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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다양성 파괴자 … ‘붕어빵 스타일’ 찍어낸 교육부·LH

[도시와 건축] 건축으로 본 대한민국 난제 셋
지금 우리나라 국민은 남녀·세대·정치성향·경제계층 별로 분열되고 대립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낀다. 자존감은 땅에 떨어져서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쓴 위로하는 책들의 전성시대다. 갈등지수는 계속 높아져서 과연 이 사회가 지속가능한지 걱정되는 수준이다. 낮은 행복도, 교육문제, 청년주거문제 등은 사회가 전방위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는 건축적 시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건축적으로 보면 문제는 3가지 정도가 있다.
 
 
신도시 아파트 이미지, 성형외과 광고 같아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에 들어선 공공임대 아파트. 10년 간 전셋값 상승 걱정 없이 살다가 내 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진 LH]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에 들어선 공공임대 아파트. 10년 간 전셋값 상승 걱정 없이 살다가 내 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진 LH]

첫째는 ‘획일화’가 문제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은 평등한 사회구축을 목표로 한다. 숭고한 목표다. 그런데 문제는 방법이 잘못됐다. 이들은 평등한 사회를 ‘획일화’를 통해서만 만들려고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른 옷을 입으면 상처받는 아이가 있으니 똑같이 교복을 입으라고 한다. 다른 반찬을 싸오면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음식을 배급하는 급식을 한다. 집도 중산층은 비슷한 모양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통일해 놓았다. 이들은 모든 국민이 다 통일된 방식으로 살게 만들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불행한 이유는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같은 모양의 아파트에 살게 되면 그 다음에 가치판단의 기준은 ‘집값’밖에 남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획일화된 삶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가치판단 기준이 모두 정량화됐다. 집값, 성적, 키, 체중, 연봉이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살다보니 “나도 30평 아파트이고 너도 30평 아파트인데 우리 집은 3억원인데, 왜 너희 집은 15억원이냐”는 비교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국민에게 성공한 사람의 표준이 하나다.  
 
19세에 수능을 봐서 서울대에 입학하고 30대에 억대 연봉을 받고 서울 강남구에 중형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를 끄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만 삐끗해도 다 ‘루저’가 된다. 재수해서 20세에 서울대에 가도 19세에 간 친구에 비해서 루저가 된다. 강남에 집을 샀는데 강남구가 아니라 송파구에 사도 루저라고 느낀다. 19세에 서울대에 들어가고 강남구에 집을 사도, 키가 180cm가 안 되면 루저가 된다. 결국 모든 국민은 다 루저가 된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서 자기만의 가치가 없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존감이 낮으니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 백만 권씩 팔린다.
 
이렇듯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을 획일화시키는 대표적인 두 조직은 교육부와 LH다. 이 둘은 지난 50년 간 우리나라를 극빈국에서 지금의 성공적 국가로 성장시킨 주역들이다. 이들의 성공공식은 표준화와 대량생산이었다. 그런데 그 두 특징이 지금은 우리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 친구가 40억원짜리 타워팰리스에 살아도 나는 작은 마당이 있어서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내 집이 더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주택은 모두 아파트로 공급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는 하나같이 강남을 흉내 낸 비슷한 모습이다. 혁신도시 세종시의 모습이나, 진주 신도시의 모습이나 판교나 강남이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신도시 아파트 광고 이미지를 보면 성형외과 광고판을 보는 듯하다.
 
특히나 획일화가 심한 곳은 ‘학교’다. 모든 공립학교 건물은 다 비슷하고 교육과정도 똑같고 모두 교복에 급식을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얼마나 전체주의적 삶을 살고 있는지를 중학생 아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내가 오랜만에 빨간바지를 입고 나가려고 하자 아들은 나에게 ‘관종’이라고 놀렸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개성을 표현하는 친구를 관종이라고 놀린다. 이들은 이미 서로 개성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해서 다 비슷한 모습을 만든다. 아들과 옷을 사러 가면 항상 회색, 검은색 옷만 고른다. 색깔 있는 옷 입기를 두려워한다. 눈에 띄는 관종이 될까 두려운 거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옷은 검은색과 무채색들이 대부분이다. 획일화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자신과 조금만 다른 사람을 보아도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의 표현만 봐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돈해서 사용한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다양성에 관대하지 못한지 알 수 있다.
 
