인 USA’
 
80년대 미·일 무역분쟁에서 미국이 승자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미국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압박했다. 적잖은 양보를 받아내기는 했다. 하지만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 줄 아는가.”
 
가미카제 거품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일본 경제가 거품에 시달리다 결국 잃어버린 20년을 겪어야 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다. 그런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바람에 미국도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미국이 경제패권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이다. 낡은 논리다. 물론 미스터 트럼프와 그의 경제 참모들이 서로 이기는 경제 발전보다 패권 유지를 중시한다. 하지만 반년 전에 기자에게 말했듯이 중국은 일본이 아니다.”
 
올 3월 행크 교수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80년대 시장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 미국이 절실했다”며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요구나 압박을 거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신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불공정 무역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무슨 뜻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미국 정부와 시민들이 저축은 소홀히 하면서 소비를 많이 한 탓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메이드 인 USA(made in USA)’라는 얘기다. 미스터 트럼프가 엉뚱하게 무역적자를 중국이나 유럽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언론도 덩달아 잘못된 정보나 근거가 부족한 소식을 전한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불공정 교역을 바로 잡겠다고 나서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멕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새로 맺었다.
“한국과 FTA 내용은 잘 살펴보지 않았다. 다만 캐나다와 새로 맺은 협정은 ‘계획경제의 시작’이다.”
 
무슨 말인가.
“캐나다와 맺은 FTA는 나쁜 거래다. 자유무역 협정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차량 몇 대를 수출할 수 있고, 자동차 부품 비율까지 결정해준다. 이게 계획경제 아니고 무엇인가.”
 
행크 교수는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단순히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게 아니다”는 점을 주목한다. 시진핑이 추진 중인 제조업 육성정책 ‘중국 제조(Made in China) 2025’ 등 중국의 경제 전략을 바꾸는 게 트럼프의 목표라는 얘기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점을 활용해 중국을 굴복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시진핑이 트럼프에 맞서 싸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하지만 시진핑은 80년대 일본 지도자들처럼 압력에 굴복하기 쉽지 않다. 그는 중국 내 최고 지도자다. 자신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트럼프에 맞서야 한다. 시진핑은 투자와 내수를 늘려 수출 감소를 벌충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도 감수할 태세다.”
 
 
트럼프, 패권·안보 차원서 경제 봐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 선거 이후 트럼프가 태도를 바꿔 중국이나 유럽을 지금처럼 거세게 몰아붙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쪽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트럼프나 시진핑 가운데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두 나라 교역갈등에 패권 등 정치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하원에서 패한다는 게 최근 여론조사 흐름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 지위를 잃어도 트럼프가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미스터 트럼프와 그의 경제 참모들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경제를 패권과 안보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신념이다.”
 
중간선거 뒤에 두 나라가 타협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내년 1월 중국산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가 현재 10%에서 25%로 높아진다. 세계 경제가 크게 충격 받을 수밖에 없다.
“난 비관론자가 아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쪽이다. 이러는 나도 세계 경제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나쁠 것으로 본다. 아니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계기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최대 성장 엔진인 중국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행크
1981~82년에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수석 멤버였고 이후엔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통화시스템 개혁을 자문한 보수적 경제이론가다.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여러 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경제자문관으로 발탁됐다. 90년대 말엔 세계 경제정책 수립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요즘 그는 베네수엘라와 터키 등이 살 길은 달러화(dollarization)라고 강조한다. 두 나라 통화를 달러와 고정 환율로 묶어 통화 불신을 없애야 한다는 처방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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