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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 초등생 “천천히 걸으니, 나쁜 생각 사라져”

[SPECIAL REPORT] 배영대의 명상만리 - 학교로 들어간 명상
‘그림책으로 대화하기’ 모임에 참가한 임경희·한옥란·조경숙·원의범·이회진 교사(오른쪽부터)가 주제별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와 은평구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이들은 격주로 만나 더 나은 교육을 모색하고 있다. 9월의 주제는 ‘명상 교육’이었다. [신인섭 기자]

‘그림책으로 대화하기’ 모임에 참가한 임경희·한옥란·조경숙·원의범·이회진 교사(오른쪽부터)가 주제별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와 은평구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이들은 격주로 만나 더 나은 교육을 모색하고 있다. 9월의 주제는 ‘명상 교육’이었다. [신인섭 기자]

서울 상암동 서울산업진흥원 건물 내 ‘그림 비즈’. 소형 사무실이나 회의실을 임대하는 이 공간에서 격주로 수요일 오후 6시에 색다른 모임이 열린다. ‘그림책으로 대화하기’(이하 ‘그대’)이다. 마포구와 은평구 내에 위치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제별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더 나은 교육을 꿈꾸는 모임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월 19일에도 오후 6시가 되자 하나 둘 ‘그대’ 멤버들이 모여들었다. 리더 격인 임경희(상지초) 교사를 비롯해 원의범(응암초)·한옥란(불광초)·조경숙(서신초)·이회진(은명초) 교사가 참여했다. 이날 함께 읽은 그림책의 공통 주제는 ‘명상’. 테이블에 올라온 책들은 『천천히 걷다 보면』 『화가 났어요』 『어린이 명상』 『비밀의 방』 등이다.
 
『천천히 걷다 보면』 은 어린이들의 화해와 우정을 그린 그림책으로 일종의 ‘걷기 명상’을 아이들 버전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한다. 『화가 났어요』는 자기가 원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좋을 그림책이다. 자신의 화와 대화를 나누고 지혜롭게 조절하는 법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여준다. 이런 책들로 어떻게 교실에서 명상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임경희 교사는 ‘그대’에서 토론된 내용을 자신의 학급에서 적용해 봤다. 『천천히 걷다 보면』 『화가 났어요』를 읽어 주고 천천히 긴 복도를 지나 운동장까지 걸어보라고 했다. 일종의 ‘걷기 명상’을 시도해본 것이다. 걷기가 끝난 후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아이가 시를 써 와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시를 써 보자고 권했다. 시에 드러난 아이들의 느낌은 싱싱하고 다양했다.
 
처음 해본 ‘걷기 명상’에 대한 저마다의 신기함을 표현한 것이지만 그중에는 명상의 핵심을 꿰뚫어본 소감도 보였다. 예컨대 한 학생은 이렇게 표현했다. “천천히 걷다보면 관찰력이 좋아지고 / 관찰력이 좋아지면 못 볼 것을 볼 수 있네 // 천천히 걷다보면 안정이 찾아오고 / 안정이 찾아오면 나쁜 생각은 없어져 버리네.”
 
‘죽음 교육’ 전문가이기도 한 임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어른 못지않게 바쁘고 무언가에 쫓기며 산다. 게다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은 어디서 시작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잘 모른다. 『화가 났어요』 를 읽어 주고 이야기를 나눈 후 ‘화도 사랑하고 보듬어 줘야 할 나 자신의 일부’라는 걸 깨닫게 됐다는 아이들, 화가 날 때는 무조건 억누르는 것보다 화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대견해 보였다”고 말했다.
 
◆학교 명상 제도화 가능할까=다양한 교육의 길을 내는 교사들도 있지만 ‘학교 명상’은 아직 우리 교육 현장에서 먼 얘기처럼 들린다. 자신의 학급에서 매일 수업 시작 전 ‘행복송’ 부르기를 하는 원의범 교사나 임경희 교사가 이끄는 그림책 모임 ‘그대’ 같은 경우는 우리 교육환경에서 보기 드문 케이스다. 학교 명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적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처럼 학교 내 커리큘럼으로 본격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전남 광주 대성여고가 2009년에 명상 교육을 실시해 화제가 됐지만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당시 명상을 지도했던 박현주 교사는 확산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선 명상을 담당할 교사가 없기 때문이고, 교사가 있다고 해도 명상을 과목으로까지 만들지는 못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에서 명상 수업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성여고의 명상 수업은 박 교사가 중학교로 전근 간 후 담당교사 없이 명맥을 이어오다가 지난해부터 그조차 중단됐다고 한다. ‘학교 명상’을 제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자 박 교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 교육에 명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명상 연수를 하게 되면 명상을 배운 교사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런 교사들에게 배운 학생들도 마음이 편안해지게 되면서 교실의 분위기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수업 시작할 때 1분, 끝날 때 1분만 명상해도 좋다. 점심시간을 활용해도 괜찮다.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재량껏 할 수 있다.”
 
◆ 교사 스트레스부터 해소를=한국명상학회 윤병수(대구가톨릭대 교수) 회장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화내지 말고, 규율 잘 따르라는 등 요구는 많이 하는데 정작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는 것 같다. 윤리·도덕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인성교육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2~2013년 대구 교육청과 공동으로 교사 대상 명상교육 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증가 추세를 보였던 중학생들의 자살을 줄이려는 취지였다. 명상을 통해 학생들의 감정 조절 역량을 키워 주려는 것이었다. 교육감 지휘 아래 대구지역 교사들에게 먼저 명상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가 놓여 있었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 명상 교육의 제도화 문제보다도 ‘교사 스트레스’의 해소가 더 시급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학교 명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사 양성이 우선 과제지만 동시에 교사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직 교사들이 대개 학교 명상 제도화에 대해 “쉽지 않은 문제”라며 난색을 보이는 이유는 그 때문으로 보인다.
 
‘그림책으로 대화하기’ 모임 추천 명상 그림책 5
추천 명상 그림책 5

추천 명상 그림책 5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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