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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가 급락, 미국 긴축보다 중국 돈 푸는 게 더 위험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의 시작인가. 10월 둘째 주 글로벌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미국·중국·일본 등의 주가가 3~6%씩 떨어졌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출렁거렸다. 실물경제와 견줘 한참 오른 금융 자산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양상(민스키 모멘트)이다. 금융버블 이론가인 고(故) 허먼 민스키 전 워싱턴대학 교수는 생전에 “실물과 금융의 간극은 갑작스럽게 줄어들곤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흐름에 따라 질서 있게 조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올 3월부터 9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렸다. 석 달에 한 번 올린 셈이다. 모두 예측 가능했다. 인상 직후 금융자산 가격이 크게 출렁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돌연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주가가 급락했다. 마치 밀린 숙제 하듯 시장은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를 일제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시장 금리 상승,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무역전쟁 등 세 가지 리스크가 글로벌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세 가지는 새로운 위험요소가 아니다. 올해 초부터 시장 참여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문제였다. 정작 금융시장은 민스키가 생전에 한 말대로 ‘돌연’ 반응했다.
 
 
금융자산 가격 하락 뒤 실물경제 둔화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급락의 시작은 미 국채 금리(만기 수익률) 급등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9월 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9월26일)을 예견한 채권 매도 탓이었다. 마침내 9월18일 연 3% 선을 넘어섰다. 이후 금리는 3.22%선까지 거침없이 올랐다. 이는 최근 5년 새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국채 10년물의 연 3%는 미 금융 전문가 데니스 가트먼 가트먼레터 발행인 등이 말한 중요한 변곡점이다. 올해 초부터 그들은 “미 국채 금리가 3%를 넘어서면 주식 등 금융자산의 가격이 리셋(재설정)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의 가장 취약한 곳을 강타했다. 바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성이 둔화하기 시작한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기술주들이다. 이들 주가는 이번 하락으로 최근 1년 최고치에서 7~31%씩 추락했다.
 
최근 미국은 글로벌 경제의 유일한 성장엔진이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관세 공격으로 금융과 실물 부문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은 미국의 통화긴축 이후 위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위기 이후 세계 성장을 이끌어온 두 엔진이 추력을 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런 와중에 미국발 주가 급락 회오리가 세계를 휩쓸었다. 톰슨 로이터는 “가장 좋은 상태인 미국의 주식과 채권 가격 하락에 글로벌 시장이 순간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고 묘사했다.
 
 
G2 통화정책 엇박자로 수출 어려울 수도
 
다만, 주말을 앞두고 아시아 시장에서 먼저 진정 기미가 나타났다. 한국 코스피가 1.51%(32.18) 올라 2161.8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이 3.41%(24.12) 오른 731.5로 마쳤다. 일본과 중국 등의 주가도 0.5~1%씩 반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제 이번 하락의 숨은 의미를 캐볼 때가 됐다. 단서는 미 국채 값 하락(금리 상승)이다. 매튜 킹 시티그룹 채권투자전략부문 글로벌 헤드는 올 9월 초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미 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금융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바로 금융시장 호황의 끝을 암시한다는 얘기다. 킹은 “2000년 이후 금융 자산 가격이 먼저 하락한 뒤 실물 경제가 뒤따라 둔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의 채권과 주식의 동반 하락이 미국의 실물 경제의 둔화를 알리는 전주곡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 경기 둔화는 위기에서 비롯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상적인 경기 변동의 일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대신 리하르트 베르너 영국 사우스햄턴대 교수(경제학)는 8일 기자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최근 중국 정부의 통화완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민은행(PBOC)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두고 한 말이다. PBOC는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기존 15.5%(대형 은행)에서 14.5%로 1% 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올 들어 네 번째 인하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예금 가운데 대출하지 않고 남겨둬야 할 비율이다. 이번 조치로 시중 은행들은 중국 기업에 1조2000억 위안(약 197조원) 정도를 더 빌려줄 수 있게 됐다. 익숙한 처방이다. 중국은 서방이나 이웃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을 때면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 실물 경제를 방어했다. 그 바람에 “국내총생산(GDP) 1달러를 증가시키기 위해 부채 3달러를 늘리는 패턴이 최근 10여년 동안 이어졌다”고 베르너 교수는 지적했다. 대출 증가는 경제 활력을 높여줬다. 반면 집값 등 자산 가격 급등을 야기했다. 올해 초까지 중국 정부는 부채와 집값 거품을 잡기 위해 돈줄을 조였다. 이번 무역전쟁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중단시킨 셈이다.
 
베르너 교수는 “중국이 1980년대 일본을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했다. 수출 기업의 고통이 커졌다. 일본은행(BOJ)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1989년까지 3%포인트를 내렸다. 결과는 자산 거품이었다. 요즘 중국은 미국이 긴축하는 사이 돈을 풀고 있다. G2의 통화정책이 엇박자다.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며 수출시장에서 한국 등 이웃을 등치는 일(수출 방해)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자국 내에선 자산거품이 일어 끝내 파열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차이나 리스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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