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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약 먹어도 소화 안 되고 복통 땐 췌장암 의심해야

중견회사 중역인 이모(56)씨는 가끔씩 소화불량 증상이 있었다. 최근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문상을 다녀온 뒤 두려운 마음에 서둘러 병원 외래 예약을 했다. 불과 3개월전에 같이 술자리를 하며 건강하게 보였던 친구가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던 것이다. 다행히 췌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검사결과를 들었지만 이후 어떻게 하면 췌장을 건강하게 유지할지 관심이 높다.
 
주부인 이모(52)씨는 얼마 전 건강진단 목적으로 개인의원에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췌장에 1.5cm 크기의 낭종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췌장에 이상이 있다는 말에 췌장암의 공포가 엄습했다. 이씨는 서둘러 상급종합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로부터 췌장의 머리쪽에 생긴 물혹이니 걱정하지 말고 6개월뒤 추적검사하자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 낭종이 커지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5년 생존율 5%도 안 되는 공포의 췌장암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췌장은 우리 몸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위치해 있을까. 오른쪽 손을 펴서 명치와 배꼽 사이 정중앙으로 배에 대보자. 이때 손끝 부분이 췌장의 꼬리, 가운데 부분이 췌장의 몸통, 손목부분이 췌장의 머리에 해당하며, 우리 몸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위치 특성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주변 다른 장기의 이상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복부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췌장을 잘 관찰하기 힘들다. 또한 췌장은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고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소화효소를 만들어내는 공장역할을 하기에 문제가 생기면 혈당조절이 잘 안되고 소화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건강진단 목적으로 증상이 없어도 복부초음파나 CT 검사를 받는 일이 흔하다. 그 과정에서 췌장낭종이 발견되고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도 늘고 있다. 췌장암은 딱딱한 고체 성분의 혹인데 반해 췌장낭종은 그 대부분이 액체성분이다. 이중 일부에서 암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발견했을 때부터 크기가 빨리 커지거나 액체 성분의 낭종안에 고체성분의 결절이 보이든지 췌관이 현저하게 늘어나는 것과 같은 특징적인 소견이 나타난다. 담당의사가 추적검사 하면서 영상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이때 수술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잘 치료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췌장낭종이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낭종의 크기가 커지지 않는지 궁금해 한다. 현재 이를 막는 약은 없다. 췌장에 무리를 주는 식생활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가벼운 음주는 괜찮으나 과음은 금물이고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췌장에 부담을 많이 주는 과식 습관을 버리고 과도한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며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비만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공육이나 탄 고기를 피하고 통곡물류, 감귤류, 튀기지 않은 생선, 엽산이 풍부한 채소류를 먹는 것이 좋다.
 
췌장암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으나 특별히 좀더 주의를 해야 할 위험계층이 있다. 오랫동안 흡연을 했던 사람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발병률이 2~5배 이상 높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기도 하고 췌장암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췌장암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55세 이상에서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그간 잘 조절되던 당뇨병이 노력을 해도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췌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가족병력에서 50세 이전에 직계가족중 한 명 이상 췌장암이 있었거나 나이에 관계없이 췌장암 환자가 두 명 이상 있었다면 유전적 요인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만성췌장염 환자나 췌장낭종 환자 및 오랫동안 과음을 했던 경우에도 췌장암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췌장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한다.
 
췌장암은 초기에 발견하여 수술하면 완치할 수 있다. 다만 초기에 자각할만한 증상은 없다. 영상검사에서 운이 좋게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췌장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체중감소다. 일반적인 소화기 질환에서 모두 복통이 나타날 수 있어서 췌장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으면 진단이 늦어진다. 복통이 있어서 내시경과 복부초음파 검사를 해도 뚜렷한 원인 질환이 없거나 위장질환으로 투약을 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췌장에 대한 검사를 꼭 해보는 게 중요하다. 소화가 안되고 복통 때문에 식사를 잘 못하게 되면서 현저한 체중감소가 동반된다. 또한 췌장암은 췌장의 머리 부분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고, 이곳은 담즙 운반통로인 담관이 위치한 부위여서 담관을 압박하면 눈 흰자위가 노래지는 황달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10년 새 치료 성적 뚜렷하게 향상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률이 5%미만이었던 치명적인 췌장암의 치료성적은 최근 10년 사이에 뚜렷한 향상을 보이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췌장암 수술 후 5년 생존률은 1기 67%, 2기 18%로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졌다. 전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하고,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해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또한 새로운 항암치료제로 젬시타빈과 아브락산 병용주사와 네가지 약제 병합요법인 폴피리녹스 주사요법이 췌장암의 표준 항암치료로 자리잡으면서 이전보다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향상됐다. 처음 진단 때 수술이 불가능하던 환자들 중 일부에서는 이 항암치료후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늘고 있다.
 
방사선 치료분야에서 양성자 치료기가 도입된 뒤 췌장암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쓰인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에 비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고용량의 방사선을 쏠 수 있어서 정상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아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는 높다. 이외에도 췌장암은 주변 림프절과 혈관전이가 흔한 특성 때문에 항암요법과 병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항암주사의 경우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면역치료제가 최근 각광 받고 있다. 췌장암에서도 다른 장기에 효과적이었던 키트루다 등 일부 약물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췌장암은 치명적이긴 하나 막연한 공포감을 갖기보다 췌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을 하고 과음을 피하며 과도한 동물성 지방섭취를 줄이고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식생활을 유지해서 췌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앞서 설명한 위험인자가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췌장의 이상을 일찍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증상이 있을 때는 서둘러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실시하여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 췌장암의 다양한 치료 방법이 발전하였으니 실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는 것을 권한다.
 
이규택 삼성서울병원 췌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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