좋은 사회는 30세에 수능을 봐도 되고, 결혼을 50세에 해도 되고, 결혼을 안 해도 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가져도 되고, 아이가 있고 이혼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는 사회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온 다민족국가가 되는 것이 다양성 사회가 아니다. 단일민족이라도 삶의 형태가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이 다양성의 사회이다. 교육부와 LH는 표준화와 대량생산으로 최빈국의 대한민국을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만들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마치 아폴로 우주선의 1단계 추진체와 같다. ‘대한민국호’는 이미 성층권에 도달했다. 1단계 추진체는 이제 짐만 된다. 1단계 추진체를 떨어뜨리고 가야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갈등을 줄이고 더 행복해지려면 다양성을 늘리는 쪽으로 우리의 생각과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변화된 환경에 살아남으려면 혁신적 진화가 필요하다.
 
 
집 싸게 산 뒤 소득 늘면 나머지 절반 증축
 
거주자가 추가로 집을 지어 완성했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뒤 소득이 늘어나면 주택의 나머지 절반을 개조하고 증축할 수 있다. [사진 엘레멘탈]

거주자가 추가로 집을 지어 완성했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뒤 소득이 늘어나면 주택의 나머지 절반을 개조하고 증축할 수 있다. [사진 엘레멘탈]

두 번째 문제는 학교건축비 문제다. 우리나라 공공건축물의 단위면적당 공사비 표를 보면 가장 낮은 세 개가 초·중·고 학교다. 학교는 3.3㎥당 550만원에 지어지는데, 교도소는 850만원, 시청 건물은 750만원에 지어진다. 나는 학교는 3.3㎥당 1500만원의 성북동 회장님 집 수준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의 집을 좋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에 공립학교를 좋게 만든다면 모든 국민이 인격형성의 어린 나이에 12년 동안 좋은 집에서 살다가 나오는 것이 된다. 이보다 더 세금을 좋게 쓰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방 균형발전을 한다고 공공기업을 지방으로 억지로 보내고, 거기에 신도시 만드느라 돈을 쓰고, 그랬더니 주변의 기존 도시가 슬럼화 되는 현상이 생겨났다. 세금낭비다. 지역 균형발전을 원한다면 낙후된 지역부터 3.3㎥당 1500만원에 초호화 학교를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주변의 헐값 주택을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대출을 80% 정도 해주어서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좋은 학교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동네를 좋게 만들고 그러면서 집값이 오르면 대출금도 갚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셋째는 청년주거문제를 항상 저렴한 임대주택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신문 기사를 보면 한쪽에서는 연 3%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뛰고, 다른 쪽에서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한다. 이 정책은 모순이다. 경제성장을 하면 인플레이션이 오고, 집값은 오른다. 그러면 10년 간 편하게 임대주택에 있었던 청년은 10년 후 다 오른 집값의 집을 어떻게 사란 말인가. 정치가들은 국민세금으로 임대주택을 주고 표를 얻을 생각만 한다. 이들은 모든 국민을 ‘세금혜택의 노예’로 만들려는 듯이 보인다. 당장은 문제해결이 된 듯하지만 그 국민들은 계속해서 정부의 혜택만 구걸하게 하는 영원한 ‘소작농’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정치가들의 ‘표밭’이 된다. 정치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생색을 내고 표를 얻는다. 이들은 국민이 자신들의 선심정책이 필요없는 ‘지주’가 되기를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른들은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돈을 다 벌었는데, 젊은이들은 임대주택에 살고 월급을 저금해서 부자가 되라니 젊은이들이 화가 나는 것이다. 신용과 담보로만 대출해주는 세상에서 신용도 담보도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비트코인만이 희망이 되었던 것이다.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이 아닌 자신의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낙후된 지역에 학교를 잘 지어주고 저렴한 주택을 살 수 있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교육-청년주거-지역 균형발전’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임대주택에 살면서 동네를 좋게 만들려는 ‘착한 사람’은 많지 않다.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지은 ‘반쪽짜리 집’.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프로젝트인 ‘엘레멘탈’ 프로젝트에 따라 지어졌다. [사진 엘레멘탈]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지은 ‘반쪽짜리 집’.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프로젝트인 ‘엘레멘탈’ 프로젝트에 따라 지어졌다. [사진 엘레멘탈]

칠레에 유사한 성공사례가 있다. 2016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작품인 ‘엘리멘탈’이다. 이 주택단지는 빈민을 위한 공동주택 프로젝트로서 절반만 완성된 주택이다. 저소득자들은 이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주민들이 소득이 늘어나면 주택의 나머지 절반을 개조하거나 증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각기 다른 모양의 나만의 주택이 완성되면서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는 도시경관을 완성한다. 이 동네에 좋은 학교를 나라에서 지어준다면 훌륭한 공동체가 완성될 것이다. 똑같은 신도시 그만 만들고 이런 사업에도 세금을 집행해 보았으면 좋겠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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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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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