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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상치 않은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 준수 경고

한·미 관계는 과연 온전한가.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최근 계속 벌어져 큰 걱정이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3차 방북 직후 미 재무부가 한국 금융권에 연락해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미 재무부 핵심 관계자들이 우리 금융당국이 아닌 국책은행과 시중은행과 직접 접촉해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이례적이다.
 
시점부터 미묘하다. 미 재무부가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농협 등 우리 금융회사 여러 곳에 전화 등을 통해 콘퍼런스콜(영상 또는 전화 회의)을 가진 건 지난달 20일과 21일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직후다. 회의 내용도 신경 쓰인다. 미국 측은 우리 은행들이 추진하는 대북 관련 사업현황을 묻고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북한 비핵화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 전에 서둘러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 방북 전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남북 군사합의서 내용과 관련해 40분이나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미국이 받기 어려운 내용이 군사합의서에 포함된 데다 이 같은 사항을 정상회담 이틀 전에야 알린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그래서인지 사흘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한 거친 발언이 더욱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일각에선 ‘한·미 균열’ 운운의 말도 나온다. 한·미 관계가 이렇게 삐걱거리게 된 이면엔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려 한다. 비핵화를 견인하는 선순환 역할을 한다는 믿음에서다. 이런 남북관계 해빙은 제재 완화의 방향으로 흐른다. 한데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남북관계의 때 이른 봄이 비핵화의 매듭을 풀기는커녕 더 꼬이게 만든다고 본다. 이 같은 견해 차이 탓에 최근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한·미 관계의 현주소다.
 
7월엔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이 터져 한국이 제재의 구멍이 되느냐는 미국의 의혹이 일었다. 8월엔 유엔사의 불허로 남북 철도·도로 공동점검 계획이 무산됐고, 9월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문제로 한·미가 충돌했다. 정부가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80t 분량의 석유 등을 북한으로 반출하려던 게 문제가 됐다. 이처럼 한·미 불신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제재 준수 경고를 보냈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 금융권도 이번 사태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행여 미 재무부가 주도하는 금융제재 대상이라도 되는 날이면 보유 중인 달러화가 순식간에 빠져나가 우리 은행들이 뿌리째 흔들리는 악몽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대북정책 속도를 조절할 기세가 아니다. 통일부는 어제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곧 개최되는 것으로 남북 간에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 초반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서두르면 오히려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과 엇박자 내며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꿈을 이룬다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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